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 CEO들이 2017년에 공통적으로 던진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신약개발’이었다. 그동안 연구개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던 국내 제약사들이 한미약품을 필두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모든 게 순조로울 수는 없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담보할 만한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형태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지목했다. 특정 분야의 실력을 갖춘 ‘능력자’들이 각자 재능을 공유해 최고의 성과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혁신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한편 치열한 경쟁에서 지속적인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개방형 혁신이 기술개발 단계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기업들의 ‘혁신’이 향후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 보았다.

▶▷ 전 세계 제약산업 ‘오픈이노베이션’ 열풍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은 기업들이 연구, 개발, 상업화 과정에서 타 기업·연구소·대학 등 외부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으로 최근의 산업 침체를 돌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제품 기획,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전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공동 연구개발, 지분 투자, 인수합병 등 기존의 오픈 이노베이션 유형을 탈피한 새로운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제약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업 내부에 기술이 없으면 밖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분위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하나의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평균 1조 원이 소요되고 10년 이상의 연구기간이 필요한 데다 성공률마저 낮은 만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및 국내 기관들과 ‘상생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 협력과 공동 연구개발(R&D Open Innovation)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KRPIA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은 다양한 관련자들이 협업하는 개방형 연구개발을 통해 전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더욱이 R&D 촉진과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목표로 한 국내 제약산업에도 오픈이노베이션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답이라는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기존 고전적 제약강국이 아닌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싱가폴, 벨기에 등의 신흥제약강국들 역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공동연구 및 다양한 임상연구 진행으로 우리나라 R&D 투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환자들의 신속한 신약접근과 국내 임상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김옥연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는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에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방형 혁신’ 통한 해외공동진출 대표 사례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업계와 함께 15건의 해외 공동 진출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동반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점차 늘고 있으며 다국적사 중에는 MSD와 사노피가, 국내사로는 한미약품과 동아ST 등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먼저 MSD는 한미약품, 동아ST,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전 세계 각지에서 혁신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사이언스 앰버서더’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전담 비즈니스 임원이 직접 투자협력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SD의 고혈압 복합제인 ‘코자 XQ’는 한미약품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미의 ‘아모잘탄’이며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다. MSD가 지난 2009년부터 전세계 50여개국에 이 치료제를 판매 중에 있으며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역시 같은 형태로 세계 2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4위에 랭크돼 있는 MSD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한 한미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성공한 ‘개방형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MSD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파트너로 지목, 다수 제품에 대한 글로벌 상업화 부분에 협력하기로 하고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에서도 앞서 나갔다.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부터 임상시험, 해외 허가까지 마친 약으로 MSD는 글로벌 상업화를 진행하게 된다. 삼성은 현재 휴미라,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에 있으며 이 역시 MSD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로써 MSD는 4개의 탄탄한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선 MSD라는 든든한 빅파마를 등에 업은 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게 됐다.

동아ST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잭팟’을 노리고 있다.

우선 지난해 애브비의 자회사인 AbbVie Biotechnology에 Fisrt-in-class 면역항암제인 DA-4501(MerTK 저해제)를 기술 수출한 바 있다. 총 계약규모는 계약금 4,000만 달러, 마일스톤 포함 4억 8,500만 달러다. 이는 국내 제약 역대 최대 규모 기술이전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동아ST가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수한 기술력도 있었지만 MerTK 저해제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본 애브비의 ‘안목’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즉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게 ‘빅딜’ 성사에 핵심일 수 있단 얘기다. 또한 동아ST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신약인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도 미국 및 유럽지역에서 MSD와 협력하고 있으며 그 외 지역은 바이엘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있다.

사노피와 한미약품의 합작품인 ‘로벨리토(ARB+스타틴)’는 다국적기업과 국내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로벨리토는 양사가 개발부터 발매, 마케팅까지 공동 진행한 제품으로 지난해 9월 기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사노피는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해 SK케미칼과도 손을 잡았다. 양사는 지난 2014년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개발에 대한 제휴 협약을 맺고 초기 기술료와 개발단계별 기술료 등 총 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제품은 오는 2020년 이후 출시될 예정이며 개발이 완료되면 4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글로벌 페렴구균 백신 시장에서 사노피가 글로벌 판매권을 갖게 된다.

쥴릭파마는 보령제약과 동남아 13개국에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독점판매 기술수출에 대한 계약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보령제약은 쥴릭파마로부터 기술수출료 300만 달러를 받고 15년간 순차적으로 1억 2,600만 달러 규모의 카나브를 공급하게 됐다.

또한 후속계약으로 쥴릭파마와 카나브 복합제인 ‘카나브 플러스’의 동남아 13개국에 대한 독점 판매권 계약도 체결하며 로열티 75만 달러를 비롯해 15년간 2,771만 달러 규모의 완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필름형 의약품 개발의 선두기업인 씨티씨바이오는 애보트에 발기부전치료제와 B형간염치료제를 필름형으로 공급하는 것을 포함해 위궤양 치료제를 공급하고 애보트는 중국 등 아시아 9개국에서 이를 판매하기로 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이 계약으로 약 70억 원의 업 프론트 수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RPIA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임상시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항암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다국적제약사들이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 국내 기업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요 제약사, 외부 투자 확대 및 투자 유형 다양화

최근 우리나라 제약사들을 보면 자체 연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의 유망 기술도입 및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 및 벤처에 투자하거나 펀드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 이처럼 오픈이노베이션이 기술 확보의 새로운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벤처에 대한 투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사의 외부 투자 금액은 총 2,1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606억 원) 대비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제약업계에 ‘개방형 혁신’ 바람을 일으킨 한미약품은 2016년 총 1,300억여 원을 투자, 외부 투자 금액이 가장 많았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한미벤쳐스를 1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했다. 이를 통해 초기 단계의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신생 제약·바이오 벤처 등에 투자하는 등 개방혁 혁신 전략을 연구개발 투자의 수단으로 삼았다. 상용화 단계에 이른 후보물질에 대한 투자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담당한다.

지난해 6월에는 약국 자동화시스템개발 업체인 제이브이엠을 1,291억 원에 인수했다. 한미약품이 보유한 영업력을 활용해 병원·약국 자동화 솔루션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미국 안과 전문 바이오벤처 알레그로에 2천만 달러를 투자, 망막 질환 치료 신약인 ‘루미네이트’를 공동 개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바이오 벤처 기업인 ‘레퓨젠’과도 2015년 8월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함으로서 연구를 시작했다. 차세대 항체신약 플랫폼 기술인 ‘리피바디'를 개발해 안과 및 전신 질환(항암, 자가면역)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한미의 노력은 ‘국내 연구개발투자 1위 제약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실제로 지난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으로는 최초로 R&D 투자액 1,000억 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제약업계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1조 클럽’을 달성한 유한양행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10년 이후 공격적인 외부 투자를 단행, 이후 6년간 1,469억 원을 바이오벤처 등 13개 기업에 투자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유한양행은 지난해 총 352억 원을 투자해 이를 대부분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발굴에 쏟아 부었다. 이처럼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작년 3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6.5%를 신약연구에 투자했으며 R&D 본부장과 개발실장을 새롭게 영입하는 등 신약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한올바이오파마와 테라젠이텍스에 각각 295억 원, 2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엔 파멥신 및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 등에 35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고 이 외에도 제노스코(폐암치료제), 이뮨온시아(면역항암제), 네오이뮨테크(면역증강 단백질) 등 5개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등 외부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이오니아, 테라젠이텍스, 엔솔바이오 등 여러 바이오벤처사와 개방형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올바이오파마를 1,040억 원에 인수한 대웅제약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조직 자체를 갈아 엎었다. 올해 초 ‘글로벌 생산관리센터’, 외부와의 개방형 협업을 위한 ‘오픈 콜라보레이션 사무국’, ‘임상센터’ 등이 신설됐다.

‘글로벌 생산관리센터’는 대웅제약의 국내외 생산기지와 한올바이오파마, 대웅바이오를 아우르는 통합 생산관리 및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글로벌 생산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이다.

오픈콜라보레이션 사무국은 외부 R&D 과제에 협력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기존 임상팀을 임상센터로 격상하고 조직을 확대해 임상시험 수행 역량을 강화했으며 BMS 출신의 한용해 씨를 새로운 연구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아울러 한독은 에비포스텍(진단기기), JUST-C(기능성 식품)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총 123억원 투자했으며 지난해 11월 일본 기능성 원료회사 테라벨류스를 211억원에 인수했다.

▶▷ 오픈이노베이션 ‘소개팅’ 최적지 JP 모건 컨퍼런스 지목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파트너 찾기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몰리는 곳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다. 전 세계 내노라 하는 제약사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거래의 장으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우선 국내에 JP 모건 컨퍼런스가 알려지기 시작한건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이곳에서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이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사들이 앞다투어 참석을 희망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선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에겐 이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위상과도 직결된 문제란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컨퍼런스가 일명 ‘월스트리트 쇼핑몰’이라 불릴 만큼 여기서 빅파마들의 ‘장바구니’에 담겨지기만 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하이패스’ 역할을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기술수요자와 공급자간 1대 1 기술 거래 협상이 이뤄지는데 이로 인해 치열한 파트너링 탐색전이 벌어진다. 웬만한 기술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쟁쟁한 기업들이 참석한 만큼 우리 입장에선 철저한 기술 확보와 전략이 수반돼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들어보면 국내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제약산업이 우리를 보는 수준은 딱 ‘1%(한국의 글로벌 제약산업 비중)’란 얘기였다. 사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해외 투자는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이 보여줬던 사례와 비교 자체가 불가한 수준이다.

이에 해외에서 한국 제약사를 보는 수준도 정확히 그 정도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자체 연구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외부 유망 기술을 도입하거나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 가능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우수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공동연구 등을 통한 협업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 ‘혁신’, 국내와 국외로 나눈 접근은 안 돼

정부는 국내 제약기업의 구조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실시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를 시행했다. 국내 제약사의 ‘체질개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자는 이유였다.

매출액 대비 일정 정도 이상 비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기업들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신약 개발을 독려하고 이에 따른 약가 우대,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 제도에 포함된 다국적 제약사는 현재 한국오츠카제약과 사노피 등 두 곳이다.

실제로 오츠카는 다국적제약사 이지만 국내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원료의 합성부터 완제품의 생산까지 일관된 제품의 생산시스템을 통해 국내공급뿐 아니라 미FDA 및 EU GMP 승인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아시아 10개국, 유럽 21개국 등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 한·중·일 3국의 협력 글로벌 임상연구개발 활동에 참여, 우리나라의 임상수준 향상과 시장 확대에도 기여했다. 특히 지난 2009년과 2014년에는 보건복지부와 약 9,500만 달러와 8,000만 달러의 투자협력양해각서(MOU)를 각각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세계 시장에 제품을 앞서서 출시하고 임상시험을 선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신신경용제 ‘아빌리파이’의 뚜렛 장애 적응증 추가는 전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진행됐으며 국내 임상시험결과를 통해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적응증이 추가됐다. 복용편의성을 개선한 신규 제형 ‘프레탈 서방캡슐(항혈전제)’은 국내에서 개발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발매했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연구개발투자와 제조시설 확대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다각화 된 전략 실행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 마련에 인색해 다국적사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다국적 제약사가 오츠카와 사노피 두 곳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다국적 제약사들은 혁신형제약기업 인증기준부터 차별을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혁신'이란 의미를 국내와 국외로 나눠 달리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일례로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보험약가 제도 개선안’을 보면 약가 우대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 혹은 국내에서 생산 또는 사회적 기여도 등을 고려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인정한 경우 ▲품목 허가를 위한 1상 이상의 임상을 국내를 포함해 실시한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이에 준하는 국내-다국적 제약사 간 공동계약을 통해 개발한 경우가 해당된다.

그런데 문제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관련한 조항에서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오츠카와 사노피를 제외하고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다국적 제약사는 없기 때문이다.

또 기술 수출과 관련해서도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사 간 공동계약을 통해 개발한 경우로 한정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제약사들을 대표하는 두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사의 요구에 정부가 응답했다고 환영의 입장을 내놓은 반면 KRPIA는 특정 우대요건에 있어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KRPIA는 신약 우대 제도에 관한 몇몇 사항이 다국적제약사가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조항이라며 불공평한 개선안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신약 우대 방안은 국내 개발 신약의 경우 100% 적용되는 반면 글로벌 도입 신약의 경우 혁신성과는 무관한 특정 우대요건을 맞춰야 한다면서 글로벌 제약사 도입 신약들은 절반도 해당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즉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오픈이노베이션에 있어 도입 신약에 대해 이중 구조로 운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개선안이란 얘기다. 이에 KRPIA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불명확한 개념 등으로 평가시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은 조항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 범주와 세부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다국적 제약업계도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에 다국적 제약사가 현재까지 두 곳에 그치는 것은 자칫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들의 R&D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국내 R&D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 외부협력 통한 ‘내부 수혈’
정부 지원 및 R&D 신뢰 회복이 관건


전 세계 제약산업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대세인 만큼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우리나라 제약사의 R&D 방법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자체개발 제품을 임상초기에 다국적제약기업에 라이선스 아웃한 후 후기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또는 다국적 제약사의 개발 제품을 초기에 국내로 들여와서 공동으로 개발하는 경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떠한 협력 형태이든 다국적사가 추구하는 공동연구개발 전략에 대한 깊은 이해의 필요성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각 국의 제약기업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에 세제혜택을 만들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는 것도 협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식약처가 PIC/S에 가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ICH 정식 회원사가 된 만큼 국내 제약사와 의약품에 대한 해외 신뢰도는 선진국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에 정부가 나서 제약산업을 적극 지원한다면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제약사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국 해외에서 ‘오픈이노베이션’ 문을 먼저 두드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내부에서 보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아이디어가 더 많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들의 제약·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형식은 대부분 지분투자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M&A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뛰어난 벤처를 과감히 M&A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화이자, 사노피, 로슈 등 거대 제약사들은 기술개발 조직과 별도로 투자조직을 두고 유망한 초기 기술과 벤처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M&A도 단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중심으로 M&A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한 서베이 분석결과에 따르면 ‘뉴커머’ 국가들 중 한국은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이끄는 혁신환경이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능력이나 임상환경 등 제반평가 항목에서 평가 국가들의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마켓 액세스’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게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OECD 평균과 비교해 약가가 낮고 신약 보험등재 프로세스가 지체되는 것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지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미약품 이슈 이후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반적인 하향 재평가가 진행됐다. 이에 대부분의 상위 제약사 주가는 신약개발부문에 대한 가치를 기존보다 낮게 평가 받으며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의 성공확률이 낮은 데다 이 과정에서 기술수출 계약 해지 케이스도 많았던 만큼 이러한 시각은 사실 일반적인 변동성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의미 있는 임상 성과가 현실화 된다면 주가는 물론 업계 이미지 회복까지 가능할 것이란 의미로 향후 신약 파이프라인 중에서 사업화에 근접할 경우 제약산업의 반등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란 전망인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대형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신약 개발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이 확대될 경우 국내 제약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신약 파이프라인 도입 의지를 다수 발표함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 기술수출 등 개방형 혁신 차원의 제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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