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국내 제약산업에 대해 '국민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과 같은 '묵직한 뒷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의 R&D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고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사진. 제2회 경기약사정책포럼
사진. 제2회 경기약사정책포럼

경기도약사회가 지난 25일 라마다프라자 수원호텔에서 개최한 '경기약사정책포럼'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경기약사정책포럼은 제약사, 의약품유통업체, 약학대학 교수진, 약사 등의 보건의료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국내 제약업계의 현안과 의제들에 대한 강연과 토론을 통해 약사를 위한 미래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다. 지난 9월에 1차 포럼을 개최한 이후 약 2개월만에 두번째를 맞이했다.

이날 특강을 진행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최근에 미국을 방문해 미국제약협회(US PhRMA)와 신약 개발과 관련된 정책을 공유하고 정보교류 확대 등을 위한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했다"라며 "이번 방문에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미국의 제약산업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산업의 규모는 약 1400조원 규모이며, 미국은 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US PhRMA가 1년에 집행하는 예산만 우리의 100배 규모다. 규모도 훨씬 크고 매우 큰 조직을 갖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US PhRMA는 미국의 34개 제약바이오 기업들로 구성된 단체로 회원사들의 연평균 연구개발(R&D) 지출액이 2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회장은 "세계 1위 제약시장인 미국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봐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제약산업은 갈 길이 멀다"라며 "하지만 K-팝이나 K-컨텐츠와 같은 K-브랜드에 대한 전세계적인 인식이 상당히 높아 'K-제약산업'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빛났던 방역 등은 해외에서도 매우 관심이 높다"라며 "한류열풍을 K-브랜드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와 제약산업 분야에까지 퍼져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사진.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무엇보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민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3대 신산업'으로 지정돼 육성과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윤석열 정부 또한 이러한 기조를 이어 받아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들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 회장은 "국내 상위 15개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비용 추이를 살펴본 결과, 연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평균 10% 정도 된다"라며 "어떤 기업은 얻는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R&D에 쏟고 있다.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가치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의약품 생산 수준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사와 약사를 비롯해 석박사급의 고급 연구인력들도 풍부하다"라며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환경적인 요건도 좋다. 아시아에서 1위, 전세계에서 7위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수행은 전세계 6위를 차지했으며, 도시로만 따졌을 때는 서울이 지난 2017년부터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다국가 임상시험 점유율의 점유율은 전세계에서 3.13%로 글로벌 10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 회장은 "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끝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라며 "임상시험은 각 단계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마지막 단계로 갈수록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여건이 되지 않아 임상 3상과 그 이후 단계를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가능성 있는 물질을 발견하더라도 조기에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그는 이에 대한 예시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을 꼽았다. 지난 9월 출시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민관이 합동으로 개발했지만 현재는 완제품 생산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전국민의 80% 이상이 기초접종(1차·2차)을 마쳤고, 해외에서는 아직 품목허가를 진행 중이라 수요가 크지 않은 까닭이다.

원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미국 FDA는 수조원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 10년 동안 만들어야 할 백신을 단 몇 개월만에 완성시켰다"라며 "그 결과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만으로 전세계에서 수십조의 매출을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이 사태를 기민하게 파악해서 먼저 치고 들어간 것이다"라며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는 '타이밍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을 개발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꼽아야 하는 것이 '안전성'인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이 모든 것이 급박한 위기상황일 때는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판단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우리나라도 미국도 모두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했다"라며 "하지만 한쪽은 막대한 돈을 벌었고, 다른 한 쪽은 생산이 불투명한 상태다. 타이밍에 문제가 있었고 결국은 다 늦어 버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제약시장의 규모가 1400조원 정도 된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치다"라며 "이제는 우리가 이 거대한 시장을 어떻게 선도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늦었을 때는 어떤 것을 해도 결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담론을 일으켜야 하며,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제약산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국민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산업과 달리 제약산업은 의약품을 만드는 생산자(제약사)들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을 통해 협상을 해서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면 국민 건강 증진 뿐만 아니라 국부(國富)까지 창출할 수 있어, 제약산업은 '사회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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