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차관급 인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 양규환 청장이 유임되자 환영하는 사람 못지 않게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양규환 청장은 2000년 8월 11일 식약청장으로 발령 받고 취임 일성으로 투명성을 확보한 책임행정을 구현하며 책임질 일은 현직에 있어도 과감히 묻겠다는 개혁적인 발언을 해 청내 관계자는 물론 관련업계가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이제야 식약청이 바로 서는가 보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번 차관급 개각에서 양청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는 것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투명행정 및 책임행정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단적인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

양 청장은 취임 전반기에는 이전 청장과는 달리 과감한 제도개혁과 민원인들의 불편사안을 개선하는데 앞장서는 분위기를 보였다. 양 청장은 무능하고 자리 지키기에 연연한 공무원과 과거에 부당한 억지주장으로 민원인들을 괴롭힌 공무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의중을 민원인들과 접견에서도 내비쳐 한결같이 이제야 국가 전문기관으로서 면모를 갖추려나 보다면서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양 청장에 대한 이 같은 기대는 실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차장과의 불화설 등이 공공연히 거론되면서 식약청에 그늘을 드리우게 했다.

청장과 차장이 모두 현정권의 깊은 인맥을 이루고 있어 쉽게 퇴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어제는 청장이 쾌청하고 오늘은 차장이 쾌청했다는 등 청내 1, 2인자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계기로 청내 식구들은 물론 민원인들도 어쩔 수 없는 식약청이라는 한탄에 빠지게 됐다.

때문에 장차관급 개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식약청장의 교체여부가 관심사항이었다.

이번 차관급 인사에서 식약청장이 유임되자 한 관계자는 최소한 업무보고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물론 아무리 청장이 일을 잘해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칭송하기 보다 무엇이든 문제점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 관료주의의 근성이다.

그러나 청장의 유임에 환영 못지 않게 불만을 드러낸 인사가 적지 않다는 점을 깊이 되새겨볼 일이다.

현 정권이 1년 정도 임기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양 청장은 앞으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1년의 임기가 보장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양 청장의 투명행정과 책임행정을 구현토록 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잊지 않고 있다.

잘못된 제도는 과감히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취임 초창기의 자세 역시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 역대 청장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부분을 양 청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독성학 교수로서 독성연구소장으로 발탁돼 식약청장이라는 자리에 올랐으면 자리에만 연연한 청장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교육자로서 식약청 개혁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양 청장은 남은 임기동안 청내 가족은 물론 민원인들로부터 신뢰감을 다시 회복해 취임 당시 걸었던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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