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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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판매 중단 사태로 첨단 재생의료법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첨단 재생의료법 제정이 제 2의 인보사 사태를 막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첨단 재생의료법 논란 2라운드’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의료법)을 의결했다.

국회 내부에서는 그동안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이상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첨생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바이오 업계의 기대감이 드러났던 배경이다.

하지만 ‘인보사 중단 사태’ 터진 이후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일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첨생법에 대한 재논의 주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영준 사무처장은 “인보사는 보건당국이 약사법 등 기존의 현행법 틀에서 규제완화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다”라며 “더구나 첨생법은 첨단재생의료에 대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제2의 인보사’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첨생법은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바이오의약품의 우선 심사 ▲개발사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단계별 사전 심사 ▲ 충분히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 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조건부 허가 등을 담고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위한 별도의 ‘패스트트랙’ 도입이 핵심이다.

시민단체 측의 우려는 ‘조건부 심사’에서 기인한다. 첨단의료법이 통과되면 암이나 희귀질환 등의 치료를 위해 판매허가가 필요한 의약품은 2상 임상 결과만으로 시판이 허용될 예정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출시가 최대 4년 앞당겨 질 수 있는 셈이다.

앞서의 정영준 사무처장은 “인보사의 가장 큰 문제는 임상 3상 데이터가 충분히 누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식약처가 시판을 허가해줬다는 점이다”며 “앞으로 유전자나 줄기세포 치료제가 첨생법의 혜택을 받은 이후, 임상 3상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보사 판매 중단 사태’는 미국 임상 3상 진행 과정에서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촉발됐다. 반대로 해석하면, 식약처가 인보사에 허가받은 세포 대신 다른 세포가 포함됐다는 점을 국내 임상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즉 식약처의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임상 3상 검증 과정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첨생법 통과는 향후 또 다른 ‘인보사 중단 사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 측의 주장이다. 조건부 허가로 임상 3상을 생략하고 패스트트랙 혜택을 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첨단바이오 업계 측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와 첨생법은 연계가 될 수 없다”며 “코오롱 측에서도 원익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첨생법과 결부시키는 것은 정무적 판단이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첨생법 통과로 묶음 규제가 현실화되면 임상에서 더욱 신중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 인보사 사태를 향후에 막을 수 있다. 시민단체에서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도 첨생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일선의 한 의사는 “식약처는 2010년 이후부터 제약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게 뺏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며 “결국 효능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바이오의약품 허가를 내주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인보사가 대표적인 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를 내줄 당시, 코오롱 측이 주된 효능으로 내세운 인보사의 연골재생기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보사는 미국 3상을 진행하면서 이를 입증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중단 사태로 그마저도 좌절됐다. 그만큼 유전자나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 ‘효과’ 입증이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첨생법은 ‘효과’보다는 ‘안전성’에 방점이 찍힌 법안이다.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첨단재생의료에 대해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법의 골자다. 식약처도 첨생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앞서의 의사는 “세포나 유전자치료제는 유해성이 거의 없어 임상 1,2상 통과에 문제는 없다”며 “관건은 임상 3상인데, 첨생법은 안전성 측면에만 치우쳐 있고 효능 검증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동시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지만 국회 측은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실 측은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복지부가 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바이오협회 측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첨생법 부결이 염려된다. 하지만 이미 논의를 마친 안을 국회가 쉽게 부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한 회사의 실수로 인해 산업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야겠다”며 “후발주자에게 경각심을 주되, 숨통을 끊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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