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계가 올 소요 의약품에 대한 국공립의료기관 입찰을 비롯 사립병원들이 재계약을 앞두고 거래 업소 솎아내기 작전에 들어가는 등 그야말로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매상들은 기존 거래처 사수는 물론 신규 거래처 발굴을 위해 정계, 재계, 법조계 등의 모든 인맥과 금전을 총동원한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고 한다. 마치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각종 게이트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국내 의약품 시장을 연간 5조원대로 볼 때 이중 처방약 시장을 최고 60%로 본다면 총 3조원 시장에 불과하다. 이는 S재벌기업의 일개 계열사 부서의 연간 매출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같이 3조원에 불과한 처방약 시장을 둘러싸고 납품권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지역에만도 100여개 이상 병원주력 종합도매업소들이 난립돼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2001년 기준으로 파악된 도매업소는 총 175곳이며 이중 에치칼 주력 도매는 100여곳에 이른다.

이들 도매업소들은 주요 대학 및 종합병원 납품권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중앙병원, 삼성의료원, 고대병원, CMC, 경희의료원 등 주요 사립의료기관들은 대부분 2월말로 도매업소와 계약을 만료하고 3월 1일부터 신규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 업소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되며 가능한 관리가 편리한 특정 업소로 거래를 제한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일부 대형 병원들이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줄인다는 방침아래 업소 선별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기존의 거래 업소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병원측에 각종 로비를 전개하고 있으며 재계약 과정에서 신규로 참여하기 위한 또 다른 도매업소들의 병원출입도 잦아지고 있다.

또한 퇴출되는 도매업소의 물량을 살아남은 업소가 독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이미 과열된 상태이다.

의료기관들은 거래 도매업소 선정시 명분상으로는 기업의 신용도와 자본력 및 영업력 등 모두 그럴듯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작 이 같은 기준도 외부 압력에 의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동안 아무 탈없이 잘 거래되던 도매업소도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업소로 변경됐다는 통보를 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대부분 청와대, 국세청, 국회, 감사원, 검찰 등의 입김에 의해 하루 아침에 변경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정권의 아무개 실세가 특정 병원의 병원장이나 재단 이사장 등에게 압력을 넣어 거래처를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때문에 주요 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인맥을 잡아야 하며 배경이 없는 업소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현재 주요 병원에 납품하고 있는 도매업소들은 나름대로 내세울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맥이 없는 도매업소들은 아예 대형 병원에 납품할 엄두도 내지 못하며 그나마 가격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국공립의료기관 입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결국 의약품 납품이 정도라는 말이 통하지 않고 배경이 있거나 가격으로 치고 들어가야 하는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의약품 유통업계의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 비단 이 같은 현상이 의약품 유통업계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모든 부문에 만연된 현실일 것이다.

2월말을 전후로 재계약을 위한 의료기관과 도매업소간의 한판 전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아무게 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비리의 축소판이 약업계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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