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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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최초로 한국과 유럽의 소아크론병 환자 표현형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가장 정확한 소아 크론병 데이터를 가진 유럽과 비교해 한국 환아에서 가장 흔한 특징은 크론병 침범 부위가 '말단 회장(TI, Terminal ileum)'이라는 점과 '항문 주위 누공 질환'이 가장 많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 소아 환자를 진단할 때 항문 누공과 농양이 있다면 크론병 가능성을 높게 의심할 수 있다. 주의있게 진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가치있는 자료다.

강빈 칠곡경북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과)는 국내와 유럽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 질병 표현형을 분석해 진단 연령, 염증 부위 위치, 항문 주위 누공 질환자 비율 등 여러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강 교수는 20일 팜뉴스에 "국내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는 진단 당시부터 항문 누공과 농양을 동반하는 경우가 약 50% 가까이 차지한다"며 "특히, 항문 질환 증상이 장 질환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아이가 항문 누공이나 농양이 있을 경우 크론병 여부를 좀 더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연구 결과를 강조했다. 

해당 연구 목적은 유럽 현지 다기관에서 5년간 모집한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EUROKIDS Registry)'와 '파리 분류(Paris classification)'에 따라 국내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의 질병 표현형(phenotype)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질병 표현형이란 관찰 가능한 생명체의 특징·성질을 말한다. 

이 연구가 의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체 위장관에 대한 정밀검사를 기반으로 했으며, 파리 분류에 따라 국내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아 표현형을 제대로 조사한 최초의 다기관 연구다. 더욱이, 가장 정확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EUROKIDS registry와 비교함으로써 확실한 국내 환아의 표현형을 확인했다.

연구는 국내 10개 센터 소아청소년과에서 다기관 후향적 연구로 수행됐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는 2013~2016년 사이에 18세 미만 나이에 새로 크론병 진단을 받은 어린이·청소년 255명이었다. 이중 남아 167명(65.5%), 여아 88명(34.5%)이었다. 진단 당시 연령 중앙값은 14.7세(0.8~17.9세)였다. 

이들 255명 환아를 EUROKIDS와 비교한 결과, 통계적 유의성(65.5% vs. 59.2%, =0.062)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 환아에서 남성 우세가 더 두드러진 것이 나타났다. 진단 시 평균 연령도 한국 환아가 14.7세로 EUROKIDS 12.5세 보다 높았다.

강 교수의 연구 성과는 국내 대학병원급 소아청소년과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이뤄낸 터라 더욱 뜻깊다. 강 교수는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상황으로 과중한 업무로 몰린 대학병원 교수들이 연구에 몰입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그럼에도 국내 소아 크론병 환우들이 정확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질 좋은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환아 진단 결과, 항문 질환 동반 비율 44.8%

강 교수가 확인한 연구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환아에서 크론병 침범이 가장 흔한 부위는 전체 정밀검사를 완료한 환자 241명 중 88%에서 하부 위장관을 따라 염증 부위를 가진 점이 발견된다. 이러한 염증을 가진 환자 비율은 말단 회장(88%)에서 직장(47%)으로 이동하면서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상부 위장관을 따라 염증이 있는 부위를 가진 환자 비율도 위(29%)를 제외하고 원위 회장(59%)에서 식도(6%)로 이동하면서 점진적인 감소를 나타냈다.

파리 분류에 따른 한국 환아의 가장 흔한 질병 표현형을 보면 A1b(10~16세), L3+L4a(소장과 대장+ 상부 위장관), B1p(비협착형, 비관통형, 항문주위 병변)가 12.0%(241명 중 29명)를 차지했다. A1b(10~16세), L3(소장과 대장), B1(비협착형, 비관통형)은 10.4%(25명)였다.

세부적으로 염증 침범 부위를 살핀 데이터도 있다. EUROKIDS 52.8% 대비 한국 환아 74.3%로 L3(소장과 대장) 침범이 좀 더 두드러졌다. 

상부 위장관 침범 역시 한국 환아가 59.3%로 EUROKIDS 46.2% 대비 더 높았다. 10세 미만 환자의 29.4%(17명 중 5명)와 10세 이상 환자의 61.2%(224명 중 137명)에서 각각 관찰됐다.

가장 큰 차이는 항문 주위 누공 질환 유무였다. 진단 시 누공 질환이 있는 한국 환아는 44.8%에 달했지만 EUROKIDS는 8.2%에 불과했다. 항문 주위 누공 질환이 있는 환자는 남성 73.1%대 여성 57.9%로 남성이 더 높았다. 체중과 BMI 지수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는 크론병은 성인 크론병 대비 침범 부위가 넓으며, 진행이 빠르고 급격히 악화된다"며 "장 절제술과 같은 수술을 요하는 빈도가 높고 아이들 성장까지 감안해야 하므로 더욱 세심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항-TNF 제재와 같은 생물학적제제를 진단 초기부터 사용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적극적인 치료가 유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심각한 만성 염증이 발생한 질환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다. 염증성장질환 발병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유전 소인을 가진 경우 특정 환경 요인으로 발생한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이에 따른 이상 면역반응(자가염증 반응)이 지속될 때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궤양성대장염은 염증 발생 부위가 대장으로 한정되지만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위장관 어느 부위에서든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론병은 처음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그 경과는 궤양성대장염 보다 다소 심한 경우가 많다. 

크론병의 주요 증상은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등이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경과를 밟는다. 진단이 늦어지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않을 경우, 장 협착 및 누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대부분 만성질환이 중장년층 이상에서 호발하는데 반해 크론병은 10~20대가 전체 환자의 50%를 차지한다는 특징을 가질 만큼 젊은 층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국내 크론병 환자 2만436명 중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발병률이 13%에 달했다. 소아청소년기 크론병 환자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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