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승 초이스앤파트너스대표 컨설턴트] 

팜뉴스의 지난 3월 1일자 ‘GSK, 매출목표 목적 고전적 MR 중요성↓’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GSK, 글로벌사장, 일본, 의료ICT, 빅데이터의 큰 단어들 사이에서 두 가지 문구 ‘고전적인 MR’ 과 ‘매출목표에서 분리돼 활동’이 눈에 확 들어왔다.

뒤이어 반응하게 되는 내 머리 속에는 ‘호기심’과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는데 그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영업사원과 매출 목표

‘고전적인 MR’과 ‘매출 분리 활동’이란 맥락적으로 일맥상통한 이야기로 ‘매출 분리’란 단어에 집중해 보자. 영업은 다른 직무에 비해 결과가 뚜렷한 활동에 속한다.

뚜렷하다는 것은 활동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구체적이며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특정 기간별로 수백 명의 영업담당자를 평가해 1위부터 꼴등까지 일렬로 세울 수 있다.(공정성을 제외한다면)

이 얼마나 화끈하고 매력적인 일인가. 이 모든 것이 ‘매출 목표’와 그에 따른 ‘달성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MR의 활동에서 ‘매출 분리’가 무슨 말인가. 영업담당자, 영업관리자, 영업기획부서 그리고 HR을 포함한 Operating 관련 임원들은 여기에 무슨 의견을 가질까.

GSK의 품목들이 독점적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닌데 무슨 전망과 방법론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자.

제약 영업부에서는 ‘영업목표’와 동일 시 되는 것이 ‘매출 목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장률’ ‘점유율’ 이런 단어는 딴 나라 이야기였고, ‘No 1’ ‘최고의 provider’ 같은 것들은 지구 밖의 언어였다.

Top-down으로 내려온 해당 년도의 매출 목표 달성만이 영업사원과 관리자의 귀에 착 달라붙은 영업 ‘목표’이며 자신들의 존재 ‘목적’이었다. 다국적제약, 국내제약사 구분할 필요도 없다. 영업사원과 영업관리자에게만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매출목표와 그에 따른 매출액은 바로 회사의 이익(profit)과 규모와 연결되므로 임원과 CEO의 생각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그 단어를 공개적으로 대놓고 사용하는 것이 꺼림칙했을 뿐이다.

규제 강화로 새로운 용어 등장

다국적제약을 중심으로 10여년 전부터 ‘매출 목표’, ‘세일즈 타깃’ 등의 단어가 제약영업전략, 마케팅부분에서 사용 빈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공정경쟁규약’ 시대에 들어서면서 해당 단어들의 공개적인 사용 빈도는 더욱 낮아졌고 그 공간을 차지하는 용어로 등장한 것이 ‘성과(performance)’다.(물론 회사마다 차이는 크다) 최근 영업부에서 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과의 의미를 논하는데 있어 잠시 전문가의 용어를 빌려보자. 헬스케어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전략적 대안을 제시한 Kellogg school의 Andris A Zoltner 교수에 따르면(Sales) Result는 두 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Company result, Customer result다. Company result는 매출, 이익, 성장률, 점유율 등을 지칭하며, Customer result는 고객 관계 및 유지, 충성도, 신뢰도 등이다.

영업적 측면에서 고객결과가 있어야 회사결과가 있다고 하며 고객결과 없이 회사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지난 시기 우리는 공인되지 않은 수단을 사용해 고객결과 없이 바로 회사결과로 만든 적이 있었다)

관계 중심의 마케팅/영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 중의 하나가 형님-동생 관계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제약 담당자는 세일즈에 연결되는 고객과의 관계 성립과 유지, 증진에 있어 전문가다. 그런데 이런 고객 결과를 굳이 따로 거론할 때는 새롭거나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고객결과’ 전 단계에서의 영업부 활동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회사의 경영/마케팅 전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영업부는 기능적 전략을 세우고 이에 따른 특정 시기 안에서의 영업부 목표를 설정한다. 이후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을 구성하면서 역할을 나누고 활동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이 영업부 조직 안에서 이루어진다.(Andris A Zoltner 교수는 이를 세일즈 시스템이라고 지칭한다. 아래 그림 참조) 



활동하는 단위는 영업팀과 담당자이며 이 과정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만든다. 물론 이 관계를 연결하는 것은 제품(의약품 또는 서비스)이다.

국내 영업 현황

국내 제약 현황을 보자. 그런데 이 연결고리가 꼭 제품이었을까? 제품과 무관한 연결관계 망 위에 제품이 얹어져 있지는 않았을까. 이에 조금이라도 수긍하게 된다면 기존의 세일즈에 연관된 고객과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도매 CSO 담당자와 MR의 구분 또한 없어지게 된다. 잘 조성된 비즈니스관계 위에 어떤 제품이든지 올리면 되는 전자의 영업방식과 회사와 제품(서비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제약영업부 소속인 후자의 영업방식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제약회사는 굳이 비용을 들여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교육시켜 최신의 기술과 도구를 사용해 영업을 전개할 필요가 없게 된다. 물론 이 비즈니스모델에 맞는 제품군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다국적 제약사는 자신들의 제품군이 이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 순간 제약산업이 미래 산업이 아닌 단순 제조판매업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제약 영업부는 그 자체로 다른 활동이며 다른 목표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제품(서비스)이 중심에 바로 세워져야 한다. 그러므로 제품(서비스) 중심으로 고객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 고객 결과를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다음으로는 우리의 영업 계획과 활동이 고객 결과에 정조준 돼 있었는가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 의약분업 이후 새롭게 명명된 MR(Medical Representative 의약정보담당자)이라는 정체성에 합당한 영업활동이 우리에게는 부족했다. 그렇다고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각 제약회사의 영업정책, 마케팅 프로그램, 담당자 평가계획 등이 매출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준선을 매출이라는 타깃에 고정해 놓은 상황에서는 다른 목표, 행위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당장의 매출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핀잔이 날아오던 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 벌어졌던 영업부의 풍경이다.(아직도 거래처가 처방데이터를 주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제약사들이 있다)

회사에서 장기적 발전을 위해 오리지널 제품을 도입(License-in)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도 달성률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제품이 담당자에게는 최고다. 이런 환경 안에서 고객결과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관계중심의 영업이 얼마나 왜곡적으로 적용됐는지는 담당자가 아닌 영업팀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국내 대형 제약사의 영업기획실장은 고객의 이슈 해결을 위해 영업팀장들이 매출 기준 톱 거래처들을 담당자보다 더 많이 방문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왜 팀장들은 그렇게 또 하나의 담당자가 돼야만 할까. 답은 자명하다. 고객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회사결과, 즉 매출 토대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활동, 제품(서비스)이 아닌 다른 수단의 제공으로 만들어진 관계는 쉽게 대체 가능하다.

더욱이 회사 내부의 컨플라이언스(Compliance)나 김영란법 등의 환경으로 인해 예전의 수단들을 담당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돼 영업팀장들이 본연의 역할을 떠나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팀장들에게, 2017년 이제는 당신들의 시간과 노력을 회사의 주요 정책에 연계해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 집행하고 이의 실행을 위해 현장 중심의 코칭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는 요청은 비현실적일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영업 마케팅 전략

고객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관계중심의 영업은 이제 그 효용가치가 상당 부분 떨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에서는 당장 고객 결과를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영업정책, 마케팅프로그램은 고객에게 회사와 제품과 영업활동을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구성해야 한다. 매출금액만을 거론하지 말고 고객결과를 선행 목표로 반드시 부여하고 가치를 높게 책정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담당자 활동을 제품 특장점의 지속적인 전달과 확인, 약점을 상쇄하는 부가적 이점, 선입견과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확한 사실 전달 등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이를 수행하는데 담당자의 지식과 기술 부족이 목격된다면 그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과 고객의 분석에 의한 비즈니스 계획이 아닌 주먹구구식의 활동계획이 현재의 방식이라면 분석 툴과 플래닝 방법론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를 실행하는 활동(execution)에서 비효율적이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면 영업팀장들에게 관리방법과 코칭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체계에 대해 영업임원들은 항상 관찰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그렇지만 목표를 다시 정의하고 실행(working)할 때 상당히 어려운 장애물이 존재한다. 현장의 영업력(Sales Force)을 바로 세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우리 조직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판단해야 할 기준 자체도 가지고 있지 않다.(사실 조직의 영업력, 담당자의 역량을 비교 평가할 업계 기준점도 없다)

그리고 측정할 수단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제품 질환 지식이 시험용이 아닌 현장용인지, 고객과의 접점에서 셀링 스킬의 어느 부분이 부족한 것인지, 주로 어느 기술들을 사용하는지, 마케팅에서 만들어 제공한 디테일들은 정교한지, 어떤 것이 유효하게 고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할 수단이 없다. 아니 확보된 자료도 없다.

이제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으고 분류해야 한다. 물론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착실히 실행, 발전시킨 회사들도 있다. 또한 여러 비판과 몇 년 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족하지만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어 놓은 회사들도 있다. 나름대로의 기준을 만들어 놓은 곳들이다. 이런 기준이 만들어져 있어야 회사가 책정한 성과와 상관관계가 높은 요소들을 특정할 수 있으며 단계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과를 위해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담당자의 활동을 관찰하라. 공정경쟁규약, 쌍벌제 그리고 김영란법 이전에 주로 활동했던 영업팀장, 관리자의 경험과 감이 아닌 현재 담당자들의 활동과 고민을 관찰하고 취합한 뒤 분석하라.

회사에서 제공할 것과 외부의 도움을 빌려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벤치마킹한 것은 과감히 도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의 것이 아닌 새로운 방법과 수단 도입에 열린 마음과 적극성을 갖고 탐색해야 한다. 아울러 담당자를 움직이게 할 동기부여를 계속 숙고해야 한다. 제약영업에서 대면영업을 중요한 판촉수단과 채널로서 인정하고 사용하는 한 영업 담당자들은 중요하다.(레버러지가 무엇일지는 다른 문제이다)

기사의 주인공인 GSK는 글로벌 차원에서 MR의 활동을 매출에서 분리한다고 선언하고 한국법인도 시행하고 있다. 여러모로 업계 내의 관심거리이다. 아직 결과물도 부족하고 평가할 단계도 아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어떤 수준의 합의와 동기가 주어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한 회사가 업계에 화두를 던지고 실천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제약영업/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기에 충분한 자극과 영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제약, 제약영업이라는 단어 앞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라는 구문을 붙여 고민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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