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고 예방백신 확보에 총비상이 걸리면서 각종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생산이 얼마나 중요하고 백신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준비된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정부는 신종플루를 최고 경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시킨 현재 하루에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소아에서 건강한 성인까지 사망자수도 하루가 달라지게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신종플루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녹십자가 식약청으로부터 신종플루백신을 허가받음으로써 전세계에서 8번째.

국산 백신의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까지 논란이 많고 백신접종 괴담까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자국민의 20%까지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선진각국이 예방의약산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제약기업들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세계적으로 10여개 안팎의 글로벌 백신회사들이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백신산업은 자국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면 채산성이 낮아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하므로 높은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필요로 한다. 국내 백신전문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해외로부터 원액을 수입해 분병수준에 머물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조류독감에 이어 신종플루 등 각종 변종된 새로운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국가별로 백신산업 육성이 큰 과제로 부각됐다.

지난번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백신의 주권확립을 강조하면서 식약청과 복지부에게 국내 백신산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적극 지원하라고 요구한바 있다.

특히 원희목 의원은 국내에서 예방접종 되는 22개 백신 중에서 7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8개는 원액을 수입해 분병과정만 거치기 때문에 총 15개 백신이 수입에 의존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152품목의 백신 중 31개 품목만 국내 생산이 가능해 자급률이 20%에 불과하다며 백신주권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이 우리나라 백신산업은 신종플루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녹십자를 제외한 생물제제기업들이 시설에는 거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기술력이나 판로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전염병을 예측할 수 없어 백신을 과잉생산한 해에는 상당량을 폐기처분함으로써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제조업체들에게 돌아오곤 했다.

정부 역시 독감백신 등의 생산량이 넘칠 때는 몰라라 방치하고 원액 확보가 부족해 생산량이 부족할 경우 제조업체들을 압박하는 등 기업의 애로나 이익을 배려하는 측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전국 보건소에서 사용하는 백신마저 그동안 조달구매과정에서 국산백신 우대정책을 적용하던 것을 올해부터 폐지하면서 국산백신이 수입산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분야까지 빗장을 풀은 상태에서 과연 우리나라가 백신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국민의 건강권과 밀접한 예방접종분야는 아무리 시장 개방 압력이 있어도 국가가 나서 보호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시장개방 압력을 받지 않는 조달구매까지 국산우대정책을 적용하지 않는 보건당국이 백신의 주권확보를 위해 백신산업을 어떻게 지원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백신산업이 비록 원액을 수입해 분병하는 수준에 머물러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이 축적돼 원액개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조달구매에서는 국산우대정책을 펴야한다. 이번 신종플루를 통해 얻은 교훈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백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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