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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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최근 약국 조제실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자 약사사회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부 약사들의 경우 찬성 의견을 내고 있지만 대한약사회.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등 약사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지난 26일 권익위는 환자가 외부에서 약사의 의약품 조제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약국 조제실에 투명창을 설치하라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권고안에서 조제실의 폐쇄적인 구조를 지적했다. 약사법 시행령 자체가 조제실 설치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설기준이 없어 약국들이 밀실 형태로 조제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조제실 투명화로 가는 방향이 맞다”며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신규 약국부터 투명하게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기존 약국들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복지부가 권익위 안을 수용하면 조제실 투명화 방안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대다수 약국은 약 진열장, 커튼 등을 이용해 조제실을 밀폐하는 방법으로 조제실 내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약국 아르바이트생 등 일부 무자격자가 조제실에서 불법적으로 약사의 조제 업무를 대신하는 ‘카운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약사법상 의약품 조제는 약사와 한약사만 할 수 있다.

권익위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불법 조제 방지를 방지하기 위해 조제실 투명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측은 “의약품 구매자가 조제과정을 볼 수 없어 약사가 아닌 무자격자의 불법조제 문제가 발생해왔다”며 “조제실에서 위생불량 등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도 생겼다. 국민들이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만큼 개선안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약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서울 인근 약국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약사 A 씨는 “약사를 하다보면 조금 비위생적으로 약을 짓거나 카운터 직원의 도움을 얻어서 약을 짓는 경우도 많다”며 “조제실을 개방하면 이런 문제들이 사라질 수 있다. 우리들의 정보를 환자들과 최대한 공유하면 신뢰와 함께 권위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투명한 조제실이 약국에 대한 신뢰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약사 관련 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임진형 회장은 “전체 약사 7만 명 중 범법행위를 하는 약사는 극소수뿐이다”며 “조제실 개방은 전체 약사들을 기본적으로 범법자로 규정하는 방안이다. 마땅한 대안 제시 없이 보건 당국이 일방적으로 벌을 주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약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권익위 권고안이 수용될 경우 약사들 전체가 무자격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권익위는 ‘조제실 투명성 제고 방안’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익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4년간 경찰청은 8,38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기간 권익위도 약사법 위반을 이유로 2,019건의 공익신고 사건을 처리했다. 권익위 경제제도개선과 관계자는 “통계보다 더욱 많을 수 있다. 약사가 아닌 사람이 조제하는 것 같다고 신고한 국민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국민신문고에 제보된 사례도 공개했다. 가림막으로 가려진 조제실에서 무면허자에 의해 조제된 약을 보고 충격을 받은 시민부터 처방전 위에 약들을 붓고 불결하게 조제하는 것을 목격하고 놀란 약국 손님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약사 관련 단체 사이에서는 권익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직하게 약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더 많은 데도 약사를 범법자로 몰아서 조제실을 투명화하라는 것은 억지 논리라는 주장이다.

대한약사회도 권익위의 권고안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과거에도 의원입법이 추진됐지만 우리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철회됐다”며 “권고안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약사회의 반대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당장 조제 과정을 전부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식당도 주방을 개방하는 것이 추세다. 약사들도 거리낄 것이 없으면 개방하면 된다. 일괄시행은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약사들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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