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글로벌 다국적제약사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고민한 '생존방식'이 뚜렷이 나타났다. 가격이 낮고, 성장 가능성이 큰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선호했다.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18일 팜뉴스가 키움증권이 발표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제약사들이 지금껏 매출을 책임져왔던 주요 합성·바이오의약품 특허만료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은 세포·유전자치료제, RNA, 유전자편집 등 혁신 기술에 쏠렸다. 그 목표는 항암제, 중추신경계, 심혈관·대사 등 만성질환, 면역 분야 시장 확대였다.

글로벌제약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기존 제품간 병용, 복합제, 제형 개선, 적응증 확대 등 파이프라인과 신약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더욱 노골화됐다고 볼 수 있다. 키움증권이 "경쟁력과 차별력을 가진 국내 바이오기업이 빅파마와 기술이전 등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전망한 배경이다.

우선, JP모건 현황을 보면 콘퍼런스 기간 계약금을 주고 받은 파트너십은 대부분 전임상 연구였다. 나머지 30% 정도가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혁신치료제(modality)로 20건의 공동연구가 체결됐다. 이를 통해 올해 JP모건에서도 항암제, 뇌신경, 세포·유전자 편집 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글로벌제약사들의 수요가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화이자와 빔 테라퓨틱스(Beam Therapeutics) 간에 이뤄진 3억달러(약 3500억원) 빅딜이다. 빔 테라퓨틱스는 유망한 염기서열 기술을 가진 미국 생명공학기업이다.

화이자는 빔 테라퓨틱스와 간, 근육, 중추신경계 희귀유전질환을 목표로 하는 3개의 비밀 염기 편집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4년짜리 계약을 샀다. mRNA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소위 말해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mRNA와 염기서열 편집 기술을 이용해 희귀질환까지 활용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빔 테라퓨틱스가 가진 염기편집 기술을 이용하면 DNA 손상없이 유전체 단일염기만 표적하는 새로운 정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는 mRNA 코로나19 백신으로 벌어들인 비용을 기술 확보에 필요한 라이센싱비로 지출하며 R&D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이미 선점한 mRNA 기술을 확고히 해 더욱 시장성 있는 분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아울러, 화이자는 기업 또는 기술 인수합병 중 빅딜에 대해서 우호적인 편이다. 앞으로 20~30년 간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나 혁신적인 분야라면 큰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는 센추리 테라퓨틱스(Century Therapeutics)와 1억달러(약 11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세포 전문기업인 센추리 테라퓨틱스의 유도만능줄기(iPSC)를 이용한 T세포, NK세포 개발 프로그램이다. 최종적으로 동종 T세포와 NK세포를 이용한 악성 혈액암, 고형암 세포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컨슈머헬스사업부를 떼어내기로 한 존슨앤존슨은 2025년까지 600억달러(약 71조원)에 달하는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컨슈머헬스 분할에 따른 매출 저하는 걱정하지 않았다.

오는 2023년까지 기존 제품 가치를 더 높이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에 자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트너쉽 기회를 늘려 더 많은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갖겠다는 속셈이다. 여기에 다잘렉스, 트렘피어, 임브루비카 같은 품목을 제형 개선, 적응증 추가로 매출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존슨앤존슨은 이미 B세포성숙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CAR-T 치료제로 다발골수종 치료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는 cMET과 EGFR 수용체를 동시 표적하는 엑손20 변이 표적치료제 리브레반트도 기대주다.

키움증권은 "존슨앤존슨의 기술 도입 증가가 전망되며 국내 바이오기업에 우호적"이라고 상황을 판단했다.

머크는 올해 2025년까지 항암제 시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키트루다, 린파자, 렌비마가 있지만 유방암,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 여성암 자체 파이프라인 확대를 꾀하는 동시에 이들 제품의 보조요법 사용 등 초기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TIGIT, LAG-3, CTLA-4, LoT4 같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와 병용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키트루다는 적응증만 34개이며, 미국에서만 16개 암종에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10개의 병용과 7개의 단독 요법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머크는 ADC, KRAS, BTK억제제, 이중항체 등 다른 항암제 기전에도 관심이 크다. 경구용 PCSK9억제제 개발에도 손대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siRNA나 염증성 장질환(IBD) 파이프라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까지 4개의 주요한 자가면역질환 의약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비TNF 치료제로 탈츠, 원형 탈모증으로 올루미언트, JAK억제제 등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일라이릴리의 미래 포트폴리오는 mRNA, siRNA 등 핵산 기반 의약품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임상 품목 중 20% 가량 핵산 기반 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핵산 기반 의약품은 '플랫폼'으로 대사성 또는 신경퇴행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 강점인 당뇨치료제 시장에선 현재와 같은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당뇨 환자 절반 이상 GLP 기전의 주사제 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다만,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은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오는 2030년까지 20개 이상 품목이 매출 1조원 이상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왔다. 노바티스는 R&D 투자 확대로 2018~2021년 2~3개의 신약 승인받으며 톡톡히 그 효과를 봤다.

노바티스는 심혈관, 면역학, 중추신경계, 혈액·고형암, 호흡기·안과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 주요 기술을 집중하고 있어 기대감이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기술 플랫폼이 다양하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물론 xRNA, RLT, TPD 같은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앞으로 노바티스 먹거리는 고부가 가치를 가진 '혁신신약'이 될 전망이다. 중증 건선에서 코센틱스,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유방암 신약 키스칼리, 여기에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대체치료제 졸겐스마가 있다.

노바티스는 미충족 수요 시장을 찾고 있고, 여기에 수조원대 매출을 창출할 혁신신약을 탐색 중이다. 키움증권은 노바티스 미래에 대해 "기존 합성의약품은 절반 이상 감소할 예정"이며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는 10억달러 이상 인수합병 또는 기술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록 오랜 기간 살아 남을 것"이라며 플랫폼 변화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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