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암 치료는 완치까지는 아니어도 생존기간 연장이나 증상 완화 및 삶의 질(QoL)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여기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급증하는 암 환자 수와 함께 외래비중까지 늘어나면서 실제 진료현장에선 제대로 된 소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환자 스스로 증상을 평가하고 의사에게 직접 결과를 전달하는 ePRO(electronic Patient Reported Outcome)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환자의 QoL을 개선하는 다양한 임상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PRO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지만 이미 해외학회에서는 해당 연구결과가 보고되는 등 의료진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PRO의 개념과 미국, 유럽 및 일본 등의 사례를 점검했다.

▶▷ 현대 항암치료, 일상생활 병행에 무게

현대의 암 치료는 과거처럼 장기간 입원을 강요당하는 방식과는 크게 다르다. 이는 성공적인 항암치료와 개인 생활 모두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점적으로 주사하던 항암제가 경구용 약물로 개발돼 1~3주 단위로 통원하면서 받는 표준 치료요법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

항암 치료에서 외래 통원은 부작용을 적절히 제어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부작용은 개인차가 상당히 크고 출현하는 증상이나 정도, 시기가 사람마다 달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만약 부작용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 같으면 정기적으로 제토제 등 지원의약품을 추가하거나 항암제 변경을 통해 치료효과를 최대한 확보하하면서 약효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 美 FDA, 신약개발 분야서 ‘ePRO’ 주시
‘보이지 않는 부작용' 극복 통해 QoL 개선


다만 암 환자가 대부분의 치료 기간을 가정에서 보내는 현재의 치료 스타일에도 과제는 존재한다.

우선 통원 치료는 의료진이 즉시 관찰 할 수 있는 입원과 달리 환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상반응(부작용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또 환자의 기억력이나 전달 방법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재택 치료 기간 중 나타나는 다양한 부작용 경험을 환자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짧은 진료시간 내에 의사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환자의 ‘보이지 않는’ 부작용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육안으로 나타나는 탈모나 피부질환처럼 객관적인 사실이 명백하거나, 혈액검사 데이터와 같은 수치 변화 등은 환자의 정확한 상태 파악을 가능케 한다.

문제는 손가락 저림이나 불안감 등 환자 본인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 즉 밖에 드러나지 않는 부작용이다.

이 같은 괴로움은 가족이나 동료에게 조차 드러나지 않는 만큼 환자에 대한 배려도 어렵고 무엇보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전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의료진에게도 과소평가 된 채 치료가 계속되면 환자의 QoL이 현저하게 저하하는 것은 당연한 것.

실제 다양한 연구에서 의료진이 평가한 환자의 부작용은 상당히 과소평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최근 들어 환자 자신에 의한 주관적 평가(PRO)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美 FDA를 중심으로 신약개발 분야에서 PRO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日, ePRO 통해 QoL 개선 연구 유용성 확인
약사 복약지도 등 완전 디지털화 모색 중

실제로 PRO는 ‘환자 일지'라는 종이 기반의 기록물로 그간 광범위하게 시도됐지만 사실상 효율적으로 활용된 케이스는 드물다.

이는 환자 중심으로 자유롭게 표현된 부작용이 큰 편차를 보이면서 사실상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떨어졌으며 이 같은 아날로그 정보는 자료 축적 자체도 어려워 실제 연구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일본의 사례는 ePRO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 성마리안나 의과대학 종양내과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마크 시트(mark sheet)를 이용해 환자의 PRO 정보를 수집해왔다. 실제로 환자들은 집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스스로 마크 시트에 기록했으며 이를 내원 시 병원에 전달했다.

이는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돼 실제 진료현장에 활용됐다. 일종의 ‘반 디지털’ 시스템인데, 이 구조에 의해 환자의 ’보이지 않는‘ 부작용은 가시화 됐으며 상세한 데이터는 병원 전체에 공유됐다.

결과적으로 해당 데이터가 약사의 복약지도나 간호사의 매니지먼트 등에 활용되면서 부작용 관리의 질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축적된 디지털 정보는 환자의 QoL을 개선하기 위한 임상연구에 적극 활용될 수도 있다.(표 참조)

실제로 성마리안나 병원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QoL과 부작용에 대한 임상 연구를 실시하고 일본임상종양학회(JSMO) 및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해당 연구결과를 발표, 응용 연구의 유용성을 확인했다.

현재 병원은 해당 시스템의 완전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인터넷에 연결하는 전자 매체를 이용한 부작용 정보 수집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美·日, 암 치료 영역서 ePRO 연구 활발
천문학적 비용의 신약개발 효과에 필적 주목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Ethan Basch 교수는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7)에서 ePRO에 관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는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재발 암환자 7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치료기간 동안 전자 장치를 이용해 부작용에 대한 보고를 진행했고(ePRO 그룹), 다른 그룹에는 일반 진료를 실시했다(통상 진료그룹).

그 결과, 부작용에 효율적으로 대처한 ePRO 그룹에서는 일반 진료그룹에 비해 응급실 진료 빈도가 줄었고 QoL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ePRO에 의한 관리를 수행함으로써 생존 기간 중앙값이 5.2개월 연장된 것으로 확인된 것. 이 수치는 그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개발된 신약의 효과에 필적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ePRO 관한 대규모 연구가 다수 진행 중에 있다. 일본에서는 ‘암치료지원학회(JASCC)’에서 일상 진료에 ePRO 시스템 보급을 목표로 한 PRO 워킹그룹을 발족했다. 또 작년 일본에서는 그간 일반적으로 사용됐던 객관적 평가 척도가 아닌 환자 자신에 의한 주관적 평가를 반영한 PRO-CTCAE의 일어 버전을 NCI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와 함께 성마리안나 병원은 항암제 치료에서 예방적 제토제 사용에 대한 다기관 연구 성과를 보고하기도 했다(J Clin Oncol 2018 게재). 현재 일본은 JASCC와 협력을 통해 ePRO을 이용한 에비던스 창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혁신적인 항암신약 개발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작용 등 암 치료의 세심한 부분까지 관리될 수 있어야 신약의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ePRO와 같은 디지털 시스템은 시간이 제한된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 간 부작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관련 근거 창출과 암 진료현장에서의 활용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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