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삼육대학교 약학대학)

미국정신의학회 알코올 사용 장애 기준

“나도 한때 중독, 술 감옥 탈출 도와”,

“모든 게 알코올중독 아버지 탓, 집 불 질러 살해한 취준생 아들”.

여전히 알코올중독관련 가슴 아픈 사연들이 뉴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의 약물사용과 건강 조사(NSDUH)에 따르면, 18세 이상 국민의 26.9%가 폭음(Binge drinking)을, 7%가 습관적 과음(Heavy alcohol use)을 경험했고, 6.2%가 알코올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 AUD)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4년 음주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6.3%가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use disorders=alcohol dependence 4.7% + harmful use of alcohol 1.5%), 즉 알코올 중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 4.2%의 1.5배에 해당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일컫는 알코올 중독은 ‘알코올 사용 장애’와 유사한 용어로서 알코올 의존과 남용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및 통계편람 (DSM-Ⅴ)은 14개의 증상을 기준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진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즉, ①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량 또는 더 오래 마심, ② 음주에 있어서 통제가 안 되고 지속적으로 조절하고자 함, ③ 술을 마시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모함, ④ 음주를 원하는 생각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음(신규), ⑤ 계속되는 음주로 인해 직장, 학교나 가정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 즉, 술로 인해 성과가 나쁘고, 학생은 자주 결석하고 성적이 떨어지며, 가정주부가 자녀를 돌보지 않거나 가사를 등한시 함, ⑥ 지속적인 음주로 인해 가족 또는 친구 관계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계속함, ⑦ 술을 마시기 위해 다른 중요하거나, 흥미롭거나 즐거운 활동들을 포기함, ⑧ 신체적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음주를 함, 즉, 음주 운전이나 음주상태에서 기계 작동, ⑨ 음주로 인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발생함에도 음주를 지속함, ⑩ 에탄올 내성: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하여 더 많은 량의 술을 마심, ⑪ 금단증상들이 나타남 중에서 2-3개의 증상을 나타내면 약한(mild)단계 장애, 4-5개의 증상을 나타내면 중간 단계(moderate) 장애, 6개 이상의 증상을 나타내면 심각 단계(severe) 장애로 구분했다.

이번 컬럼에선, 본인이 발표했던 고찰 논문을 참조해 “알코올 중독 형성의 주요인 또는 결과로서 스트레스”에 관해 정리했다.

알코올 중독 원인

알코올 중독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알코올 중독의 형성과 그 심각성은 성격과 개별적 취약성, 새로움 추구와 같은 정신적 요소와 스트레스, 유전자 차이와 신경전달과 같은 생물학적 요소 및 접근성과 태도와 같은 사회 문화적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알코올 중독의 형성과정에 알코올 반응이 둔화되는 내성 형성도 한 몫을 한다. 습관적 음주는 알코올탈수소효소와 CYP2E1, 1A2, 3A4와 같은 알코올 대사효소를 유도해 알코올 분해속도의 증가에 기여하고, 뇌신경이 알코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알코올이 작용하는 표적 분자들의 변화로 반응성이 약화된다. 이들 즉, 알코올 분해속도의 증가나 알코올에 대한 반응성 약화로 알코올 내성이 형성된다.

술이 스트레스 해소의 답이 될 수 있을까

2016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의 조사(12월 29일, 만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의, 중복응답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사람들 중 41.8%가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비록 가벼운 음주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지만 스트레스와 음주간의 상관성은 매우 복잡해 음주가 스트레스로 작동하기도 한다.

가벼운 음주가 불안 또는 스트레스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고, 동물과 사람 적용 연구에서 스트레스가 음주의 시작, 습관적 음주 및 금주 후 재발에 기여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알코올이 인체에 스트레스 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생체반응은 시상하부-뇌하수체전엽-부신을 축(HPA axis)으로 연결된 뇌와 내분비계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자극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면 시상하부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유리인자(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CRF)가 분비되고 이 CRF는 뇌하수체전엽에 가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을 분비시킨다. ACTH는 혈행을 타고 부신에 가서 부신피질 호르몬(cortisol)들을 분비시킨다. 분비된 CRF, ACTH와 코티졸들이 다양한 스트레스 관련 생체반응들을 유발한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 했지만, 스트레스 반응이 위와 같이 단순하진 않다. 어떻든, 음주가 형성되기 이전의 단순음주 조차도 ACTH와 코티졸의 분비를 증가시켜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역으로 술이 인체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스트레서가 된다. 습관적 음주는 스트레스축 즉, 시상하부-뇌하수체전엽-부신에서 신경과 내분비계의 기능을 상승시킴으로써 스트레스 유발자처럼 작동하고, 이러한 반응의 후속으로 음주를 더 증가 시킨다.

스트레스 신경 호르몬 CRF가 알코올 스트레스 유발자

습관적 음주는 시상하부에서 CRF의 합성과 유리를 증가시키고, 편도체 등의 뇌영역에서 CRF 활성을 증가시켜서 음주를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불안, 불쾌감 등의 형성에 기여한다.

알코올 의존 상태에 있는 흰쥐에게 알코올 투여를 중단하면, 편도체에서 CRF 양의 증가와 GABA성 신경전달의 약화로 불안증상이 나타났다. 알코올 의존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에서 알코올 투여를 중단하면 근심, 불안과 같은 행동이 증가하고, 이때, CRF의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CRF 수용체 길항제를 투여하면 근심과 불안 행동이 감소됐다.

부가적으로 금주하는 동안 불안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CRF의 발현이 증가되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 반응도 증가했다. 동물 실험에서 장기적으로 알코올을 자가 투여하다가 투여를 중단하면 편도체에서 CRF1 수용체들의 활성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후속 알코올 섭취가 증가했고, 이에 기초해 CRF1 길항제를 투여한 결과 음주 자가투여 행동이 감소했다.

CRF1 길항제는 알코올 노출이 없던 실험동물에서는 알코올 자가 투여 반응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알코올에 장기 노출된 동물에선 알코올 자가 투여의 단계적 증강을 정상 수준까지 감소시켰고 알코올 투여 중단 시 형성되는 보상 역치 상승을 회복시켰다.

이들을 정리해 보면, 스트레스 자극으로 증가하는 뇌의 CRF가 알코올중독으로 그 분비가 증가돼 불안(스트레스의 대표적 반응)을 형성하고, 습관적 음주자의 금주는 CRF 반응계의 민감화를 유도해 음주를 제촉하며 CRF 길항제는 그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스트레스 반응계의 변경이 알코올 중독 형성에 기여

스트레스는 HPA축의 반응으로 부신피질호르몬(코티졸)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증가된 코티졸은 알코올 탐닉 또는 갈망 반응의 보상회로인 도파민성 신경의 전달을 강화 시킨다.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도 코티졸의 기초 분비 수준이 증가한다. 습관적 음주는 신경내분비 스트레스 축을 활성화해 부신피질호르몬과 카테콜아민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신경병증이 악화된다.

성인기 이전에 겪는 스트레스조차도 성인기에서 알코올 남용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청소년기 습관적 음주는 충동적 행동, 도박, 반사회적 행동 등과 같은 충동 조절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보상 반응 같은 신경·행동학적 특성과 개인적 성향(외향성, 충동성 및 신기함 또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 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음주 행동을 악화시키고 알코올 의존이 쉽게 형성되도록 한다.

많은 역학연구들이 정신 질환과 음주 사이에 높은 동반 발생 위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안장애가 알코올 중독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이 정서장애를 유도한다. 이상의 알코올 중독의 형성에 미치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아래 <그림>에 정리했다.

초기에 스트레스가 음주를 유도해 알코올이 스트레스를 완화하지만, 체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알코올은 스트레서로 작동하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반응계를 변경시켜 미미한 스트레스 자극에도 술을 찾게 만들어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한다.

습관적 음주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체계 변동으로 알코올 중독에 이르면, 그들은 자신의 음주 행동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정당화하고, 점점 조절 불능의 상태로 빠져든다.

결과적으로 음주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답이 될 수 없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잔을 드는 대신에 운동이나 여행과 같은 다른 방안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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