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약국]

"기침이 계속 나서 고민이예요.

이곳 저곳 한의원과 병원을 다녀봤지만 낳지 않아서 주변의 소문듣고 왔어요."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는 정신약국에서 약을 조제해 복용해 보라는 권유를 들었다며 자신의 병명을 소개했다. 이같이 정신약국(성동구 행당동 소재)을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주변의 소문에 의해 약국 문을 두드린다.

1964년 이후로 현재 위치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신약국은 외관은 초라하지만 동네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처방전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

약국 안 한켠에는 한약을 조제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약국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한약을 지으러 오는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의약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지만 처방전은 전혀 수용하지 않는다.



정신약국의 엄규종 약사는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처방전을 일체 받지 않았다. 작은 동네약국에서 처방전을 받기 위해 컴퓨터, 전산원, 근무약사 등을 갖추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처방전에 매달리면 책읽을 시간조차 갖지 못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 등 처방전에 등장하는 약에 관해 따로 공부했다. 이러한 노력은 동네사람들에 대한 배려였다. 정신약국에서 처방전을 수용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처방전을 들고 와 물어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처방전을 검토하고 다른 약국을 소개해 준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약사들이 대부분 처방전에 의지해 약국 경영형태를 변경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방전도 받지 못하게 되고 한약도 조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의약분업 전에는 한약과 양약을 같이하는 약국들이 많았지만 처방전에만 관심을 쏟은 것이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정신약국은 동네약국의 특성을 살려 한방을 중점으로 하고 일반의약품은 마진없이 판매한다.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해 온 것도 있지만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약국운영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정신약국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무다. 얼마전 까지는 금요일까지 휴무였지만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약국을 열기로 했다. 엄 약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개인만의 시간을 갖는다.

"약사들이 자신만의 전문적인 노하우를 갖지 못하면 여가시간을 갖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시간관리나 건강관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충고한다.

약사회, 적극적인 한약정책 필요

정신약국을 찾는 사람들은 만성환자가 대부분이다. 만성환자들은 병원진단이 어렵고 이것은 원인치료를 해야하는 데 치료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한방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등에서 정책적으로 한약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한약조제권을 가진 약사들이 1만여명이 넘지만 의약분업 체제에서 그 권한이 사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렵게 공부해 한약조제약사가 됐지만 약국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처방전으로 약국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한방으로 전환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엄 약사는 약사회와는 별도로 한약조제약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어떻게냐고 제안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약청의 문제나 한의사들이 제기하는 문제로부터 약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약사회차원의 적극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약청이 설립되면 규제가 심해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한약제제인 쌍화탕조차 약국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때문에 약대 교육연한을 조속히 6년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엄 약사는 "한약을 일원화해야 한다. 양방과 한방으로 분류하는 것은 현실에서 맞지 않으며 약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의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약사가 1차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양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지를 판단하고 그 환자에 맞게 의원이나 한의원 등 치료 가능한 곳을 권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사들이 전문성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방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약의 개념으로 양약에서도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명감있어야



엄 약사는 의약분업이 국민에게만 피해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나서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려면 감기약 조차 낳지 않는다. 의원은 단지 처방만 할 뿐이고 약국은 그 처방전에 따라 약만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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