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약물 개발의 트랜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들을 꼽으라면 바이오마커, 정밀의학, 맞춤형, 그리고 면역요법 등을 들 수 있다. 항암제 개발은 특히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모든 키워드가 말하는 방식과 함께, 요즘 ‘뜨는’ 기술인 바이오인포매틱스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종합적으로 사용하는 항암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팩트파마’라는 미국의 회사가 개발하는 이 맞춤형 항암 세포치료제에 대하여 2022 년 항암면역학회와 ‘네이처’ 전문지 (11 월)에 발표가 있었다.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 있어서 약물 개발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술적으로는 가장 트렌디한 치료제 개발이라고 할 만하다.

아직 개발 중인 약물이다 보니 이름조차 생경하다. ‘신생항원 TCR-T (Neo T cell receptor T cell therapy)’ 또는 ‘네오 TCR-T’로서, 직역하면 ‘환자의 신생항원에 대한 T세포수용체를 장착한 면역 T 세포치료제’인데, 환자 개인의 종양에 맞추어 디자인하여 만든 면역 세포치료제이다. 학회에 발표한 내용은 지난 3 년 동안 (2019 년부터 2022 년 초) 미국 여러 병원에서 행해진 소규모 임상시험에 관해서이다.

이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모두 16 명으로,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피부암, 폐암 등 각종 고형암을 앓고 있으며, 이미 여러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 약물을 만들어서 투여 후 2 달에서 6 달이 경과하는 동안 암이 계속 진행된 환자도 있었고, 더 나빠지지 않은 환자도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만을 관찰하고 낸 보고서이기 때문에, 유효성이나 부작용에 관해서 평가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기술적인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지금까지 나온 어느 약물보다 더 정교하게 환자에게 맞추어 디자인한 약물이며, 유전자가위 기술을 환자에게 실제로 사용했으며, 특히 고형암에 대해서 적용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이라는 점들이다. 

현재 사용되는 대표적인 맞춤형 항암 치료제로서 CAR-T가 있다. 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장착한 T 세포' 또는 '잡종 항원 수용체를 장착한 T 세포'이다.

환자의 혈액을 뽑아서 면역 T 세포를 분리한 다음 유전자 조작하여 환자에게 다시 투여한다. 환자 한 사람만을 위해서 만드는 맞춤형 약물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세포를 암세포 표면항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강화시켜서 환자에게서 암세포에 특이적인 면역 능력만을 선택적으로 증강시키는 약물이다.

CAR-T 치료제로서 킴리야 등 몇 가지가 나와 있는데, 이들은 모두 혈액암에 대한 약물들이다.

고형암에 대한 CAR-T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CAR-T 치료제가 고형암에 잘 작용하지 않는 이유는 CAR-T 치료제가 종양 부위의 암세포에 접근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면역세포는 물리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종양 주변의 환경을 뚫고 암세포에 접근하기 어렵다. 체내의 면역 시스템은 암세포가 정상 세포와 다른 점에 반응하여 암세포를 제거 대상으로 인지한다.

반면에 암세포는 위장술에 능하며 주위에 방어막을 치고서 생존과 증식을 도모한다. 특히 고형암은 면역세포의 감시와 공격을 피하도록 주변의 환경을 조작하므로,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접근하기 어렵고 작용하기도 어려우며, CAR-T 치료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고형암의 경우에 CAR-T 치료의 독성과 부작용이 특히 문제가 된다. CAR-T는 암 표면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유전자 조작해서 면역세포에 발현시킨 것이다. 암 세포는 정상 세포가 변질한 것이므로, 암세포에 있는 대부분의 단백질은 정상 세포에도 존재한다.

현재 사용하는 CAR-T는 정상 세포에 비해 암세포에 과다하게 발현하는 항원을 표적으로 하도록 개발되었다. 혈액암의 경우 CAR-T 치료제가 혈액 세포를 죽여도 환자가 회복이 가능하다. 조혈모 세포가 손상된 세포를 대신해서 새로운 혈액 세포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형암의 경우 CAR-T가 정상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여 독성을 나타내면, 치료에 대한 부작용의 여파가 크다. 

그래서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CAR-T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암 특이 항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암세포는 유전자 변이 때문 생기므로, 암세포에만 발현하는 암항원이 있다. 특정 종류의 암세포에 대부분 발현하는 항원도 있고, 특정 암의 일부 그룹의 환자에서 발현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 개인마다 특유한 항원도 있다.

환자마다 특유한 항원이 있는 이유는 환자의 체내에서 암세포가 무절제한 증식을 거듭하면서 유전자 변이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환자마다 특유한 항원을 ‘신생항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제가 ‘신생항원 TCR-T’이다. 

신생항원 TCR-T를 개발하게 된 근거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 년대 초반에 미국 암연구소에서 피부암 환자의 종양에서 면역세포들을 분리해서 실험실에서 증식시켜 숫자를 늘린 다음 환자에게 다시 투여해서 치료를 했으며, 이를 1986 년 학회에 보고했다.

맞춤형 항암치료의 원조이다. 암세포의 다양한 회피 전략 때문에 환자의 체내에 있는 대부분의 면역세포가 종양의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종양 부위에서 발견되는 면역세포들은 어려운 환경을 뚫고 암세포가 있는 곳에 접근한 세포들이다.

이들 면역세포는 환자의 암항원을 특별히 잘 인지할 수 있으며, 이들 중에 종양 특유의 항원, 즉 ‘신생항원’을 인지하는 면역세포들이 있다. 종양에서 발견되는 면역세포를 증식시켜서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방법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으나, 이제 종양에서 발견되는 면역세포를 분석하여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맞춤형 치료제로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신생항원 TCR-T를 만들기 위해서,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하여, 신생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기본 개념은 CAR-T와 비슷하지만, 신생항원 TCR-T를 만들기 위해서 CAR-T와 비교해서 두 가지 과정이 더 필요하다.

먼저, 환자의 종양에서 발견되는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신생항원 수용체를 디자인한다. 이를 위해서, 세포 단위의 유전자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처리한다. 두 번째 과정으로서, 신생항원 수용체를 발현하기 전에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면역세포를 변형시켜야 한다.

환자의 체내에 있는 대부분의 면역세포는 종양이 아니라 다른 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를 이미 발현하고 있으므로, 치료의 효율성을 위해서 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한다.

그리고 나서, 새로 디자인한 신생항원 수용체를 변형된 면역세포에 삽입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세포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세포를 유전자 조작하여 특정 암에 공통적으로 발현하는 암 항원을 타겟으로 하도록 만든 ‘맞춤형’ 치료제이다.

신생항원 TCR-T는 환자의 면역 세포를 유전자 조작하여 환자 특유의 암 항원에 대하여 작용하도록 만든 ‘맞춤형 중의 맞춤형’치료제이다. 그래서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방식의 치료제라고 평가한다.

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방식의 약물을 개발하는가? 환자의 관심은 자신이 사용할 약물이 최첨단의 기술을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약물이 자신의 질병에 도움이 되느냐에 있다. 결국 이러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는 말기암 환자에 적용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치료 방법을 써도 암이 수그러들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 다른 선택지가 더 이상 없는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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