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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생존 ‘덫’ 걸린 드론 약국, 국내에선 ‘그림의 떡’
약사 생존 ‘덫’ 걸린 드론 약국, 국내에선 ‘그림의 떡’
  • 최선재 기자
  • remember2413@pharmnews.com
  • 승인 2019.03.18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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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마저 앞서 가는데…韓 드론 약배송 '지지부진'
약사사회 ‘시기상조’ 비판, 도서지역 의약품 전달 대안있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의약품 드론 배송은 과연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세계 각국이 드론으로 의약품을 운송하는 사업에 경쟁적으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드론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약사법 등 현행법상 규제가 많은 데다 약업계마저 반발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의 분위기는 과거와 확실히 다르다.

2017년 3월 미래창조과학부는 도서·산간지역 의약품 드론 시범배송 사업이 담긴 ‘2017년도 업무 추진계획'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섬이 많은 전남 고흥(도서지역)과 드론 시범사업 전용 공역이 있는 강원 영월(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드론 의약품 배송의 상용화를 검증하자는 게 취지였다.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내놨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입법 과정에서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협력해 적극 막겠다”고 밝혔다. 의약품 드론 배송 시스템의 도입으로 소규모 약국의 생존이 위협받고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미래부는 의약품이 드론 배송 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수정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사이 선진국들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2017년 7월 4일 나고야 남부 가타나항에서는 일본 최초로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 실증 실험이 진행됐다. 날아오른 드론은 약 6분 만에 의약품 배송에 성공했다. 아베 정부의 탈규제 정책과 드론 제작 스타트업인 멀티콥터, 지역 약국체인 파마스타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지바 시는 ‘일본 드론 산업’의 메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지바 시를 드론 특구로 지정하고 규제들을 중지했다.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달을 추진해 온 지바 시는 환자가 원격진료를 받고 병원이 약국에 처방 정보를 보내면, 환자는 원격으로 복약지도를 받은 뒤 드론으로 의약품을 건네받을 수 있게 됐다. 2020년 이후 일본이 꿈꾸는 ‘드론 약국’의 미래다.

심지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의약품 드론 배송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르완다 정부는 2016년부터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 드론 15대를 이용해 전국에 위치한 의료시설 21곳에 매일 150회씩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 르완다는 지리적으로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구릉지대가 많은 만큼 드론을 통한 빠른 의약품 배송 정책이 환자들의 생명을 살린 촉매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본과 르완다와 같은 드론 실험은 사실 ‘꿈같은’ 얘기다. 현행법상 규제 때문이다.

먼저 의약품 드론 배송을 위해서는 원격 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인 간 원격진료는 허용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의료인에게 원격진료를 받을 수 없다. 약사법 역시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의약품의 택배 배송은 물론 드론 활용이 어려운 까닭이다.

약사사회도 과거와 같이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한 약사는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약사가 환자를 만나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며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약국에서 마스크 하나도 고르지 못한다. 젊은 사람은 다르겠지만 이들은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과 펜잘도 구분하지 못하고 같이 복용한다. 드론 배송은 대면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임진형 회장 역시 “지금은 안전이 화두다. 약을 잘못 복용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환자가 약사를 직접 만나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다. 드론 택배 배송이 허용된다면 약물 부작용 사고가 빈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약사의 복약지도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드론 의약품 배송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드론 전문가 역시 의약품 드론 배송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엑스드론 진정회 대표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행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데이터 축적을 통해 먼저 안전성 검증을 해야 한다.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의약품을 개개의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것은 당장 1~2년 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다. 심지어 드론의 일반 물품 배송조차도 적절한 검증이 이뤄지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약사 사회와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지만 국내 일부 도서지역에선 지방자치단체들의 실험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9월 '메디컬 드론'이 목포시 노을공원에서 출발해 압해도 선착장에 착륙한 후 대기 중인 검사시료를 탑재한 뒤 다시 노을공원으로 복귀했다. 전라남도와 섬 지역이 많은 신안군이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보건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의 결실이었다.

충남 태안군 역시 드론을 이용해 교통이 불편한 섬 지역에 우편물을 배송하거나 재난으로 고립된 마을 등에 긴급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신안군과 태안군의 실험에 ‘의약품’이라는 키워드가 빠졌을 뿐이라는 점이다. 약업계 일각에서 도서지역 주민들이 드론을 통해 의약품을 전달받을 수 있는 미래가 곧 눈앞에 펼쳐절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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