이용복 회장(대한약학회)

이용복 대한약학회장
이용복 대한약학회장

이용복 대한약학회장이 약학발전 선도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로 제 51대 회장직 활동을 본격화 하고 있다. 산‧학 소통과 협업 활성화를 위해 약학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국내 제약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약학 기초학문의 연구결과와 전문 인력을 어떻게 산업으로 연계시킬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약개발 붐이 일면서 약학 전반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약학회가 어떤 역할을 해 나갈 것인지 이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 발 빠르게 AI 시대 준비하는 의계, '뒤처진' 약계

눈앞으로 다가온 AI 시대를 맞아 이 회장은 약학에 대한 철학의 재정립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계는 AI 시대를 대비해 의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데 약계는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의협 관계자와 만났을 때 왓슨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깜짝 놀랐다. ‘왓슨이 사람보다 정확하니 대부분 대체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어보니 ‘문제가 생기면 왓슨에게 책임을 물으실겁니까’라고 반문을 하더라. 그러면서 왓슨은 진단의 보조기구고 최종 결정권자는 의사가 될 것이라고 하더라. 충격을 받았다. 의계는 이미 AI 시대를 맞아 의학에 대한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응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약계는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 의계처럼 약학을 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교육의 세부적인 부분은 약교협에서 하지만 약의 철학은 약학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약학회가 주도해 보려고 한다”

≫ 글로벌 트렌드 및 사회적 니즈 충족하는 약대 교육 '절실'

오는 2022년부터 2+4 약대 학제가 통합 6년제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에 발맞춰 약대 교육에 글로벌 제약산업 트렌드을 반영시키고 약대생들이 산업 전반에 진출할 수 있도록 특화된 커리큘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 약대들이 일률적으로 통합 6년제로 갈 것이 아니라 산업약사, 임상약사 등이 다양하게 배출될 수 있도록 2+4년제도 함께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FDA에서 승인하는 바이오 신약의 비중이 15~20% 정도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약학을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교육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약대 교육의 목표가 약사의 양성인지, 약학자의 양성인지 모호한 부분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약사 인력 부족 현상이 산업적 측면에서 도드라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강화하겠다면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사회적으로도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제약사와 정부가 논의해서 처우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약대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산업이 발전해야 직능이 확대되고 직능이 확대돼야 교육이 바로 선다. 산업, 직능, 교육의 연계 고리가 강화될 수 있도록 앞으로 약학회가 역할을 할 생각이다”

“학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2+4년제, 통합 6년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산업약사, 임상약사, 약국약사 등이 배출될 수 있도록 개별 약대가 특화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모두 통합 6년제로 가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각 약대들이 현실적으로 약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석·박사 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문제다”

≫ “산업약사 양성 위해 제약사도 힘 보태야”

최근 산업약사 부족 등을 명분으로 복지부와 교육부가 약대 2곳을 신설하고 정원을 늘렸다. 이 회장은 단순히 약대와 정원을 늘린다고 산업약사가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정부 관계자, 정치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약사 인력 유인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약사들의 처우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약대생들의 눈높이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갭을 메우는 유인책이 없으니 당장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개국가로 약대생들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약산업이 약사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갭을 메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적극적인 의견 표출이 필요하다. 약사 인력 고용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기업은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해서 좋고, 약사들도 상응하는 처우를 받게 돼 모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1980~1990년대 정부가 IT 및 정보 통신을 지원했듯이 제약산업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한다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재정 지원 없는 정부의 학제 개편은 ‘난센스’

이 회장은 약학과 제약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부가 개별 약대에 학제 개편의 부담을 모두 지워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복지부가 의사‧약사 면허를 관리하면서 교육부를 통해 교육을 위탁하고 있는 것인데 정부가 학제 개편안만 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주장이다.

“의과대학이 의전원으로 갈 때, 치과대학이 치전원으로 갈 때, 법과대학이 법전원으로 갈 때 정부가 엄청난 재정 지원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반면 약계는 2+4년제로 갈 때 정부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2+4년에서 통합 6년제로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것은 난센스다. 복지부와 교육부에 갔을 때 약대 지원은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인데 왜 손을 놓고 있느냐고 목소리도 냈다. 어린이집도 정부가 투자를 하는데 학제가 바뀌는 중차대한 일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 실무실습 '대변혁' 이뤄야 약대 교육 내실화 가능

이 회장은 약대 교육이 내실화 되기 위해서는 커리큘럼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실무실습 교육도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약대들이 약대생들을 제약사, 병원, 약국 등 실무실습을 보내는 것은 미리 체험해 보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함인데 4주, 8주의 시간 동안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약대들이 서울대 제약공장에 실무실습을 많이 보내는데 그것은 진정한 실무실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래 교육의 목적과 다르다. 제약사, 병원, 약국 등의 구성원과 부대끼면서 체험하고 느껴보라고 실무실습을 만든 것인데 서울대 제약공장에 실습을 보내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 의문이다”

“실무실습은 대변혁이 이뤄져야 한다. 변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약대생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제약사, 병원, 약국 등에 실망만 안겨줄 뿐만 아니라 참여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시간죽이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의미없는 시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의 내용, 질, 목표를 바꿔야 하는데 각 개별 대학에는 이를 개선할 여력이 없다. 약교협이 실무적으로 심도있게 논의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4년제든 통합 6년제든 학제가 개편되더라도 실무실습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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