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현대약품이 임신중절약 ‘미프진’ 품목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보완 자료 제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대약품 이 취하했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여성들의 건강권, 즉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권리' 보호 책임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16일 식약처는 "현대약품이 지난해 7월 2일 수입의약품 품목 허가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인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이하 미프진)’의 품목허가 신청을 12월 15일 자진 취하함에 따라 허가심사 절차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대약품은 보완자료 제출기한을 연장(2회)해서 자료보완 기간을 추가로 받았다"며 "하지만 일부 보완 자료는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품목 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발표 자료를 해석하면, 미프진 도입이 현대약품 때문에 무산된 것처럼 보인다. 식약처는 서류를 적극 검토했지만 현대약품이 서류 제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미프진 허가 심사를 종료했다는 표현이 곳곳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미프진은 자료 보완을 못했다는 이유로 허가 철회될 약이 전혀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프진 허가 신청이 무산됐다고 하면. 해외 선진 규제 당국자들이 "그 나라는 품질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제기관이라서 그렇다"라고 말할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식약처가 현대약품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심지어 정치적인 이유로 허가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미프진은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약으로 전 세계 60여 개국 이상에서 쓰이는 약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약품이 허가 신청한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200mg(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WHO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두 성분을 병용하는 것이 약물을 통한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이라고 권고해왔다. 

미소프로스톨은 1996년 9월 소화성궤양의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자궁수축 유도 목적으로 국내에서 사용 중이다.

미페프리스톤도 1998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승인됐고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된 이후 약 20년간 사용 중인 의약품이다. WHO는 2005년부터 필수의약품 목록으로 지정했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1988), 대만(2000), 베트남(2002), 몽골(2005), 북한(2013) 등이 허가를 받았다.

더구나 현대약품은 캐나다 보건당국에서 2015년 허가한 미프지미소와 동일한 의약품으로 식약처에 수입을 신청했다.

캐나다는 1999년 의약품상호실사협력기구(PIC/S)에 가입한 선진 국가다. PIC/S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실사의 국제 조화를 주도하는 유일한 국제 협의체로 우리나라는 캐나다보다 15년 늦게 가입했다.

최근까지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 면제가 가능한 8대 해외 의약품집 목록에 캐나다도 포함됐다. 그만큼 캐나다가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허가에 대한 규제 역량이 뛰어난 국가란 뜻이다. 

앞서의 약사는 "캐나다는 우리나라가 항상 규제 사항을 검토하는 선진국"이라며 "현대약품이 이번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산된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약사사회는 이번 식약처 발표 자료에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입장을 전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 정책 팀장은 "식약처 이번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의 임신 중절로 인한 건강권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다"며 "보통 신약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도 식약처는 환자들의 접근성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언급을 해왔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 이는 식약처 스스로 여성들의 요구하는 건강권에 대한 공백이 없다고 선언한 것"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 보도자료에는 현대약품 측의 '보완 자료 미제출'이란 키워드만 가득하다, 미프진 허가 무산으로 여성들은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지속적으로 박탈 당할 위기에 놓였는데도 이에 대한 언급도 없다. 미프지미소정에 대한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한 경우 식약처가 심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만 담겼다.

때문에 약사 사회에서는 식약처가 여성들의 건강권을 보호할 의무를 포기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앞서의 약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미프진을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용상 주의사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간 유통 업자가 사익을 추구해서 약을 조작해도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수년이 흘렀는데도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임신중절약을 찾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여성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희망을 꺾어버리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식약처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팜뉴스는 식약처 입장을 듣는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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