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남 교수(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대학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았는데 뒷 배경과 편법으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정당한 대가와 노력없이 내 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 일상처럼 비춰지는 것이 2019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혹자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 한탄하며 어느순간 우리사회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계급이 갈수록 고착화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혼돈의 시대, 아무것도 없던 소위 흙수저 출신이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 꿈을 이룬 인물이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대학교 종신교수가 된 안상남 교수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안상남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대학교 교수
안상남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대학교 교수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자, 길이 나타났다”

가난했던 집안 사정 때문에 늘 생존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신경써야 했던 안 교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이 나타났고 그 길을 열심히 걸어냈다고 회고했다.

“선택 장애가 있어 선택지가 여러 개일 경우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하나님께서 저의 스타일을 파악하셨는지 그동안 꼭 하나의 선택지만을 주신 것 같다(웃음). 고민을 할 것도 없이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대학 시절 2년간 준비했던 외무고시를 끝까지 붙잡고 있었다면 지금의 본인은 없었을 거다. 꿈을 쫓기 보다는 척박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지만 타협 이후 찾아 온 기회는 또 다른 꿈이 됐고 거기서 숨은 재미를 찾아냈으니 나쁘지 않았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자존감을 높여준 카투사 군복무, 그리고 첫 직장 GSK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항상 위축되고 주목받지 못했었다는 안 교수는 카투사 군생활과 졸업 후 곧바로 입사한 GSK 근무 경험을 미국 유학 계획을 구체화하고 용기를 갖게 한 인생의 큰 전환점 중의 하나로 꼽았다.

“지독한 가난이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를 저에게 가져다 줬는데 그 탈출구가 미국 유학이었던 것 같다.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면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또 GSK에서 근무하면서 인정도 받고 칭찬도 들으면서 바닥까지 내려갔던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다.”

미국 유학 결심의 원동력은 ‘선한 오기’

회사에서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면 이를 박차고 유학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안 교수는 ‘선한 오기’를 바탕으로 사랑하는 반려자와 함께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당시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현실에 안주하면 5~10년 후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영업사원으로 승승장구하거나 마케팅 부서로 가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샐러리맨의 삶 보다는 밖에 나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서 잠재력을 한 번 폭발시켜보자는 욕구가 컸다.”

내성적 성격, 프로페셔널리즘으로 극복 가능

안 교수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이 바탕이 돼야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성실함과 긍정적인 부분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된 공연처럼 임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준비된 공연이라고 해서 거짓으로 나를 꾸며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내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성공의 키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GSK에서 3년 반 동안 근무했을 당시 친분이 있던 거래처 원장님에게 책을 보내 드린적이 있다. 한 참 있다 메일이 왔는데 ‘그때 내가 5~6년 밖에 안된 초보 의사였는데 나도 안상남 씨처럼 하면 환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영업사원이 되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을 보고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약을 팔기 위해 원장님들의 비위를 맞추기 보다는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일정이 빠듯해 거래처를 찾지 못하게 되면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와 함께 명함을 꼭 보내드렸다. 간혹 생기는 오해도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니 금방 풀리고 관계가 썩 좋지 못한 원장님과도 관계가 회복되기도 했다. 원장님들이 제가 넣어드린 편지를 모두 모아 두신 것을 우연히 본적이 있는데 제 진심과 정성을 거래처 원장님들도 인정해 주셨다는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또 거래처의 원장님을 비롯해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도 진심으로 대했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세일즈 하는 대상의 구성원들을 소중히 여겨야 좋은 결과도 따라 온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DEEP WORK' 통한 재충전 시간 확보, 삶의 질 개선

최근 ‘Deep Work(저자 CAL NEWPORT)’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고 있다는 안 교수는 우리가 의미없이 버리는 짜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적극 실천해 보기를 권했다.

“지인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바쁘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얼마나 바쁜지 타임 차트를 그려서 보여 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많은 시간이 남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웃음). 인터넷 서핑이나 잡생각 등에 뺐기는 시간이 의외로 많다. 냉정하게 자신의 시간 내역서를 살펴보고 버려지는 시간을 잘 활용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할 것”

“그동안 종신교수를 목표로 숨 돌릴 틈 없이 65편의 논문을 기계적으로 찍어냈다. 종신교수 임용 후 2달간 안식년을 가졌는데 이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회에 기여한 논문은 많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내실있는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다. 또 결혼 15년만에 아이가 생겨 조만간 아빠가 되는데 아이에게 아빠다운 아빠, 학생들에게는 교수다운 교수, 부모님에게는 아들다운 아들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생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 같다.”

도전의 연속 인생 1막, 책으로 풀어내다

지난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당신도 미국 주립대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책을 발간한 안 교수는 책을 통해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과 미국에서 종신교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또 다른 안상남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책 발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안 교수의 첫 말은 ‘마음이 편해졌다’였다. 내일이 없던 15년간의 유학생활을 반추하며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토해냈다는 그는 이 책이 좌절하며 절망하고 있는 현재의 흙수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면서 그는 적은 기회를 홀대하지는 않았는지, 끝없는 실패로 아무런 대책없이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의 탓만 하면서 살 것인지 끝임없이 아프게 자신에게 되물어 봐야 희망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길은 있다. 경험상 어디에서든 자신의 역량 이상을 보여주면 분명 인정을 받게 되고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현재가 아닌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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