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차라리 미국으로 가라”는 오래 전부터 국내 제약업계에서 회자한 말이다. 식약처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히려 깔끔하고 쉽다는 뜻이다. 신약 개발이든 제네릭 수출이든, FDA가 탁월한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에 국내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전 세계 제약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가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포진된 기회의 땅이자, 신약 개발의 주도권을 지닌 나라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섣불리 미국 시장을 두드리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꼼꼼하고 확실한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팜뉴스는 24일 열린 ‘제약바이오산업 글로벌 시장 진출전략 포럼(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을 통해 미국 시장 성공을 위한 ‘필승 전략’을 살펴봤다.

# 바이오 클러스터, 현지 지사 설립 그리고 전문가를 공략하라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변호사는 이날 포럼에서 “미국 진출의 첫 번째 스탭(단계)는 바이오 클러스터”라면서 “미국에는 다양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데 보스턴에는 약 1000곳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정부에서도 케임브리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지원하고 있어서 녹십자, 유한양행 등 한국 기업이 입주했다. 그곳에서는 지식 교류도 일어날 수 있어 국내사들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가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라이프 사이언스 클러스터 Top20’에서 규모 1위를 차지한 곳은 보스턴 클러스터였다. 2위는 샌프란시스코, 3위는 메릴랜드가 차지했다. 국내 기업의 클러스터 진출이 다양한 파트너십과 비즈니스 창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의견이다. 

다만, 섣부른 현지 법인 설립은 실패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처음부터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이라며 “오히려 현지 지사 형태로 직원 한 명 정도를 파견하고 실제 운영을 해보면서 시장을 탐색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도와드렸던 현지 법인 중에는 제대로 오퍼레이션(운영)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시장 조사가 부족하거나 파트너십이 충분치 않은 경우였다. 현지 법인 보다는 소규모의 현지 지사 설립을 추천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의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조 변호사는 또 “실제로 지사나 법인이 있다고 해서 전문가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미국에 가기 전 국내에서 미리 충분한 네트워킹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스라엘 ‘테바’ 아메리칸 드림 ‘롤모델’

이날 포럼에서는 조인트 벤처(JV, 합작법인) 또는 지분 인수를 통한 미국 시장 공략 사례도 소개됐다. 대표적인 예는 글로벌 제네릭 1위 기업인 이스라엘의 테바다. 

조 변호사는 “아주 성공적이라고 볼수 없지만 테바는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기업이다”라면서 “테바는 창업 초기 이스라엘 복제약 시장에 진출했고 그곳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1위)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해치-왁스만법(Hatch-Waxman Act) 시행 이후 제네릭 진입이 쉬워지면서 테바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며 “먼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그 이후 지분 인수를 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을 진출했다”고 밝혔다.

실제 테바는 1940년대까지 의약품 도매 사업을 하다가 1951년 IPO(기업공개)를 했다. 1970년대 국내 기업 인수를 통해서 내수 시장 1위로 발돋움했고 이를 토대로 1980년대 초에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등 신약개발에도 성공했다. 

그 이후 1984년 해치-왁스만법 시행에 따른 제네릭 시장 확대에 맞춰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1년 뒤 테바는 JV 형태의 TAG 파마슈티컬스을 설립했다. 제네릭 제조사인 미국 레몬사의 지분 50%를 인수를 계기로 미국 진출 9년 만에 이스라엘 내수 시장 매출을 상회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조 변호사는 “테바의 성공 요인은 일단 내수 시장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와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둘째는 독자적으로 미국 시장을 진출해서 처음부터 하나씩 시작하지 않고 먼저 JV 또는 지분 인수를 통해 시장을 공략 했다는 점도 성공 비결”이라며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도 이런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 테바의 JV(조인트 벤처) 전략, 우리도 할 수 있다

미국 진출의 시작점은 현지 지사 설립이다. 그 이후 현지 시장을 파악하고 자리를 잡으면 현지 법인 형태가 아닌 JV 전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JV에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조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조 변호사는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에 고민하는 부분이 JV다”며 “그것을 하는데 일종의 두려움과 걱정이 있다. 저희는 JV가 깨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JV를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현지 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 회사의 강점을 통해 어떤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을까 하는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JV를 운영할 것인지도 중요하다”며 “JV를 상장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키울 것이냐, 미국 내에서 우리 제품 개발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냐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이게 불분명하면 중간에서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런 점들이 정리가 되면 그 다음은 지분, 경영 관여 등의 교착상태에 대한 출구 전략도 필요하다”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현지화다. 어떻게 하면 현지 문화, 규제, 구조를 학습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드느냐가 JV의 성패를 가름한다. 이를 명심해야 미국 시장 진출이 수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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