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전 세계 술의 종류는 헤아리기 어렵고 중국술의 종류만도 5천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술의 종류만큼이나 풍토와 문화에 따라 숙취해소 방법이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해장국’이라는 음식 이름이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한국인들이 체질적으로 술에 약함을 자인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알코올중독의 유전적 성향을 연구한 결과, 아일랜드인들이 상대적으로 알코올 중독에 이를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력연구에서 부모가 알코올중독인 아이들이 부모가 알코올중독이 아닌 아이들보다 알코올중독자가 될 위험성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중독이 대를 이어 계속 되는 원인이 환경적인 요소라는 주장들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여전히 알코올중독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유전적 특성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전이란 부모의 유전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 즉,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DNA가 생식과정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후성유전의 개념도 있다. DNA의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DNA 일부나 DNA와 연관된 단백질 등에 화학적인 변화가 생겨 유전특성이 변하고 변질된 유전 특성이 후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의 형성은 유전과 후성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번 컬럼에선 지난 호에 이어 알코올 중독 형성의 유전적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발표했던 고찰 논문의 내용을 중심으로 알코올 중독의 형성에 있어서 유전 인자의 영향을 정리했다.

알코올 중독의 유전적 요인

최근 Koob 박사는 알코올 중독의 형성에 관여하는 주요소로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는데, 유전적 취약성이 알코올 중독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쌍둥이와 입양아 추적 연구에서,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음주를 하지 않는 가정에 입양된 경우에도 건전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비해 중독 형성비율이 더 높았고, 일란성 쌍둥이의 알코올 중독 형성 또는 비형성 일치율이 54%로 이란성 쌍둥이의 일치율 28%에 비해 더 높았다.

통계적으로 보면 남녀 모두에서 유전적 소인에 의한 알코올 의존형성의 위험요율이 50~60%에 이르며, 알코올 남용의 유전가능성은 약 38%에 달한다.

Cloninger는 알코올 중독자들을 1형과 2형으로 분류했다. 1형은 일반적으로 25세를 기준으로 인생의 후반부에 음주를 시작하고, 알코올 중독에 대해 죄의식과 두려움을 경험하며, 스트레스와 불쾌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주로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이 1형에 속한다.

2형 알코올 중독자는 인생의 전반부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전율성 쾌감, 반사회성과 범죄적 행동을 나타낸다. 세로토닌성 신경 활성이 낮고 충동적이며 자살 위험이 높고, 유전적 취약성이 높으며, 주로 남성중독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특정 유전자 발현이 알코올 중독 밀접

알코올 중독 관련성이 높은 잠재적인 유전자로 4형 도파민 수용체(D4)와 도파민합성 효소(tyrosine hydroxylase)의 유전자 및 GABA 수용체 복합체 유전자가 있다. 세로토닌 수송체와 도파민 수송체의 유전적 변이가 에탄올에 대한 낮은 민감성을 유도하고 알코올 중독에 취약한 상태를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다.

선천적으로 세로토닌성 신경 전달의 결함이 있는 생쥐는 에탄올에 둔감하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에탄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그 과정을 보면 선천적 세로토닌 결함이 Akt와 GSK3-β 신호전달에 변화를 유도해 2A형 세로토닌 수용체(5-HT2A Rc)의 발현을 증가시켜서 에탄올을 과량 섭취하도록 유도하고 알코올 중독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Homer2 유전자 발현도 알코올 중독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는데, 지속적 알코올 섭취가 중격핵에서 Homer2의 발현을 증가시켜 글루타메이트 신경의 전달을 변경시키고 수상돌기 리모델링과 시납스 형성을 변경해 알코올 중독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알코올 중독형상 각 단계별 후보유전자

알코올 중독과 관련한 전유전체연관분석연구(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 ; GWAS)에 따르면, 중독형성의 각 단계에 작용하는 후보유전자는 다음과 같다.

① 폭음 단계 관련 유전자

(RASL11A(GTPase 신호전달), MSX1(도파민-β 카테닌 신호전달), PKNOX2(액틴 신호전달), POMC(신경내분비-항스트레스),

② 금단증상 단계 관련 유전자

PECR(심경염증-peroxisome), SERINC2(이온성 글루타메이트), SGCG(Dystropin 당단백 복합체), CMTM8(신경염증-싸이토카인), NAPIL4(크로마틴 리모델링), KCNMA1(칼슘의거 활성형 BK-칼륨 통로), GATA4(신경내분비-스트레스), GAM5(대사형 글루타메이트)

③ 중독적응 단계 관련 유전자

HTR1A(세로토닌-강박), CAR5(씨스테인-글루타메이트계), TPK1(치아민 신경손상).

에탄올 섭취가 후생유전학적 변이를 유발하고, 그러한 변이는 알코올 중독의 형성에 기여한다. 알코올 의존 정도가 전전뇌피질에서 DNA-메틸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알코올 장기적 섭취가 DNA-과메틸화를 유발하고, 과메틸화가 신경전달-관련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유도하며, 그 결과 신경생물학적 변화와 의존 행동이 초래된다.

이상의 알코올 중독 형성 과정과 유전자 변환 간의 관련성을 아래 그림에 정리했다.

유전적 소인 또는 후성유전체의 변이가 알코올 중독의 형성에 기여하는 주요한 요소임을 입증하는 과학적 자료들은 매일 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술을 마신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신의 좋은 점만을 닮기를 바라면서도 여전히 저녁이면 술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술에 취해 있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이 “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불행하게도 술에 빠져들 위험은 이미 높아진 상태일 수 있다. 우선 젊은이들이 아이를 갖기 전까지만 이라도 술과 멀리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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