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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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보고서는 제약사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의료인들은 제도의 또 다른 장본인이다. 리베이트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의료인들의 노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사신문이 창간 기획으로 의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상당수 의사들이 지출보고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윤리경영 정착을 위해 지출보고서를 강화한다고 홍보해 왔지만 일선 의사들 사이에서 선샤인 액트에 대한 인지 부족은 물론 서명 사실도 제약사 마다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사이를 틈타 우후죽순 만들어진 CSO는 이제 1인 기업으로까지 점조직으로 발전, 정부가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리베이트 자금 추적이 불확실한 일부 CSO를 활용한 거래의 정착을 자초한 것이다.

본지는 창간 32주년 특집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보건당국의 미흡한 지출보고서 운영방식을 짚어보고, 이에 따른 ‘한국판 선샤인 액트’의 한계점을 진단하는 한편, 해외 선진 사례와 비교를 통해 윤리경영 안착을 위해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 본다.

>> ‘한국판 선샤인 액트’ 가동…‘자정능력’ 강화

지부, 의료인 모니터링 착수 등 전방위 압박

‘제약사'와 ‘의사'는 리베이트 사건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지난해 10월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년 6개월여에 걸쳐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게 42억 8,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직원 10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로부터 최고 2억원까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06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의사는 의약품 처방에 대해 독점권을 지닌다. 제약사들은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써달라면서 식사와 접대를 제공한다. 앞서 사례와 같이 제약사와 의사들의 ‘합’이 맞아야 리베이트 사건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보건당국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동안 리베이트 관행을 쉽게 뿌리 뽑을 수 없었던 배경이다. 한국판 선샤인 액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시점에서 의사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보건 당국이 2017년 당시 지출보고서 제도 시행을 예고하면서 의료인의 지출보고서 자필 서명을 주문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사가 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면 서명을 하라는 것으로, 지출보고서 제도의 핵심이다. 보건복지부가 의약품과 의료기기 업체의 지출보고서 작성 마감일인 3월을 앞두고 서명을 거부한 의료인에 대해 전방위 모니터링에 착수한다고 경고장을 보냈던 배경이다.

>> 지출보고서, “몰라 알 수가 없어” … 의사, 모를 수 밖에

제약사에만 홍보 편중 … 보건당국, 지금껏 뭐했나?

그렇다면 의사들은 지출보고서 제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앞선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절반 이상(56.5%)의 의사들은 해당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의 지출보고서 홍보 정책이 의료계가 아닌 제약사에 편중돼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지출보고서를 인지한 의사들 중 85.2%는 “제약사나 영업사원으로부터 제도에 대한 안내나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가 제도 시행초기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지만 의사들 대부분이 지출보고서 제도를 제약사 설명만으로 인지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대다수 의료진들이 관련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초기에만 홍보가 집중돼 지금은 관심이 줄었다”며 “제약사에서 홍보하는 것 보다는 규제기관에서 홍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 병·의원, 리베이트에 취약 … 한국판 선샤인 액트 ‘한계’

일부에선 정책 취지조차 인식 못해 … “외국은 되는데 왜?”

지출보고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병·의원급 의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병·의원급 의사들은 대형 병원에 비해 리베이트에 취약하다. 병·의원급에서 처방금액의 20% 가량을 리베이트로 상납 받는 관행이 수년 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종합병원에 비해 병·의원급 의사들의 제도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실제로 종합병원(58.1%)에 비해 병·의원(29.0%)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지출보고서를 알고 있는 의사들 사이에서 ‘확인 의무’(74.1%)나 ‘시행 시기’(77.8%)에 대한 평균 인지도가 낮았던 설문 결과도 병·의원급 의사들의 인지 부족에서 기인했다. 종합병원 의사들 중 88.9%가 ‘시행시기’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병·의원급 의사들은 55.6%만이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확인의무’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종합병원 의사 83.3%는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병·의원급 의사들은 55.6%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출보고서를 인지한 병의원급 의사들 중 44.4%가 ‘확인 의무’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일선의 의사들 역시 지출보고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의사는 “지출보고서 제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어느 쪽에 돈을 쓰는지를 정부에 제출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라며 “그건 너무 심한 정책이다. 합법적인 영역 내에서 일하는 제약사들에게 리베이트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제도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급 의사는 “지출보고서 제도는 모든 것을 불법 리베이트라는 단어로 쉽게 묶어버리는 느낌"이라며 “리베이트가 아니라 제약사가 약을 홍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경제적 이익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제약사에서 의사들을 휴양지로 보내 약을 홍보하기도 한다. 정책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리베이트 청정 지역이 있다?…해외 선진 사례 ‘주목’

美 전국민, 리베이트 ‘감시자’ … ‘알 권리’ 확보로 투명성 제고

그렇다면 해외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그동안 미국의 선샤인 액트(Sunshine Act.) 등 해외 사례를 기초로 지출보고서 제도를 다듬어 왔다.

미국 선샤인 액트의 목적은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을 때 생기는 잠재적인 이해 상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케어의 일환으로 2010년 법안이 통과돼 2013년 8월부터 발효됐다. 이듬해 미국 정부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 홈페이지를 통해 선샤인 액트에 관한 정보를 오픈 페이먼트 데이터(Open Payment Data)에서 공개했다.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및 구매대행 회사가 의사들에게 건당 10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이는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기업이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이 특정 약물이나 기기를 사용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가 확보된 상태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민들은 CMS 홈페이지에서 제약사들이 1차 진료 내과·산부인과·피부과 및 기타 의사들에게 제공한 컨설팅 수수료, 스톡 옵션, 휴양지 여행 등을 조회할 수 있다. 또한 미국 환자들은 CMS 홈페이지에서 ‘Find Your Doctor's Payment'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주치의가 어느 제약사로부터 매년 항목별로 어떤 경제적 이익을 받았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주치의에 대한 업데이트 사항을 메일로 전달받을 수 있다. 미국 선샤인 액트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투명성’인 까닭이다.

>> 겨우 200만원? 차라리 리베이트 하고 만다

복지부, “‘솜방망이 처벌’ 아니다. 자정이 목적”

우리 국민들은 국내 지출보고서 제도를 통해 제약사들이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회사(또는 의료기기제조사 등)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복지부 장관이 요청하는 경우 이를 제출하도록 했다. 보건당국은 지출보고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국민들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처벌 수준도 국내와 비교된다. 미국 제약사들은 의사의 소속과 이름을 포함한 전년도의 누적 이익 제공의 상세한 금액을 후년도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누락의 과실여부를 따져 개별 지급 내역 당 최소 1000달러에서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리베이트 행위의 불법성까지 입증된다면 법적 제제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제약사 등 의약품공급자가 지출보고서 관련 장부나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행정처분은 없다. 약업계에서 한국판 선샤인 액트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출보고서는 제약사들이 보건 당국에 그 내역을 일일이 보고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라며 “자정 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에 벌금 200만원으로 규정된 것이다. 다만, 벌금을 부과 받으면 경제적 이익에 대해 불투명한 업체라는 인식이 생긴다. 사정당국의 수사가 뒤따라 올 수 있기 때문에 처벌이 약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 경제적 이익 제공자 광범위 감시, 리베이트 ‘원천봉쇄’

프랑스, 기업은 물론 의대생까지 … “할거면 제대로”

유럽의 지출보고서 제도는 어떨까. 프랑스는 기업이 보건 전문가 및 조직·의료기관과 거래했을 때 Anti-Gift Law와 선샤인액트(FSA;French Sunshine Act.), 이렇게 두 가지 법적 규제를 적용한다. Anti-Gift Law는 의사 등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1993년부터 시행 중이다. 프랑스는 2013년 5월부터 보건 의료분야에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해 관계자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프랑스판 선샤인 액트’를 도입했다.

 

국내 지출보고서 제도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지출보고서의 이해 당사자의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약사법상 경제적 이익 제공자는 의약품공급자 등 주로 제약사에 국한된다. 수수자의 대상도 의사, 약사, 의료기관뿐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선샤인 액트는 제약업계뿐만이 아니라 화장품, 컨택트 렌즈 등의 회사도 경제적 이익 제공자 범위에 포함한다. 의사 외에 간호사, 약사, 조산사, 영양사, 인턴 및 의과대학생들도 수수자에 해당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 정부의 지출보고서 제도가 리베이트를 유발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들을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 일본, ‘의약품 생태계’ 수술로 리베이트 구조 약화시켜

韓, ‘징벌적 방안’만 집중 … “영업 환경도 함께 개선해야”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정부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주목한 부분은 ‘의약품 생태계’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상은 연구원은 “외국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 사례” 논문을 통해 “일본은 제도의 투명화로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1989년 약가차액을 과다하게 취하려는 의료기관의 과잉 처방을 근절하기 위해 의약분업을 추진했다. 동시에 시장 실거래가 파악을 위한 약가 인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상은 연구원은 “이같은 조치는 실거래가와 고시가의 간격을 줄여 재정 절감 효과를 발생시키고 고시가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의료기관에서도 마진을 통해서 이익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리베이트의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일본 제약업계는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경쟁규약, 제약협회 기업행동 헌장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시스템의 투명화는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1970년대까지 일본에선 불법 리베이트가 성행하고 있었지만 이제 불법 리베이트가 거의 사라진 나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사례는 국내 지출보고서 제도가 나아가야할 미래를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 약가 인하 연동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징벌적인 방안에만 중점을 두어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제도에 포함된 급여정지와 약가인하가 환자의 피해로 돌아오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됐다. 약업계 일각에서 보건당국이 지출보고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제네릭 과당경쟁 구도를 해소하는 등 제약 영업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들리는 배경이다.

>> 끊이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 원인은 ‘정보 불균형’

“의사-환자 간 정보 격차 줄여야 악순환 고리 끊긴다”

그렇다면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김영란법’ 등 수많은 제도상의 노력이 있었는데도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두고 ‘정보 불균형’이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자가 의약품에 대해 정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아도 통하지 않는다”며 “환자가 의사에게 ‘다른 약이 객관적으로 더욱 좋은데 혹시 제약사에게 돈을 받은 거 아니냐’고 의사를 추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의료 분야는 전문적이다. 때문에 의사와 환자의 정보 격차는 월등하다”며 “정보격차를 완전히 줄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 의사의 객관적 진단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은 처방독점권을 지닌 의사에게 일정한 형태의 대가와 함께 의약품 정보를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서로 유착한다 결국 환자는 점차 소외된다. ‘정보불균형’이 초래한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환자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이 관계자는 “의사가 제약사로부터 돈을 받으면 친근감이 생기고 그쪽의 약을 더욱 처방하려고 한다”며 “심지어 돈을 안 받았다고 해도 영업사원이 병원을 계속 방문해서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처방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리베이트를 유발하는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지출보고서 제도의 ‘투명한’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회와 정부가 약사법령의 입법적 보완에 나서서 제약사 등 의약품 공급자와 의사들이 지출보고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지출 보고서 안착의 ‘선결조건’이란 뜻이다.

먼저 이같은 조건이 충족됐을 때 지출보고서가 만들어낸 ‘건강한 생태계’가 불법 리베이트의 관행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이다. 이제는 보건당국이 산업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 복지부, CSO 상대로 ‘소극적’ 대처 … “정부만 모르나?”

믿고 쓰는 영업대행? 규모만 9천억, “집 밖도 봐야”

‘한국판 선샤인 액트’ 시행이 1년여의 시간을 거치면서 보건 당국이 지출보고서 마감 기일로 예고한 3월말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제약사들이 최종 검토에 돌입하자 CSO(영업대행조직)를 향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서 보건복지부가 지출보고서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CSO에 대한 대처를 소극적으로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CSO는 그동안 제약사로부터 고정비용을 받고 필요한 인력을 꾸려 마케팅과 세일즈를 진행해 왔다. 제약사는 CSO를 통해 영업과 마케팅은 물론 유통을 맡겨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다.

전직 CSO 업체 관계자는 “제약사에 있다 나온 영업사원들이 CSO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중소제약사가 이들에게 영업을 맡긴다. CSO는 의사들과 가깝기 때문에 일반제약사들의 약을 받아 총판식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약업계에서는 CSO시장이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제약사가 CSO를 불법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해왔다는 점이다.

앞서의 CSO 관계자는 “리베이트 단속으로 제약사들이 병원이나 약국에 리베이트를 줄 수 있는 창구가 점점 막혔다. 이는 CSO가 증가한 결정적인 이유다”라며 “자신들이(제약사) 위험을 안고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CSO 직원에게 영업을 맡겨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리베이트 수사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CSO를 이용해왔다는 뜻이다.

>> “CSO 관리 책임, 제약사 몫” 정부, ‘결자해지’ 선긋기

CSO가 지출보고서 불응한다면 … “정부도 방법 없을텐데?”

CSO와 관련된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계속 이어졌는데도 보건당국은 CSO 시장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백 개의 법인 CSO 사업자들과 수천 명의 CSO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부에서 발표된 통계는 없었다. 보건당국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중요한 제도 정착을 앞두고 CSO의 실체 파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결국 보건 당국은 ‘한국판 선샤인 액트’에서 CSO가 빠져나갈 ‘빈틈’을 자초했다. 최종적으로 직접 공급자가 아닌 ‘영업대행'을 하는 CSO는 지출보고서 작성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약업계 일각에선 “CSO를 빼면 지출보고서 제도가 의미가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오히려 다른 국가기관이 목소리를 냈다. 2018년 3월 권익위는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 의약품공급자(제약사·수입사·도매상)로 한정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를 영업대행사에게도 부과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보건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CSO를 감시하라는 뜻이었지만 복지부의 입장은 미온적이었다.

복지부는 뒤늦게 CSO 현황 파악에 나섰지만 소극적인 태도는 여전했다. 복지부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제약기업 209곳 40.2%가 CSO에 영업위탁을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설문의 질문 대부분을 CSO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제약사가 CSO에 영업 및 마케팅을 위탁한 경우 업체 위탁 내역도 지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함을 인지했는지 여부, 서면계약 체결 여부 등을 물었다. 심지어 위탁 시점, 위탁 품목 수, 평균 대행 수수료율 작성을 요구했다. 복지부가 CSO 감시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CSO 관리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제약사에게 물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CSO 관련 설문 조사는 모니터링 자문단에서 결정된 내용의 일부였다”며 “CSO 자체에 대해 일일이 알아보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제약사가 CSO를 쓴다면 당연히 제약사가 관리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CSO의 불법을 제약사 책임으로 못박겠다고 천명한 것”이라며 “제약사는 CSO에게 지출보고서를 허위로 받거나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제약사는 CSO가 지출보고서를 내지 않는다고 이유를 대면 복지부에서는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 복지부, “CSO, 작성 주체로 검토 안해”…외부용역 인정

제약사-CSO ‘불화’ 소문도 … 정부, ‘제 풀에 꺾이기’ 큰그림?

실제로 벌써부터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 들린다. CSO로부터 지출보고서를 제출받기가 힘들고 선샤인 액트 시행 후 제약사가 CSO에 저자세로 접근해야 할 때가 많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번 지출보고서 제도를 계기로 일부 제약사들이 CSO와의 ‘이별’을 선언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약업계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이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를 CSO에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 조성에 빌미를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전직 CSO 관계자는 “CSO와 제약사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제약사가 ‘갑’ 중에 갑이다”라며 “제약사가 지출보고서를 내라고 하면 내야 한다. 오히려 CSO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업무를 대신해주고 있으니 CSO를 핑계로 변명을 하는 것이다. 제약사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CSO를 향해 안일한 인식까지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사가 CSO와 자유롭게 계약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제약사가 CSO를 선택했다면 당연히 본사의 영업활동이 CSO를 통해 이뤄진다. 제약사는 CSO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CSO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당연히 시장이 발달하면 기업은 외부 용역을 준다”며 “CSO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당장 지출보고서 제도 안에 CSO를 작성 주체로 명시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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