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기반은 현재 민간이 주역이 돼 산업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최근 2~3년 동안 달라진 국내 바이오산업의 위상을 인정하고 집중적인 바이오 육성·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을 토로하고 있다. 부족한 재정 지원과 규제 개선에 대해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정 지원 및 규제 개선 ‘시급’

실제로 정부가 신약개발 지원을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 최소 1조 원 이상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재 국내 제약업계 전체에 투입되는 연간 R&D 비용은 2조 원 규모다. 이 중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2,000억 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있어서는 더욱 소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간된 ‘2016년 신약개발 정부 R&D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7년 간 신약개발에 연평균 2,812억 원에 해당하는 총 1조 9,681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 중 바이오 투자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바이오산업 육성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미국이나 중국 정부처럼 투자 확대 지원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 초기 스타트업 지원 ‘구멍’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정체된 원인에는 민간 벤처캐피탈의 투자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전체 산업의 2%대에 불과했던 국내 바이오 투자는 2013년 들어 1,463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2,928억 원, 3,17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6년엔 전체 투자의 22%에 달하는 4,686억 원이 이곳에 투입됐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예년 수준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실제 지난해 업종별 신규투자에서 바이오 분야는 3,788억 원에 그치면서 전체 업종 중 전년 대비 감소 폭이 가장 큰 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 유망산업으로써의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바이오벤처의 하락세가 해당 산업을 홀대하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

약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스타트업 초기부터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모색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책 추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바이오산업 지원기능을 통합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무형자산 축적엔 성공, 사업화 연결 모색

정부가 사업화 연결고리를 단절시키는 ‘속빈 강정’식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임상 파이프라인은 절대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신약으로의 허가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상당히 낮은데 이는 결국 원천기술의 질적 수준과 연관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R&D 투자비용도 글로벌 바이오기업과 비교해 절대 금액 및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용 모두에서 절대적인 열위에 있는데 이는 곧 기술수준의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가 R&D 성공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사업화로 연결되는 경우는 20%에 그치면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KISTEP에서 매년 조사·발표하는 정부 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보고서에서 바이오분야 성과는 논문, 특허 성과의 비중은 높으나 이에 따르는 경제·산업적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1~2015) 전체 정부 R&D 사업화 건수의 연평균 증가율 29.0%에 비해 바이오 분야의 증가율은 14.1%로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기초·원천연구의 성과가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약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의 경우 투자를 통해 장벽을 넘어설 수 있지만 제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수용성 장벽을 깨야 한다. 이는 아무리 공급경쟁력이 높아도 수요경쟁력이 낮으면 산업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바이오의약품산업은 그동안 논문·특허 등 무형자산 축적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통한 산업 성장, 고용 창출 등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던 만큼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수용성이 맞물린 산업생태계 차원으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또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지만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과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 벤처캐피탈의 활성화가 맞물려야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심사 스피드·정확성, 경쟁력 확보 ‘관건’

약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한 심사·허가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비용을 부담할 경우 의약품을 빠르게 허가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실제 유럽에서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사례를 보면 가장 먼저 출시된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후발주자로 나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플릭사비’는 램시마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이 두 약제의 점유율은 각각 42%와 1.5%였다. 반대로 삼성은 유럽에서 ‘엔브렐’의 첫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 출시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후발주자들은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당국도 스피드와 정확성을 모두 겸비하려면 전문인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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