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년(우정바이오 대표)

사진 =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
사진 =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

우정바이오가 최근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과 잇달아 MOU를 체결하며 우정신약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을 구체화 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한 우정바이오가 막대한 투자비용을 비롯해 클러스터 생태계를 구축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 반신반의 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 지원 아래 조성된 클러스터들은 있었지만 정부의 지원없이 오직 민간이 주도한 바이오클러스터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하지만 팜뉴스와 만난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사무실 책상 한쪽에 설치된 우정신약클러스터 공사 현장 CCTV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요즘 가장 큰 엔돌핀이라는 그에게 우정신약클러스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향후 운영 방안들을 들어봤다.

글로벌 최대 ‘전임상 동물실험 서비스’ 구축에 역점

천병년 대표는 우정신약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한 토대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동탄에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제약, 일양약품, 종근당 등 굴지의 신약 개발 제약사와 연구소를 비롯해 30~40분 거리에 한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세브란스동백병원 등과 아주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이 근처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천 대표는 우정신약클러스터의 핵심으로 전임상 동물실험을 꼽았다. 동물실험은 신약개발 회사라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절차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골치 아픈 분야인 만큼 벤처·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난관이라는 것.

천 대표는 “벤처·스타트업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필요함에도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전임상 동물실험 분야였다”면서 “실험실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동물실험은 자체적으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신약 개발 기업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빠른 실험 결과와 실험 과정을 중간에 변경할 수 있는 유연성 등인데 정부 주도의 클러스터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니즈를 충분히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천 대표는 “향후 민간 주도의 기업 친화적인 바이오 인프라, 상업적인 인프라가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 분야의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가 있고 수요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우정신약클러스터의 미래는 밝다”고 단언했다.

면역 항암·대사질환·장내 미생물 분야 ‘특화’

연건평 1만9755제곱미터에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로 건립되는 우정신약클러스터에는 로봇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실험동물실과 항암 대사질환 신약 연구에 사용되는 질환모델 동물 관리시설을 비롯해 정밀의료지원센터, 신물질 연구 공간, 전임상 시료 생산시설, 유망 벤처·스타트업 및 바이오기업, 벤처캐피탈 등의 입주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우정바이오는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면역 항암 분야, 대사질환 분야, 장내 미생물 분야 등에 특화시켜 최적화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항암 분야는 동물실험을 통해 초기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벤처·스타트업이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 수출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천 대표의 생각이다.

 

우정신약클러스터, 벤처·스타트업 위한 ‘인프라’

천 대표는 “우정신약클러스터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있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다. 개인적으로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와 데이터 해석을 알고 실험 방법도 알고 있는 개인들이 창업한 1인 회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능력있고 경험이 많은 개인들이 자신의 노력만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정신약클러스터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돕는다면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더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정신약클러스터 내 벤처·스타트업 선정은 후보물질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맡게 되며 벤처캐피탈리 투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천 대표는 “약학대학 출신으로 이 분야의 능력있는 분들을 많이 알고 있고 전체적인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단 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평가단을 우정바이오가 주도적으로 꾸릴 것인지, 벤처캐피탈과 우정바이오 사이에 둘 것인지,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누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느냐 보다는 벤처캐피탈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있고 우정바이오가 깊이 관여할 욕심은 없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에 따르면 우정 클러스터 내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은 평가단의 1차 평가를 받고 통과가 되면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게 된다. 1차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우정 클러스터 내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이후 1차 데이터의 결과가 좋으면 2차 투자가 이뤄지고 좀 더 스케일이 큰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천 대표는 “보통 2차 데이터가 구축되면 후보물질에 대한 객관적인 시장 가치 산출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국내외적으로 기술 거래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대표는 “우정신약클러스터는 벤처·스타트업이 수익을 내고 리스크를 줄이는 최적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상장 자문, 특허 자문, 법률자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벤처·스타트업의 후보 물질이 우정바이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지분 참여 등을 통해 직접 투자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자 기술 플랫폼 보유 바이오기업 입주 ‘우선’

우정신약클러스터에는 유망 벤처·스타트업과 더불어 독자적인 기술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 최우선적으로 입주 기회를 받게 된다.

천 대표는 “분석 기술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병원 내에 많은데 이들 상당수는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매출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동물실험”이라며 “우정바이오의 동물실험 서비스가 이들에게 매출 확대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천 대표는 이어 “주변에 바이오 전문가들이 많은데 이들이 과연 데이터를 기반으로 벤처·스타트업과 바이오기업을 평가하는지 의문”이라며 “정교한 시스템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은 자체 기준과 판단으로 투자처를 선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정확하고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야만 기술 거래가 활발해 질 수 있는데 우정신약클러스터가 자리를 잡게 되면 벤처캐피탈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

천 대표는 향후 우정신약클러스터 내에 입주한 바이오기업들이 서로 상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세미나를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기술과 후보 물질을 홍보하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진행되면 투자자 등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찾을 것이고 벤처·스타트업도 자신들의 강점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정바이오 보유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

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우정바이오를 일반적인 CRO기업, 심지어 방역업체 등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단순한 CRO기업이 아니다”라며 “일반적인 CRO기업은 정해진 프로토콜에 입각해 독성실험과 안전성을 실험만 하지만 우리는 항암 분야에 특화된 전임상 실험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초기 임상 단계에서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정밀의학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정바이오가 시장에서 자금력, 프로젝트, 사업의 규모 및 수익에 비해 굉장히 저평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왜 스팩 상장을 했냐고 묻는 분이 있는데 당시에는 내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후발 CRO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코스닥 상장이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 안에 상장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고 언젠가는 우리의 비전과 기술력을 인정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천 대표는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특화된 플랫폼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강점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며 “최근 잇달아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것도 이 같은 오픈이노베이션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우정바이오의 최종 목표는 신약 개발이다. 향후 클러스터 내 벤처·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이들과 함께 신약개발을 도모하거나 자체 역량으로 신약 개발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우정신약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면 우리의 사업 모델과 신약개발 역량을 언젠가는 시장에서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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