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훈 교수(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부추와 수선 혼돈

작년 이맘때는 봄나물에 독초들이 함께 포함된 나머지 그것을 먹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구나 하고 생각한 바 있다. 그것이 부추와 수선인데, 수선이 꽃이 피면 금방 부추와 구분되지만, 꽃이 피기 전에는 부추와 수선의 지상부가 매우 닮아서 쉽게 혼동될 수 있다.

최근 야마나시현(山梨縣)에서는 부추에 수선이 혼입된 것을 모르고 부추전을 만들어 먹다가 구토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고 산케이 신문이 전하고 있다(産經新聞, 2018년 4월 4일).

그런데 일본의 자료를 보면 부추와 수선의 혼동으로 인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보건당국은 조리 전에 꼭 다시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보고된 바 없으나 주의가 요구된다. 수선에는 잎이나 근경에 lycorine이라는 알칼로이드 화합물이 함유돼 있는데, 작용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이 성분이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Kretzing et al., Arch Toxicol. 2011; 85: 1565-73). 식품과 의약품 관련 안전관리 체계가 어느 나라보다도 잘 갖춰져 있다고 하는 일본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의아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부추의 기원과 종류

부추는 지역에 따라 부채, 부초, 솔, 정구지 또는 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일본에서 주로 식용으로 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먹는 데가 거의 없는 듯하다(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참조).

한의약에서 부르는 명칭은 구(韭)이다. 한번 심으면 한해 서너 번을 먹고도 봄이 지나면 또 올라와 몇 년을 가는, 즉 오래 산다고(구생, 久生)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외 부추의 효능을 들어 초종유(草鍾乳. 불로장생하는 종유석의 효능을 닮은 풀), 기양초(起陽草. 양기를 일어나게 하는 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학문적으로 보면 부추의 씨를 구자(韭子)라고 하고 이의 기원식물을 백합과(Liliaceae)에 속하는 부추(Allium tuberosum Rottler)로 하고 있어 Allium tuberosum을 기원식물로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외에도 한라부추, 두메부추 등과 같이 다양한 부추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중에서 우리나라를 기원으로 하고 있는 종이 있는지는 더 연구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부추 효능에 대한 연구

그러면 부추의 효능에 대하여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살펴보면서 약선(藥膳)으로서의 부추를 생각해 보자.

부추는 마늘과 같은 속(屬)에 속하는 식물로서 다양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는데, 황 화합물로서 마늘에도 함유된 allylmethyl trisulfide와 diallyl disulfide 등이 함유하고 있으며, 플라보노이드 화합물로서는 캄페롤(kaempferol) 및 이의 배당체 등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Tang et al., Food Res Int. 2017; 102: 681-689).

고려대학교 신동훈 교수팀은 식용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choline acetyltransferase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사해 보고한 바 있다(Kim et al., Biosci Biotechnol Biochem. 2007; 71: 226-30).

그에 따르면, 부추가 신 교수팀이 연구한 미나리 등 30종 중에서 choline acetyltransferase 활성화 능력에서 가장 우수하며, 그 유효 활성성분으로 ferulic acid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부추가 인지기능 등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부추의 항산화 활성 및 항균, 항암 활성 등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약리학적 연구에서도 부추가 매우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선으로서 부추

부추를 약선(藥膳)에 이용할 수 있는 근거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엿볼 수 있다.

동의보감의 채부(菜部)에 부추(구채, 韭菜)를 수재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뜨겁다고도 한다) 맛은 맵고 약간 시며 독이 없다. 심(心)으로 들어간다.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위열(胃熱)을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補)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흉비(胸痺)를 없앤다.

또 부추는 가슴속의 어혈(瘀血)과 체기(滯氣)를 없앨 수 있고 간기(肝氣)를 충실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채소 가운데 이것이 가장 따뜻하고 사람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늘 먹어야 하지만, 특히 맵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수양하는 사람들은 피해야 하며, 먹을 때는 즙을 짜 먹거나 김치를 담가 먹는데, 모두 좋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부추는 기본적으로 채소 중에서 가장 따뜻하여 몸을 데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속(屬)에 속하는 마늘의 경우 독이 있다고 기술돼 있지만 부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이 현대의 연구결과나 전통지식에 근거해 약선(藥膳)에 부추가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식욕부진이나 차가운 음식으로 위장이 손상됐을 때 위장을 따뜻하게 하면서 소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부추를 함께 먹도록 하고 있다. 근처의 음식점에서도 이러한 약선을 실천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음식점에서는 삼계탕에 부추가 함께 나온다. 다 끓고 난 다음 부추를 넣어서 먹도록 하고 있는데, 훌륭한 약선요리이며, 부추의 효능을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손발이 차고 상반신은 오히려 상기되는 경우에 부추를 중심으로 하는 약선으로 이의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요코하마약과대학편, 한방약선학, 2012).

이 때에는 부추를 주로 하여 마늘, 생강, 닭의 간을 볶아서 약선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식욕증진과 혈액 순환에 효과적이어서 손발이 차가운 증상에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부추의 따뜻하고 더운 성질로 인해 평소 열이 있는 사람이나 고혈압 환자의 경우는 부추의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아울러 부추와 어울릴 수 있는 약선 재료로서 호두가 있다. 이미 호두와 부추의 무침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인데, 두 가지 모두 강정작용을 가지고 있는 식재료로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호두의 경우는 지나치게 과하게 먹게 되면 뾰루지나 여드름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요코하마약과대학편, 한방약선학, 2012).

우리는 주변을 잘 보지 못하고 또 주변을 둘러볼 만한 그런 여유를 가지고 살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가끔은 약선으로 피로에 지친 심신을 달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선으로 질병의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또는 질병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약선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으로 생각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