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제약사들이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에서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법원이 제조물 책임을 근거로 건보공단의 손을 들었는데도 다수의 제약사가 항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제약사의 면책을 인정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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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발사르탄 구상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34개 제약사들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건보공단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SK케미칼, JW신약, JW중외제약, 휴온스, 환인제약, 건일제약, 국제약품, 구주제약, 광동제약, 다산제약, 대원제약, 동구바이오제약, CMG제약 신일제약, 삼익제약, 삼일제약, 바이넥스, 명문제약, 마더스제약이 그 주인공이다. 

또 한화제약, 대화제약, 유니메드제약, 한림제약, 한국휴텍스제약, 하나제약, 테라젠이택스, 진양제약, 비보존제약, 이연제약, 아주약품, 대우제약, 종근당 등이 2심 소송에 합류했다. 넥스팜코리아와 이든파마는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2곳을 제외한 모든 제약사가 ‘끝까지 간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면 소송 2차전의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이번에도 ‘제조물 책임’이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예측이다. 

제약사들은 의도치 않은 불순물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항소심에서도 이어갈 전망이다.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근거다. 

건보공단은 1심과 마찬가지로 불순물을 발사르탄 제조상의 결함으로 규정하고 약사법상 건강에 위해를 일으킨 성분이 나왔기 때문에 제약사 책임이란 논리를 또 다시 펼칠 예정이다. 

제약사들의 승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법조계에서는 제약사들이 먼저 ‘패인’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를 위해선 “1심 법원이 제조물의 책임을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중요하다. 

법무법인 아크로의 제본승 변호사는 “1심 소송은 의약품 허가 관련 행정적 쟁점을 제외하고,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등 결함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에 관한 민사소송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중에서도 위험성이 있어 대체 약재로 교환한 비용에 대한 건보공단의 구상금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고, 발사르탄으로 인한 인체 손해나 위자료, 즉 직접 손해에 대한 것은 아니어서, 기본적으로 제조물의 하자로 인한 '무거운 책임'을 묻는 소송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조물 책임법 3조는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3조를 문의적으로 해석하면, 제조물 책임은 상당히 무겁다.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손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공단이 제약사에게 받아낼 구상금의 성격을 하자 자체로 인한 손해가 아닌 ‘안전을 위한 대체비용’으로 해석했다는 게 제본승 변호사의 논지다. 

구상금은 2018년 발사르탄 사태가 터진 이후 환자가 복용하고 남은 제품을 교환해주면서 건보 공단이 부담한 금액이다. 따라서 건보공단은 제약사를 대상으로 잔여기간에 대한 의약품 교환 조치에 들어간 비용, 약 20억 원을 구상금을 청구했다.

제본승 변호사는 “공단은 잔여기간 동안 의약품 교환 조치에 들어간 비용만 구상 청구했다”며 “법원은 이 시점에선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불순물 조사가 시작됐기에 제약사들도 NDMA를 확인하고 NDMA가 포함된 발사르탄 제재 생산을 중단한 뒤, 이를 대체할 수 있었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즉, 발사르탄 사태가 터진 2018년 이전의 제조품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고 제약사들이 위험을 명확히 알게 된 이후 시점에서의 대체비용 정도는 부담하라는 얘기”라며 “이런 차원에서 일반적인 제조물 책임법 사건의 면책 논리를 적용하기보다, 제조사의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본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발사르탄 제조 당시 기술기준이 없었다는 제약사 주장에도 불구하고, 제조 당시 NDMA 위험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법원이 제조물 책임을 인정했다는 것이 제 변호사의 주장이다.

실제로 1심 법원은 발사르탄에 함유된 불순물(NDMA)는 생산 이전부터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 유발 개연성 물질로 분류됐다고 판단했다. 

제조 이후 발견된 불순물이라 하더라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의약품안전청(EMA)과 동일하게 설정한 잠정 관리기준도 초과했기 때문에 의약품에 대해 위험성이 있어 결국 제약사에 제조 책임에 있다는 것. 

제본승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발사르탄 소송은 약재 복용으로 인한 직접 부작용 피해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위험성이 우려되어 대체 약품으로 바꾼 비용의 부담을 누가 져야하는 가에 대한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관점에서 면책사유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바꾼 셈이다. 이점이 제약사들의 면책 주장이 배척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같은 접근은 제조물 책임법에서 정한 면책 사유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향후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법원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극적인 고려에 나선 배경을 감안할 때, 법률적 논리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제약사들의 항소심 진행이 마냥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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