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상무] 

우리나라 임상시험은 2002년에 IND와 NDA가 분리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속적인 규제개선과 보건복지부의 임상시험 지원 정책에 힘입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여년 간 매년 15%씩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성장은 국내제약회사와 다국적제약회사 모두 적용되는 괄목할만한 성장이었다.

미국 임상시험 관계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시험 프로토콜 점유율은 2013년 7위를 기록한 이후 2015년까지 계속 그 기록을 유지 해왔다. 통계 순위로만 본다면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수준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세계 임상시험 강국’으로 가일층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 성과에 만족하기보다, 추가적인 동력 확보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20여년 간 근무한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우리나라 임상시험을 진흥하기 위한 몇 가지 실질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임상시험 신고제(Clinical Trial Notification) 도입해야

현재 우리나라 임상시험 승인제도 아래서 임상시험 계획 검토 기간은 30영업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사안에 따라 30 영업일 이상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기관 개시 일정이 지연되거나 승인시점 예측이 불확실한 점이 종종 국내 제약회사와 글로벌 제약사 모두에게 도전이 되곤 한다.

이와 관련해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불필요한 규제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도입을 추진했으나 입법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9년간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임상시험을 경험했고 이 경험을 기반으로 일부 위험성이 낮은 임상시험을 분류해 사전승인이 아닌 신고제 도입을 제안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국가에 임상시험을 할당 할 때 임상시험 계획서류 출시부터 기관 개시까지의 기간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하고 있다. 즉 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 기간이 짧아지므로 그러한 국가에는 임상시험을 할당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관개시까지의 기간 단축은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에 매우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R&D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임상시험계획 검토 및 승인기간 단축돼야

현재 우리나라의 임상시험계획 검토기간은 30영업일이며 기관윤리위원회의 검토기간은 2~9주로 다양하고, 원칙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토와 병행해 검토가 가능하다.

그러나 종종 전문심사인력의 부족 등의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해진 검토기간에 임박해 자료보완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현업에서 느끼는 임상시험계획의 검토 및 승인기간은 훨씬 길다. 임상시험계획 검토 및 승인기간 단축은 상기 임상시험 신고제와 더불어 결과적으로 기관개시 일정을 앞당김으로써 임상시험의 국가경쟁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관윤리위원회 서식 표준화해야

각 임상시험실시기관마다 다른 기관윤리위원회(IRB) 서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맞추어 임상시험 관련 정보를 만들고 입력하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기관윤리위원회서 입력해야 하는 많은 정보는 임상시험연구계획서에 이미 기술된 내용이고 기관윤리위원회 서식에 입력해야 하는 것은 정보의 중복 입력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관윤리위원회와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각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관윤리위원회의 서식을 표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상시험 계약서 표준화해야

임상시험 의뢰자와 각 기관에서 요구하는 계약서에 포함되는 내용이 대동소이하면서도 기관특이적으로 다르다. 계약서 관련해 의뢰자와 기관이 상호 의견 합의를 보기까지 통상적으로 4~8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필자는 제약사 근무 당시 우리나라 대표기관과 master clinical trial agreement를 맺은 적이 있었다. 기관특이적으로 통상적 요구 사항에 대해 미리 합의한 후 새로운 임상연구 계약서 검토 시 연구 특이적으로 요구되는 사항만 추가함으로써 검토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관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를 얻게 되므로 계약 합의까지 시간 및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일 호주와 같이 하나의 통일된 임상시험 계약서를 사용하고, 시험 특이적인 부분은 첨부 문서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기관개시까지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므로 임상시험의 국가경쟁력 향상에 일조할 수 있다.

특정 질환은 1, 2차 의료기관도 임상시험 허용 제도화

우리나라에는 184개의 기관이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3차 의료기관 또는 의약품 등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에 관한 규정에서 요구한 조건에 부합하는 기관들이다. 즉, 관리약사 및 자료보관 책임자 등의 전문 인력과 임상시험 심사위원이 위촉돼 있어야 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정 덕분에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로 인해 간혹 임상시험의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질병을 진단받은 후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는(treatment naive)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나 의료전달체계상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그러하다.

임상시험이 3차 의료기관에 집중된 현실을 감안하면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이루어지는 질병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3차 의료기관에서 시행한다는 것은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다만 임상시험에 필요한 인력 및 시설 부재가 문제될 수 있는데, 가까운 글로벌 선도센터나 지역의 대표적인 임상시험센터의 활용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에 근거해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경쟁력을 제고 하기 위한 몇몇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제언했다.

우리나라에 글로벌 임상시험이 도입되고 국내 신약개발 기업이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임상시험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임상시험 선진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도 임상시험 관련 제도와 절차를 꾸준히 개선함으로써 자국 내 기업의 신약개발을 지원함과 동시에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를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까지의 성적표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제도개선으로 우리나라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니즈(unmet medical needs)에 부합한 신약개발을 촉진하고 신약개발 강국으로 흔들림 없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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