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최근 특허권 소멸 뒤 후발 의약품 미출시 품목 공개한 가운데 한국MSD의 가다실 백신을 향해 약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국가 필수 의약품이고 연간 수입실적이 1000만달러를 상회한다. 하지만 정부의 후발 의약품 개발 지원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약사 사회의 지적이다. 

사진.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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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식약처는 의약품 개발 지원을 위해 식약처 특허목록에 등재된 특허권이 모두 소멸한 의약품 중 아직 후발의약품이 미출시된 396개 품목 정보를 공개했다. 후발의약품(제네릭)은 최초로 개발된 의약품과 주성분·제형·투여경로·품질·사용목적이 동일한 의약품을 뜻한다. 

396개 의약품은 올해 4월까지 1,687개 의약품의 특허권 3,088건을 분석해 특허권이 ‘존속기간 만료’나 ‘무효’ 등 사유로 모두 소멸된 753개 의약품 중 후발의약품이 출시되지 않은 품목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이 소멸하면 제약사는 제네릭을 개발할 수 있지만 396개 의약품에 대한 경쟁사의 진입이 없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식약처가 396개 중 수입실적이 1000만 달러(약 114억원) 이상인 품목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중 가다실 4가 백신 수입실적이 약 160억으로 396개 의약품 중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의약품 중 백신으로 범위를 좁혀도 수입실적이 으뜸이었다. MSD, 즉 글로벌 빅파마의 자궁경부암 백신 수입량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약사 사회의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 팀장은 “식약처 공개 목록을 살펴보면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예방 백신을 찾을 수 있다. 홍역과 수막구균 백신도 보인다. 이들 의약품은 생백신으로 인도에서 생산된 것을 수입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가다실 백신의 수입실적이 최고점을 찍은 것은 곱씹어볼만한 문제”며 “가다실 백신은 국가 필수 의약품이다. 정부가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이라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개발을 지원하거나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정부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발병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Human Papilloma Virus) 감염이다. 성 접촉으로 퍼지는 감염병으로 가다실 4가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 등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기 때문에 정부는 가다실 4가 백신을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의약품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이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필수접종(NIP) 사업으로 가다실4가 백신을 2004년생부터 2010년생까지(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995년생부터 2003년생까지(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 무료로 지원 중이다. 

때문에 성인은 4가 백신보다 더욱 예방 범위가 넓은 가다실9가 백신을 접종 중이다. 비급여로 고가 의약품이지만 자궁경부암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성인 여성은 물론 남성을 중심으로 접종이 늘면서 MSD 매출이 급증한 배경이다. 가다실4가 또는 9가 1회 접종당 가격은 10-20만원 선으로 3회로 계산하면 최대 6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국내사 개발 제네릭은 없다. 글로벌 빅파마가 가격을 올리면 값을 그대로 지불하고 매년 특허권 소멸 의약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데도 제네릭 개발은 수년간 제자리 걸음이란 뜻이다. 

앞서 이동근 팀장은 “4가 백신 접종에 몇 십만원이 드는데도 정부는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을 뿐 정작 관심은 없다”며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국내 개발을 지원하거나 가격 적정성을 논의하려면 필수 의약품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 입장이 명확해야 하는데 여성 건강에 대한 결여된 시각과 문화 때문에 예방 접종을 장려하지 않고 있다. 이점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PV 바이러스는 성 매개로 전염된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접종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남성 백신 접종률도 중요한데 남성은 4가 백신 무료 접종 대상도 아니다”며 “성 매개 접촉이란 이유로 정부도 대놓고 백신접종을 장려하지 않는다. 예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맞는다면 자궁경부암이 천연두처럼 사라질 수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책임 방기로 밑 빠진 독처럼 수입실적만 늘고 있다. 국민 세금만 빠져나가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MSD는 오는 7월부터 가다실9가 백신의 공급가를 기존 13만4470원에서 8.5% 인상한 14만 590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4월 가다실9가 백신의 공급가를 15% 올린 이후 또 다시 약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가다실4가 백신도 매년 수입 실적 TOP 5 목록 의약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예방 접종을 더욱 장려한다면 국산 개발 백신이 필요하거나 제약사의 가격 상승에 대한 이슈가 촉발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수조원이 필요해서 복지부나 질병청 주도의 자궁경부암 백신 신약 개발이 부담된다면 예산을 최대한 절감해서 제네릭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다국적 제약사가 가격을 올리고 정부 예산의 일정부분을 늘상 가져가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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