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명 작가(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고양명 전 한독약품 대표이사
고양명 작가

고양명 작가는 성균관대 약대를 나와 학술사원으로 일을 시작해 한독약품 대표이사를 지낸 뒤 최근까지 JW중외제약 영업마케팅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40여년 가까이를 약업계에 몸담아 온 국내 제약업계의 원로다. 그랬던 그가 최근 책을 냈다. 한 때는 회사만 생각하던 고 사장이 이제는 국가만 생각하는 작가로 변신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작가’라는 호칭에 아직은 쑥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사실 고 작가가 쓴 책은 이미 선수들 사이에선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자필 사인된 책을 선물 받아 페이지를 넘겨보고선 인구절벽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저자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세부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혼자 보기엔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고양명 작가를 만나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가지고 올 미래에 대해 들어보고 그가 책을 통해 던지는 핵심 메시지를 살펴봤다.

대한민국 ‘인구절벽’ 문제 해결에 원로경영인 나서

이날 만난 고양명 전 한독약품 사장에게 우선 궁금했던 건 새로운 ‘타이틀’을 가지게 된 배경이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제약업계의 발전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그가 작가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답은 간단했다. “우리 손주 큰일 났네”라는 생각에서 책을 써야한다는 사명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책의 제목으로도 쓰여졌다.

사실 이번 책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1973년 한독약품에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까지 오르는 동안 그가 축적한 이론과 실전을 엮어 2008년 ‘영업의 핵심(Core of Business)’을 냈고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의 탄생 배경은 손주를 두고 있는 보통의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데서 비롯됐을 뿐 요란스럽지 않다. 다만 그들과 다른점이라면 저자는 손주들에게 불안한 미래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생각하던 것을 직접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고 작가는 제약산업 현장에 있을 당시 마케팅의 귀재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의약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왕년과 같은 방법으로 접근했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여러 방향에서 분석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손주 큰일 났네(고양명 지음)
우리 손주 큰일 났네(고양명 지음)

“우리 손주 큰일 났네”, 분석 통한 명쾌한 ‘해답’ 제시

“우리 손주 큰일 났네”는 원로경영인의 시각에서 인구절벽의 위기를 분석하고 많은 조사와 연구결과에 근거해 실제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역사를 통해 드러난 저출산 문제의 사례들과 해외 선진국들의 극복 성공 케이스 및 국내 기업들의 노력 등을 최대한 책 속에 담아냈다.

고 작가는 “지금의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과 우리 후손들의 미래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운동에 동참하자”고 독려했다.

또 그는 “정부가 15년 전부터 인구절벽의 위기감을 느끼고 준비를 해왔다. 여기에 2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아직까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젊은 부부들이 정부의 지원책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책 자체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다자녀 부모들은 돈 한 푼 지원받지 못한 게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저출산 문제 해결, 가정에서부터 시작

저자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인구절벽, 미래 먹거리, 비만, 치매, 경제 순으로 봤다. 이에 그는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강력한 캠페인이 있었다면 이제는 ‘만혼을 조혼으로’가 시대적 문제를 대변할 수 있는 적당한 문구로 활용될 시점이라는 것이다.

각종 기사와 통계, 외국의 성공 사례 등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대안을 모색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분석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사실 “우리 손주 큰일 났네”를 읽기 전까진 우리나라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의 문제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심각한 상태에까지 왔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단 얘기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위기인 만큼 정부의 대응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노력도 함께 실행돼야 한다는 것을 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책을 통해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상상한다.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줄 희망이다. 4차 산업, 5차 산업 사회를 살아야 할 우리 아이들을 우리 방식으로 지도하면 안 된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대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미래에 자식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일단 가정에서부터 만들어 주자는 것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감소 문제에 정치권·언론·학계 목소리 모아야

고 작가는 사회적 환경이 사람들의 결혼 관념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는 “임시직 비율이 1% 포인트 상승하면 결혼은 330건 줄고 결혼율(15~39세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은 0.23~0.40건 하락했다. 또 실업률이 1% 포인트 높아지면 결혼은 835~1,040건 줄고 결혼율은 0.18~0.42건이 낮아졌다. -P121”고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진 셈이다.

저자는 현실적인 대안 제시도 잊지 않았다. 첫 애를 출산하면 1억원, 둘째 애를 출산하면 2억원, 셋째 애를 출산하면 3억원을 축하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입했는데도 정작 피부로 와닿는 게 없다면 이는 중간 단계에서 필요없이 돈이 새는 것이므로 직접 당사자에게 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만약 40만명 출산을 목표로 한다면 여기에는 총 40조원이 들어가는 건데 이는 200조원의 예산을 들여도 실제 효과가 미미했던 것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실현 의지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고 작가는 “대안 제시가 없는 문제 제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답을 제시했는 데도 정책 결정권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며 흔들어 깨워야 한다. 일어나지 않으면 일어날 때까지 흔들어 깨워야 하는 것이 학자, 언론 및 전문가들 각자의 역할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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