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2021년은 ‘국가대표 신약 3대장’이 대미를 장식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셀트리온 ‘렉키로나주’, 한미약품 ‘롤론티스’, 유한양행의 ‘렉라자’ 등 국산 신약들이 쏟아진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글로벌 DNA’를 새겼다는 평가가 들리고 있다. 

“15년, 국산 신약 개발에 현실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대형 제약사 임원의 말이다. 그는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도전 자체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우리 제약사들은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현황을 바라볼 때 이런 점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임상 1상을 거쳐 임상 2상을 넘어 임상 3상의 ‘데스 벨리(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하는 것이 신약 개발 과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업계 현실상, 신약이 2~3년 주기로 하나씩만 탄생해도 괄목할만한 성과로 볼 수 있단 뜻이다.

그런데 올해는 토종 신약이 쏟아졌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주인공이다. 한 개도 아니고 무려 3개였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도 중반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가 R&D 투자 규모를 전폭적으로 늘렸다”며 “숱한 실패가 있었지만 업계가 끊임없이 군불을 지필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 흐름을 타고 올해 결국 국신 신약이 꽃을 피웠다”고 밝혔다.

# 유한양행 렉라자, 2021 토종 신약 포문을 열다  

유한양행은 신축년 연초부터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레이저티닙)’가 1월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것.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무려 16년만에 출시된 국산 신약이었다.

렉라자는 EGFR T790M 저항성 변이에 높은 선택성을 갖는 경구형 3세대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이하 TKI)로 뇌혈관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렉라자는 식약처 허가에 이어 급여권에 가뿐히 안착했다. 7월 1일부터 이전 EGFR TKI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보험 급여가 적용된 것. 

이뿐만이 아니다. 렉라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치료범위를 1차 치료제로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임상 3상을 10여 개국에서 진행중이다. 공동개발사인 얀센 역시 레이저티닙과 자사의 이중항체 '리브레반트'(아미반타맙)의 글로벌 병용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 한미약품 롤론티스, 암환자 희망으로 떠오르다 

신축년의 두 번째 주자는 한미약품의 ‘롤론티스’. 식약처는 지난 3월 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를 시판 허가했다. 단백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이 최초로 적용된 장기 지속형 바이오신약이 롤론티스다. 항암 주기 당 1회 투여된다.

호중구 감소증은 백혈구 내 차지하는 비율이 50~70% 정도여야 하는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된 것을 말한다. 호중구 수가 1500개 이하로 줄어든 경우다. 발병 원인으로는 약물, 방사능, 독소 등의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인성 결핍, 면역질환 등이 있다. 

롤론티스는 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호중구 감소증을 예방하는 신약으로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약이다. 11월부터 급여가 적용된 이후 약가도 약 260만원에서 약 9만원으로 줄었다. 롤론티스가 국내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시장(약 700~800억 규모)의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한 배경이다.

물론 롤론티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다소 미뤄지고 있다. FDA로부터 두 차례 허가심사 보완요청(CRL)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내년 초 롤론티스의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다면 실사를 거쳐 상반기 중으로 또 다시 낭보가 전해질 전망이다.

# 셀트리온 렉키로나주, 국산 코로나 1호 치료제 ‘등극’ 

2021년 9월, 제약바이오 업계에 또 다른 소식이 들렸다. 17일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식약처의 정식 품목 허가를 받은 것. 렉키로나주는 ‘코로나 19 고위험군 경증과 모든 중등증 성인 환자의 치료’로 변경 허가를 받아 치료 가능한 환자가 늘어났다.

기존 고위험군 경증 대상은 6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심혈관계 질환, 만성호흡기계 질환, 당뇨병, 고혈압 중 하나 이상)을 가진 경증 환자였다. 하지만 이번 품목 허가로 대상 나이는 50세 초과로 낮아졌고 기저질환 범위에 비만자(BMI 지수 30 초과), 만성 신장질환자(투석 포함) 등이 추가됐다.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로 등극하면서 조건부 허가 딱지도 날려버린 성과를 이룬 것. 

지역별 거점 의료기관 중심으로 공급되던 렉키로나는 생활치료센터와 요양병원으로 치료 영역이 더욱 확대됐다. 결국 12월 3일 기준 146개 병원, 2만6973명의 환자에게 투여됐고 길리어드사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못지 않은 처방량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감독청(BPOM), 페루 의약품관리국(DIGEMID), 브라질 식약위생감시국(ANVISA)에서도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냈다. 11월 유럽에서 정식 품목허가에 이어 지난 6일 호주에서도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신약을 향한 질주를 지속하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올해를 국가대표 신약 3대장이 업계 전반에 ‘글로벌 DNA’를 새긴 해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제약 업계에 글로벌 혁신의 DNA가 자리잡은 해”라며 “신약 3대장이 가능성과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다소 진폭은 있겠지만 내년에는 더욱 많은 국산 신약이 세계 시장에서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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