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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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언택트 기술 등의 '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분야에 걸쳐 본격화된 가운데, 제약바이오 R&D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기존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넘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임상시험 단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산업 빅데이터 분석기관 아이큐비아가 최근 발표한 '제약 R&D에서의 디지털 전환' 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격 및 가상, 분산형 시험이 증가하며 제약산업 R&D에서의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제약바이오 산업은 소비재와 같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첨단기술이나 데이터 분석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크게 환경적인 측면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우선 전자의 경우, 제약회사들은 환경소비자 단체로부터 R&D의 핵심인 동물실험을 중단하라는 압력을 받아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환경보호국(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오는 2035년까지 포유류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이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다음으로 비용적인 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평균 20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며, 이중 최대 50%가 임상시험에서 쓰이게 된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경우 세포에 대한 컴퓨터 모델링으로 실험을 진행해 동물실험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AI를 기반으로 한 예측 & 모델링 분석을 통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더 적은 비용으로 찾을 수 있게 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개발 분야에 있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이유다.
 

사진. 상위 글로벌제약사 R&D에서의 AI 파트너십 & 협업 생태계(자료: 아이큐비아)
사진. 상위 글로벌제약사 R&D에서의 AI 파트너십 & 협업 생태계(자료: 아이큐비아)

실제로 전세계 상위 20개 제약회사는 파트너십이나 협업을 통해 제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ML)을 채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후보물질 발굴이나 전임상 적용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임상시험 계획 및 준비단계와 임상 3상 단계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제약사 중 하나인 머크는 미국의 AI벤처기업 아톰와이즈의 기술력을 도입해 시판 중인 7000여종의 약물 가운데 에볼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물질 2개를 하루만에 발굴한 사례가 있다.

'예비군 코로나 백신'으로 친숙해진 얀센은 베네볼렌트AI라는 업체와 제휴계약을 체결해 임상단계 후보물질에 대한 평가와 난치성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다케다제약은 지난 2019년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평가 및 식별하기 위해 AI 신약개발사 리커션과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애브비의 신약개발 부사장이자 의료총괄최고책임자(CMO, Chief Medical Officer) 롭 스코트(Rob Scott)는 "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합성대조군(Synthetic control)과 같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최소한 애브비에서는 모든 임상시험에서 '디지털 구성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상위사를 중심으로 AI를 도입하는 추세다.

대웅제약은 현재 개발 중인 제2형 당뇨병 치료 후보물질 '이나보글리플로'와 섬유증 치료제 'DWN12088'에 온코크로스가 보유한 AI 플랫폼 '랩터 AI(RAPTOR AI)'를 접목해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캐나다의 사이클리카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AI 기반 통합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플랫폼은 후보물질의 약리학적·물리화학적 특성과 체내동태적 특성까지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 분야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이큐비아는 "헬스케어 산업의 AI 채택률은 상위 13개 산업 중 9위에 불과하다"라며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근무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들은 80%의 시간을 데이터 검색·정리에 사용하고 20%만을 데이터 활용에 사용한다. 노력과 지출이 거꾸로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사에 근무하는 IT 임원의 절반은 부서(functions) 전반에 걸쳐 데이터 자산을 완전히 활용하기에는 명확한 전략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RVD' 방법이 임상시험에서 사용됐다는 것이다. RVD는 원격(Remote), 가상(Virtual), 분산형(Decentralized)의 약자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초, 전세계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돌입했지만 기존처럼 연구기관 중심의 임상시험을 할 수 없었던 까닭에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 모니터링·처방 등을 디지털로 진행하는 '분산형 임상'으로 연구를 개발을 진행했다.

아래 표와 같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하는 2020년 초반부터 전체 임상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이와 비례해서 RVD 방법의 임상시험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관찰됐다.
 

표. 
표. 2010~2021년간 전세계 임상시험 및 RVD 임상시험 현황(자료: 아이큐비아)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비대면 임상과 관련해 2021년에 단 1건도 승인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제도적 한계에 기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이큐비아 측은 "RVD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험대상자 모집과 동의, 교육,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검체 운송 등의 과정을 모두 원격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하지만 국내의 경우, 완전한 비대면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부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원스톱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구축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라며 "해당 사업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국가 임상시험 역량과 경쟁력을 제고하고 임상시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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