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에 ESG 광풍이 불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앞 다퉈 ESG 평가지표를 준비 중이거나 발표하고 있고, 각 연기금 등 투자기관에서도 기업 ESG 평가등급에 따라 투자하고, 등급이 낮은 기업에게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채택되고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정비되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2050년 탄소 중립 발표와 파리기후협정 복귀로 ESG 경영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ESG 경영이 주목받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ESG 경영 등급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약 40.5조 달러로 7~8년 사이 3배 가량 증가했다. 투자 기준이 되는 기업 ESG 경영 등급은 얼마나 친환경적인가,사회적 참여도가 높은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지배구조인가를 고려해 A+ 등급부터 D등급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ESG 경영 등급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또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 ESG 경영 등급이 의무적으로 공개된다.

'돈이 능사가 아닌 시대'가 열리는 형국이다.

EGS 경영이 화두가 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사실 ESG라는 개념이 명확히 정의된 것도 아니고,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 따라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보니, 천편일률적으로 발표되는 각종 지표를 각 기업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이 어렵다.  또 어디부터가 E(Environmental, 환경)이고 어디까지가 S(Social, 사회)인지 그 경계도 상당히 모호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개별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활동보다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한 ESG 활동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한 예로 환경오염과 관련이 적은 기업들이 E(환경) 영역 평가를 잘 받기 위해 1회용 종이컵을 없애고, 머그컵이나 텀블러 등을 사용한다는 점을 ‘실적’으로 발표하기도 한다. 이 경우 단순하게 종이컵 원료인 나무 벌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만 볼 때는 환경보호 활동 실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머그컵 등을 세척하기 위해 소비되는 물과 세제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오염이 상충관계(trade-off)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겉만 번지르한 형식적 활동, 조직수명 단축

우리는 ESG 활동을 실행에 옮기기 이전에 과연 어떤 활동이 환경보호를 위한 올바른 활동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환경보호 활동과 관련해 ‘Input’과 ‘Output’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Input 차원은 조직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투입과정에서 사용하는 원재료나 에너지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고, Output 차원은 조직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기업 등 경우 이 두 차원에서 환경오염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면 단순히 평가를 위한 실적을 만들기 위해 위와 같은 우(愚)를 범하지 말고, S(사회) 차원에서 E(환경)를 지원할 수도 있다.

최근 과도한 농약사용, 이상 기후, 밀원 식물 부족 등으로 꿀벌이 사라져 생태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수분부족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해 농업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친환경 농산물 사용, 밀원 숲 가꾸기 행사 등에 동참하고 지원하는 것이 S(사회) 및 E(환경) 차원에서 더 나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평가를 잘 받기 위한 ESG 활동 일환으로 ISO 인증을 받는 기업들이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다. ISO 인증은 ESG 활동을 할 준비를 마친 단계에 불과하며,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님에도, 이 인증만 받으면 ESG 활동을 모두 완수한 것으로 착각함은 물론, 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ESG 경영 출발은 G(Governance, 거버넌스) 확립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환경), S(사회)도 크게 보면 '거버넌스'(G)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한 조직이 그 이해관계자들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들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 정책, 절차 그리고 프로세스(내부통제 포함) 결합’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먼저 다양한 이해관계자(임직원, 주주. 정부, 지역주민, 세계 시민 뿐 아니라 후손)를 파악하고, 이들이 원하는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는데 수반되는 리스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각 업무별로 통제장치를 업무 프로세스에 녹여 넣어야 한다. 즉,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영진이 단순히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수행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형식적 활동은 비용만 발생시키고 오히려 조직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묵묵히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투명하고 윤리적 조직문화를 조성해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다.

ESG 경영이 기업과 사회가 함께 건강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욱희 원장 경력

(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 한국고용정보원 감사,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 청렴시민감사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사회민관협의회 전문분과위원,경찰청 징계위원회 위원, 한국고용정보원 우편산업진흥원 ESG 위원 

(전) 국민연금공단 준법감시인, 우정사업본부(과기정통부) 준법감시담당관(서기관), 금융감독원(전, 보험감독원) 책임검사역,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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