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향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치는 모양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당국이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제공하는 모바일 앱에 대해 유지 보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해당 앱들은 매년 대상을 수상하고 있고 있다. 팜뉴스는 기획으로 공공기관 앱 관리의 심각성을 조명했다.

2016년 10월 4일,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상철 국민건간보험공단 이사장을 향해 “‘M건강보험’ 앱을 사용해 보셨느냐”라며 “보좌진들이 사무실에서 앱을 통해 ‘소아청소년과’를 검색해보니, 치과와 한의원이 나왔다. 이상해서 다른 진료 과목을 선택해봤더니, 또 엉뚱한 병원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M건강보험 앱의 ‘병·의원 찾기’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M건강보험은 건보공단이 2015년 보험료 고지내역 확인, 민원접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출시한 앱이다. 건보공단은 예산 약 6000만 원을 들여 M건강보험 앱을 제작했고 연간 유지보수비는 1700만 원에 달한다. M건강보험의 병·의원 찾기 기능은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였던 만큼 당시 약 45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핵심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건보공단은 국감 당시 ‘혈세 낭비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다.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M건강보험 앱의 ‘현재’는 어떨까.

본지는 최근 M건강보험 앱을 스마트폰에 직접 설치한 뒤 ‘의료기관 찾기’ 기능을 실행했다. 병·의원 찾기 메뉴를 눌렀지만 가장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건보공단이 출시한 다른 앱인 ‘건강IN’이라는 앱을 새롭게 설치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건보공단 측이 ‘병·의원 찾기 기능’의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핵심 기능을 새로운 앱으로 넘기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단은 최근 M건강보험 앱에서 생체(지문·안면)인증 등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로그인시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 대신 생체 인증으로 민원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서 불편을 해소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직장인 A 씨는 “인증센터에서 ‘생체 인증 등록’ 메뉴로 들어가면 ‘설정에서 생체 인증 등록을 먼저 진행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앱 어디에서도 ‘설정’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직장인 B 씨 사례도 생체 인증 서비스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B 씨는 22일 생체 인증 등록을 위해 앱을 설치했지만 공인 인증서가 없어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시행한 생체 인증 서비스에서, 또 다시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B 씨는 “생체 인증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도 이렇게 접근이 힘든데 50대 이상 어르신들은 더욱 불편할 것. 세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쓴다”고 비판했다.

사진=M건강보험 건강iN 앱
사진=M건강보험 건강iN 앱

건보공단이 2017년 제작한 또 다른 앱인 ‘건강IN’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건강IN 앱은 인공지능 당뇨병 예측 등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용자 건강관리를 돕는 앱이다. 하지만 이용자 게시판엔 공인인증서와 관련된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최근 “공인인증서는 왜 필수인가. 사용하기가 너무 복잡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 역시 “공인인증서 때문에 도통 로그인이 안 된다. 감사원에 감사청구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당뇨병 예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이용자는 데스크톱 또는 노트북, 즉 컴퓨터(PC)를 이용해 건강IN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PC에 저장된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설치해도 또 하나의 산이 등장한다. ‘맞춤형 회원 로그인’ 제도를 통해 회원 가입을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입력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모든 절차에는 약 2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해 김용익 이사장이 올해 M건강보험과 건강IN 앱을 통합하라고 주문했다”며 “특히 공인인증 절차를 포함한 로그인 방식에 대한 민원이 많다. 이를 쉽게 하는 방법을 반영해 앱을 개편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M건강보험 앱과 건강IN 앱은 승승장구해왔다.

M건강보험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으로, ‘앱어워드코리아, 올해의 앱’에서 공공서비스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건강IN 앱도 2017년부터 내리 2년간 대상을 받았다. 시상식의 후원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이었다. 정부가 후원하는 시상식에서 이용자들이 불만을 쏟아낸 앱이 연속적으로 상을 받는 ‘셀프수상’이 이어지고 있던 것.

건보공단의 또 다른 앱인 ‘똑똑*건강UP (똑건업)’은 황당한 서비스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똑건업은 건강위험요인별로 건강정보를 제공받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하지만 똑건업 앱 메인 화면엔 ‘회원가입’란이 없다. 이용자 게시판에서 끊임없이 건보공단 측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이는 건보공단 측이 똑건업 앱에서 특정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안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건업 앱은 건보공단 산하 24개 지사에서 관리 중인 만성질환자들이 2018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즉 특정인들을 위한 앱이지만 공단 측은 이점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 일반인 이용자들이 앱을 내려 받을 경우, 당황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건보공단 데이터실 관계자는 “똑건업은 공단 시범사업으로 만성질환자 1000명을 관리하기 위한 앱이다. 앱 메뉴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다. 올해 안에 고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어떤 상황일까.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정보 앱
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정보 앱

심평원은 2015년 3월 야심차게 건강·병원·진료비정보 등 3가지 앱을 통합한 ‘건강정보(HIRA)’ 앱을 출시했다. 앱은 국민들에게 손쉬운 병원 찾기, 요양병원 상세정보, 내가 먹는 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심평원은 2017년 배우 김지원 등 유명 연예인이 등장한 TV 광고를 통해 건강정보 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광고는 “건강정보 앱으로 요양병원, 암 전문 병원 등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하는 영상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 결과, 건강정보 앱은 공인인증 과정에서 최악의 ‘접근 가능성’으로 수년간 질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자가 건강정보 앱에 로그인을 하기 위해서는 PC에서 심평원 공식 홈페이지를 접속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폰 앱에서는 회원 가입이 불가능하다. 공인인증서 로그인 방법 역시 심평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개인이 소유한 PC나 노트북이 없는 이상 건강정보앱을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50대 이상 중년층과 노년층이 건강정보 앱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배경이다. 때문에 이용자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16년도 리뷰에 앱이 형편없다고 불만들이 상당한데 17년도 12월인데도 아직도 공인인증 오류 개선이 안 되어있다”라며 “이런 앱을 만든다고 광고하고 세금을 쓰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질타했다. 다른 이용자 역시 “앱을 다운 받았는데 로그인도 안 되고 앱이 쓸모가 없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측은 당분간 공인인증서 절차에 대한 개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앱 내부에서 회원 가입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개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 역시 “건강정보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앱이기 때문에 회원가입이나 인증서 등록 없이도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문제제기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데도, 변함없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앱
사진=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앱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도우미’ 앱도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예장접종도우미 앱은 2011년부터 부모들이 자녀들의 예방접종 기록을 손쉽게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예방접종도우미 앱에서도 회원가입이 불가능하다. 이용자들은 컴퓨터로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방접종도우미 앱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다. 한 이용자는 “벌써 2019년이다. 왜 아직도 모바일로는 접근할 수 없나. 집에 컴퓨터가 없는 사람들은 PC방을 가야만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단 소리인가”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역시 “컴퓨터로만 회원가입이 되면 앱을 뭐하러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세금 오남용이며 공공기관의 범죄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도우미 개발에 들어간 예산은 약 7000만 원이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앱 개발 초기 국정원에서 보안을 이유로 모바일 앱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들을 금지시켰다. 지금은 보안 인증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며 “곧 앱 자체에서 사용자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하도록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갈 것이다. 최근에 발주해서 업체를 선정했는데 요구사항을 전했다. 못해도 4~5개월은 걸릴 것 같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10년 경력을 지닌 앱 개발자는 “국정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공인인증서 로그인 제도 개편은 개발자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기관은 보통 앱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외주업체와 계약한다. 보건당국이 앱 관리를 제대로 안했거나, 단가를 후려쳐서 아마추어 제작자에게 맡겼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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