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14 19:20 (수)
중국 날고 호주 뜨는 글로벌 임상…한국 '노크'는 갈수록 감소
중국 날고 호주 뜨는 글로벌 임상…한국 '노크'는 갈수록 감소
  • 최선재 기자
  • remember2413@pharmnews.com
  • 승인 2019.03.0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임상 늘었지만 글로벌 3상은 줄고 있어
임상 시험 관련 규제 및 세제 지원 부족 등 현실 직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글로벌 임상시험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호주 등 경쟁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한국의 글로벌 임상시험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 약업계 일각에선 임상 시험 관련 규제가 많고 세제 지원 등이 부족한 국내 현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새다.

최근 식약처는 2018년 의약품 임상시험계획 승인현황을 발표했다. 전체 임상시험 승인건수는 679건으로 전년대비 3.2% 증가했고 제약사가 주도한 임상시험은 505건으로 6.1% 증가했다. 주로 1상과 2상 임상시험이 이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에 따르면 전체 505건 중 국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은 223건으로 전년대비 21.9% 증가했고, 1상 임상시험은 211건으로 전년대비 19.9% 증가했다. 당시 식약처는 “국내 신약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계에는 ‘숨은 일인치’가 있었다. 2018년 식약처에서 승인된 다국가 임상시험은 282건으로 전년대비(293건) 3.8% 감소했다. 국내 제약기업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다국적제약사가 한국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풀이될 수 있는 수치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분석한 통계를 살펴보면 이같은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재단은 최근 세계 최대 임상시험 정보사이트인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최근 2년간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한국의 임상시험 점유율은 2017년 3.51%에서 2018년 3.39%로 0.12% 감소했다.

순위도 떨어졌다. 한국의 임상시험 글로벌 점유율 순위는 6위를 기록한 스페인에 밀려 전년 대비 한 단계 하락한 7위를 기록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임상 시험 승인 심사는 정말 까다롭고 느리다”며 “이제 다국적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를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글로벌 3상’이다. 2018년 제약사가 주도한 전 세계 임상시험 건수는 4천 346건으로, 2017년(4천 157건) 대비 4.5% 늘었다. 임상 1상 시험은 직전 해와 비슷했지만 2상과 3상은 각각 9.8%와 18.9%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3상 건수는 늘었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등록된 임상시험 중 한국이 참여한 임상시험은 2.9% 증가했다. 임상 1·2상이 모두 늘어났지만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건수는 10.1% 감소했다. ‘글로벌 3상’이 국내 임상시험 상승세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3상은 신약의 9부 능선이다. 식약처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며 “해외 제약사가 가장 중요한 3상을 진행할 때 동아시아권으로 한중일을 묶는다면 어디를 가겠나. 당연히 중국으로 간다. 규제 완화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날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관리감독총국(CFDA)은 60일 이내 임상시험 승인원칙을 내걸고 인력확충, 승인절차 간소화, 우선심사제도 확대, 임상시험 실시기관 기준 완화, 해외 임상데이터 수용 등의 개혁을 추진 중이다.

특히 CFDA는 2017년 10월 일정 수의 중국인이 참가하면, 중국 내에서 임상시험을 따로 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해외 임상데이터 수용으로 임상 시험에 걸리는 기간을 1~2년가량 단축한 것이다. 유명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근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까닭이다.

‘데이터’도 이같은 흐름을 증명한다. 앞서 국가임상지원재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전체 임상시험 건수는 전년대비 34.4% 증가했다. 점유율도 3.70%에서 4.66%로 0.96% 늘었고 글로벌 순위는 5위에서 3위로 순식간에 상승했다.

남반구에선 호주가 ‘뜨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11년부터 임상시험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들에 R&D 세금의 일부를 환급해주고 있다. 연 매출 2000만 호주달러(약 160억원) 이하인 기업이 임상시험을 할 경우 최대 45%를 환급해주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그 결과 2018년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는 전년대비 16.8% 증가했다.

이 외에도 스페인, 네덜란드, 대만 등 다른 경쟁국들은 의료연구 인프라 구축, 획기적인 규제완화 등으로 임상시험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환자들의 신약 접근권과도 바로 맞물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3상을 완료하면 신약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3상에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3상을 마치면 그 나라 사람들은 신약을 바로 접할 수 있다. 다른 국가의 국민들은 신약 혜택을 볼 수 없다. 각국이 앞다투어 글로벌 3상을 유치하려는 이유”라고 밝혔다.

약업계 일각에선 글로벌 임상 유치를 위한 국내 보건 당국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국들의 임상시험 유치 건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상유지에 머무르고 있다”며 “많은 규제도 문제지만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세제 지원 등 당장 필요한 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임상시험 지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세제 지원은 상위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국가마다 상황도 다르다. 다국적제약사의 국내 임상 건수가 적다고 단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실정에 맞게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