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사장(영진약품 대표이사)

영진약품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소문에 서둘러 이 회사 이재준 사장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다만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항간에 떠도는 영진의 ‘물음표’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던 만큼 이게 혹여나 이날의 자리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가고서 이는 괜한 우려였다는 걸로 결론났다. ‘팩트’ 처리된 현재 이 회사의 실적이 기자의 예측을 빗겨 간 것이다. 본지는 이 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통역관을 붙일 생각도 있었다. 그가 오랜 해외 생활로 한국말에 서툴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이재준 대표’라는 캐릭터에 대한 잘못된 정보여서 결국 준비해 둔 ‘questionnaire’는 사용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영진의 미래에 대해 궁금했던 만큼 여기에 집중했다. 이날 이 사장을 통해 본 영진약품은 이미 안정화 궤도에 올라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이하며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본 이재준 사장, 그리고 영진약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3가지 ‘허와 실’에 대해 소개한다.

 

이재준 영진약품 대표이사
이재준 영진약품 대표이사

What’s your name?…첫 번째 ‘오류’

논리력 앞세운 전략가, 글로벌 CEO 마인드로 똘똘 뭉쳐

이재준 사장은 30년이 넘는 오랜 해외 생활로 한국말에 서툴다는 소문에 현장에서 던질 질문을 미리 영어로 준비해 갔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그는 왠만한 토종 CEO보다도 논리정연한 한국말로 회사 소개를 유창하게 해냈다. 이로써 이 대표가 대단한 노력파라는 게 증명되긴 했지만 기자 입장에선 이재준 사장에 대한 정보 오류를 범한 격이 됐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제약기업의 대표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였다. 일단 그에게서 소탈함이 묻어났으며 권위와도 담을 쌓은 모습이었다. 종교적 신념도 강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여느 CEO들이 강조하던 ‘가족’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날 유독 귀에 잘 들어왔다.

그런데도 이날 만난 이 사장에게선 상당히 전략적인 인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미국 AT커니 출신으로 제약헬스케어 분야 컨설턴트로 재직했으며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주도한 바 있다. GSK에서는 사업개발(Bussiness Development)을 담당하며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또 동아에스티에서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성공사례들과 6천억원대 기술 수출이라는 ‘잭팟’을 터트리며 해외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이미 영진의 가까운 미래는 물론, 향후 수 년간의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소문대로 내로라하는 사업개발 전략가다운 모습이었다.

 

영진약품, 작년 ‘체질 개선’…리스크요인 최대한 ‘흡수’

4분기부터 실적 회복으로 올해 ‘정상화’ 본격 돌입

기자의 정보 오류로 시작된 인터뷰였던 만큼 일각에서 제기된 영진의 ‘현재’에 대한 물음표에 대해서만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이에 대한 이 사장의 대답은 간결했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나름대로 ‘선방’했으며 올해 대부분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실제로 영진약품은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Turn Around)를 시작, 월별로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올해까지 모멘텀을 이어오면서 1분기에도 인상적인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사실 영진약품은 지난해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 영업이익 역시 적자였다.

그런데도 이날 만난 이 대표는 작년 회사의 실적을 언급하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2018년을 ‘체질 개선’의 해로 의미있게 보냈고 여기서 확보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통해 올해부터 새로운 기회를 맞을 준비가 이미 이 사장의 머릿속엔 깊게 인식돼 있던 것이다.

영진약품의 실적 부진은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는 어쩌면 그가 영진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사장이 영진약품 대표로 오기 전 이미 해외 쪽 주 거래처가 재고전략의 변화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데다 국내 대형 제품의 공급 이슈마저 설상가상 격으로 터지면서 매출이 급격히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회사의 작년 부진한 실적이 꼭 이 대표의 책임만은 아니란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준 사장은 작년 회사 실적에 대한 표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반성과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데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무엇보다 영진약품은 회사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위험부담을 작년에 최대한 털어냈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2019년을 새롭게 쓰기 위해선 일각의 의구심을 더 이상 만들면 안된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깊게 반영된 것이다.

기자는 이재준 사장이 이끌고 있는 영진의 변화하고 있는 모습에서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고 생각하지 말아라, 보라! 내가 새로운 일을 행하겠다”고 쓰여진 성경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혁신신약 개발, ‘뉴(New) 영진’ 첫 걸음

오픈이노베이션 및 R&D 강화…해외사업 개발 ‘속도’

이재준 대표가 이끄는 영진약품은 작년에 ‘씨앗 뿌리기’를 마쳤다.

그는 이 과정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를 안정화 시키는 한편 사업개발의 기질을 살려 해외 거래처를 다각화 했으며 국내 및 해외 영업을 챙기면서 글로벌 사업과 BD까지 겸임했다.

이 사장은 혁신신약 확보에도 주력했다. 영진약품이 스웨덴 뉴로바이브(NeuroVive)社에 기술이전한 유전적 미토콘드리아 이상질환 신약후보물질인 ‘KL1333’은 현재 유럽 임상1상 IND를 진행 중에 있으며 표적항암제 ‘YPN-005’에 대한 전임상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지놈앤컴퍼니와 오픈이노베이션 첫 사례를 만들며 R&D 부문 강화에도 역점을 두었다. 특히 그는 준법경영을 회사의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추진, 지난해 말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37001’ 인증을 획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모든 게 새로운 영진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사실 이재준 사장이 지난해 영진약품 대표이사로 영입될 당시, 여기에는 해외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회사의 전략적 판단이 녹여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외부 평가였다.

그는 영진약품에 합류하고서도 해외사업 개발에 대한 열망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바로 회사의 미래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이 대표는 혁신신약 개발에 주력, 새롭게 변신한 영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이 사장이 과거 다수의 빅딜급 기술수출을 이끌었던 능력자라는 것.

이날 그는 세간의 기대에도 신중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는 오히려 소문만 무성한 일부 기업들에 비해 신뢰감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이재준 대표는 “신임 대표이사로서 부족함이 많았지만 경영진과 모회사의 도움으로 지난해 대부분의 리스크를 흡수하고 정상궤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국내 영업 및 해외 수출 정상화는 물론,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해 Bottom Line에서부터 Top Line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견제약사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케일 업(Scale Up)이 필요하다”면서 “공격적인 빅딜 및 사업개발로 커머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R&D 강화 및 협력체계 구축으로 혁신신약을 공급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국내 TOP10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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