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지시한 데이터 완전성 구축을 위한 컨설팅 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중소제약 업계가 컨설팅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최근 중소 제약사와 연결된 대형 제약사 중 한 곳을 대상으로 식약처가 DI 이행 여부 감시에 나선다는 풍문이 돌면서 업계 분위기는 더욱 암담하다. 

지난 28일 팜뉴스는 '식약처 "의약품 '데이터 완전성' 구축 안 해?" VS 업계 "우리는 못해!"' 제하의 보도를 통해 원료의약품 제조사들이 데이터 완전성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데이터 추적이 가능한 LIMS(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 등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내년에 식약처가 점검에 나설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문제는 원료의약품 제조사들 뿐만이 아니다. 중소제약사들 역시 DI 구축을 위한 컨설팅 비용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들이 난리다"며 "업체에 연락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1차로 3억을 불렀다.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데 대책이 없다. 오히려 업체 쪽은 느긋하다. 급한 쪽은 우리다. 괜찮은 컨설팅 업체가 몇 곳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3억으로 시작해서 앞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기 때문에 임원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DI 데이터 구축"이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컨설팅 업체의 홍보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보통 "국내 유명 업체가 조작된 자료를 제출해서 의약품 허가를 받고 유통한 사실이 알려진 것을 계기로 식약처가 데이터 안전성 평가 지침을 내렸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소 15일에서 최대 9개월까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저희는 식약처 지침에 맞는 해결책을 줄 수 있다. 연락을 달라"고 홍보 중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컨설팅 비용이 억대라도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며 "하지만 업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필요 이상의 시스템 설치를 요구하는 느낌을 받는다. 데이터 완전성을 명분으로 회사의 뼈대를 뜯어 고치려고 들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서 데이터 완전성 구축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하면 되는데 부르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라고 토로했다.

중소 제약 업계에 따르면 매년 영업이익률이 10%만 나와도 실적 최상위권으로 통한다. 영업이익률 5~6%를 기록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란 이유에서다. 더구나 대형 제약사에 비해 부채가 많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은 더욱 낮다. 때문에 DI 구축을 위한 컨설팅 업체들이 억대의 비용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 

단순히 컨설팅 비용 외에도 DI 구축 과정에서 시스템 설치와 유지비용을 포함하면 비용이 치솟을 것이란 예측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 입장에서는 고도의 지식을 전달하기 때문에 비용을 비싸게 부른다고 하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컨설팅 업체들이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면서 갑질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데이터 조작으로 걸린 일이 없는 기업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원료 수급도 안 되고 가격도 오르는데 가격 전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 이제는 DI까지 챙겨야 한다고 컨설팅을 받아보니 업체마다 부르는 게 값이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식약처가 이런 현실을 모르고 DI 지침을 강행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흉흉한 풍문도 돌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식약처가 중소제약사들의 DI 구축을 유도하기 위해 특정 대형사를 주시한다는 얘기가 돈다"며 "제일 큰 회사를 타깃으로 잡아서 불시로 DI 점검에 나선 다음에 대형사에 연결된 원료 제조사나 중소제약사들이 DI 시스템 구축을 안 할 수 없도록 압박을 준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2020년 7월 식약처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데이터 완전성 평가지침을 공개하고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당시 '제2의 메디톡신주 사태' 방지를 위한 명분으로 보툴리눔 제제 생산 제약사들이 식약처의 제1순위 현장 점검 대상이 됐다. 

내년 1월부터 신약, 무균제제뿐 아니라 모든 의약품으로 데이터 완전성 평가가 확대될 경우, 식약처가 언제든 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불시 점검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한 이유다. 대형 제약사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한 중소 제약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대형 제약사 품질 관리 직원과 만났는데 '식약처에서 데이터 완전성을 워낙 깐깐하게 본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저희 같은 중소 제약사들은 대형사에 원료를 대지 않으면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힘이 빠진다. 회사 여건상 거금을 들여 과감하게 DI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중소 제약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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