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A씨(인보사 주사 맞은 유방암 환자)

‘인보사 사태’가 터진지 약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식약처와 코오롱 측은 시시각각 입장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인보사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실제로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을 가진 의약품 제조사와 정보를 독점한 허가 당국의 틈 속에서 환자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팜뉴스는 최근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를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우리 사회에서 의약품과 관련된 대형사건이 터졌을 때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내몰리는지 추적해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환자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조언, 그리고 관련 시민단체의 자문을 토대로 식약처 대응 과정의 민낯을 들춰봤다.

A 씨(여·67)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로 2010년 초부터 무릎 통증이 시작됐다. 처음 왼쪽 무릎 연골 파열로 시작된 통증은 오른쪽까지 이어졌다. 약도 써보고 주사도 맞아 가면서 수술까지, 그는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해봤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A 씨는 결국 2018년 2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 주사를 맞았다. A 씨는 “작년 말 다리가 묵직해지고 관절이 이전보다 훨씬 아팠다. 통증이 심해서 병원을 갔는데 의사가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라면서 인보사 주사를 권했다고 했다. 한 번 맞으면 3년 동안 통증을 멎게 해준다는 게 당시 의사의 설명.

A 씨는 “약값만 무려 700만원이다. 비싸고 중요한 주사라서 수술실에 들어가서 맞아야 했다. 왼쪽에 먼저 맞았는데 말도 못 하게 아팠다. 5일 후에 오른쪽 무릎에도 맞은 뒤에 다음날 퇴원했다”며 “주사를 맞은 이후 양쪽 무릎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걸을 수 없었다. 6주쯤 지나서야 좋아졌다. 물론 통증은 있었지만 확실히 나아진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월 31일, A 씨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식약처가 인보사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한 것. A 씨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어서 분하고 화가 났다. 안전한 주사라고 믿고 인보사를 맞았는데 한 달도 되지 않아 성분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원을 전전하면서 8년 동안 들인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A 씨의 아들 B 씨는 이날부터 온갖 정보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건강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A 씨는 2014년 12월 유방암 1기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B 씨는 “어머니가 당시 종양을 떼어낸 이후, 2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며 “지금까지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지만 인보사의 바뀐 성분이 ‘종양유발세포’라는 소식을 듣고 저도 어머니도 너무 불안했다”고 전했다.

A 씨는 부랴부랴 식약처에 연락을 취했다. A 씨는 “식약처에 전화를 돌렸는데 ‘이름표가 바뀌었을 뿐이지 우려할 사안은 아니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그 말을 믿었다. 마음이 좀 진정 됐지만 제가 암환자라서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일주일 뒤 A 씨는 병원을 찾았다. A 씨는 “그런 형편없는 주사를 놓지는 않는다. 걱정마시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어떤 안내도 전달받지 못했다. A 씨가 밤잠을 설치면서 식약처의 소식을 기다렸던 까닭이다.

4월 15일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2액이 허가 당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고 중간 검사 결과를 밝혔다. 동시에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 전체에 대한 특별관리 및 장기추적조사 실시 계획을 포함한 환자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식약처 대책은 A 씨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A 씨는 “뉴스를 통해 터무니 없는 대책을 듣고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며 “식약처는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저는 암환자인데 인보사 주사를 한 대도 아니고 두 대를 맞았다”며 울먹였다.

이어 “병원을 통해 정기검진을 한다고 하는데 15년은 짧은 세월이 아니다. 당장 내가 15년 동안 병원에 다녀야 하는 중요한 문제인데 병원이나 식약처에서 전혀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식약처가 일을 제대로 안하고 이렇게 일이 터졌는데 환자들을 무슨 봉으로 보는 것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팜뉴스는 식약처에 A 씨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했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최승진 과장은 “암과 같은 환자들의 기저질환을 전부 알 수는 없다. 환자들의 질병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병원이 가지고 있다.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할 수 없는 이유”라며 “장기추적 조사와 관련된 안내 메일을 보내라고 15일 코오롱 측에 공문을 보냈다. 코오롱 측이 인보사를 판매한 병원들에게 환자 가이드라인을 곧 보낼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 씨 가족의 의문점은 또 있다. 아들 B 씨는 “식약처 계획에 암환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공지도 안됐다”며 “원래 암환자였던 사람도 식약처가 주장하는 ‘안전성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임상 참여 환자들 중에 암환자가 있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그런 점들을 전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암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겪을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인보사가 주사되는 관절강 부분은 혈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포증식도 일어나지 않는 부분이다. 때문에 인보사에 들어 있는 종양원성을 지닌 293세포가 관절강에 주사될 경우 암이 재발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숙련된 의사가 주사하지 않고 실수로 혈관에 인보사를 놨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 과장은 “기저질환이 인보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 식약처에 등록된 환자가 없는데 개인정보를 일일이 어떻게 알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개인정보를 알아야 환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할 수 있다. 병원이 이런 환자가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코오롱 측에 인보사를 시술한 병원 쪽으로 안내문을 보내달라고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식약처는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 약 3000명의 기저질환을 포함한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점이 드러난 셈이다. 약업계 일각에서 “개인정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에도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시민단체 측도 식약처의 ‘부실대응’을 꼬집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식약처 대책을 보면 인보사 환자를 위한 배려가 없다”며 “몇 십 만원 짜리도 아니고 굉장히 고가의 주사를 맞았는데 환자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바뀐 세포가 종양원성이 있기 때문에 A 씨와 같은 유방암 환자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승진 과장은 “1차적으로 1개월 이내에 코오롱 측이 개별 병원을 통해 모든 환자를 파악해서 등록 동의서를 받으면, 동의한 환자에 한해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등록이 된다”며 “그래야 장기추적을 포함한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홈페이지 부분은 죄송한 면이 있다. 이른 시일 내에 홈페이지에 환자 가이드라인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측은 식약처가 그동안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동근 정책국장은 “발사르탄 사태 당시와 너무 확연히 차이가 느껴진다”며 “그때는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대적으로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에선 이러한 대응도 없고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도 현저히 부족하다. 인보사 허가를 내준 식약처 자체가 문제의 당사자라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보사 사태가 터진 직후, 식약처는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공지나 안내도 전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협회에 보낸 공문 한 장이 유일했다. 식약처의 부실 대응으로, A 씨 가족이 느끼는 공포는 지금 이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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