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교수

당뇨환자 관리용 소프트웨어인 Livingo®을 출시했던 디지털-헬스 기업인 Livingo는 2018년 1월 해당 프로그램을 고혈압관리까지 확장하였다.

Livingo®을 사용하는 당뇨 환자의 약 65%가 고혈압도 함께 앓고 있다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상시 혈압을 모니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출시하였다.

고혈압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서 혈관이 감내할 수 없는 순간적 혈압의 상승은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혈압 조절에 위험요소를 가진 사람에 대해 혈압을 상시 모니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거기에 의료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추가적 조치나 중재를 취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배가될 것이며, 현재의 의료 또는 건강관리 비용보다 저렴하게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번 컬럼에서는 일본 自治医科大学의 Kazuomi 등이 최근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고혈압 관련 디지털치료 기술의 과학적 진전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HERB 소프트웨어 효과의 탐색 연구

2018년 미국심장학회가 제시한 혈압관리 가이드라인의 목표 기준은 130/80인데, 복잡한 건강관리 절차 등의 이유로 적극적 혈압 조절에 참여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기술과 디지털헬스 케어 기술의 발전은 상시 혈압 추적과 관리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점에 착안하여 Kazuomi 교수 등은 상시 혈압을 모니터할 뿐만 아니라 행동과학 이론에 기초하여 혈압을 낮출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HERB”를 개발하였다.

개발과정에 自治医科大学의 의료전문가들이 참여하였는데, 기본 개념은 고혈압 환자들의 스마트폰에 앱(app)을 설치하여 혈압을 모니터하고 중재하는 방식이다. 헬스케어 제공자의 클라우드 데어터서버와 환자 스마트폰 앱 간의 소통을 통해 혈압의 모니터링과 혈압강하를 위한 중재가 이루어진다(그림 1).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생활 방식과 행동의 개선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환자의 수준과 특성을 고려하여 적용되었다. 환자들의 스마트폰에 앱이 설치되었고 웹 기반 환자 관리 콘솔(console)이 주치의에게 24주 동안 제공되었다.

그림1 . HERB 작동 개요 [출처: J. Clin. Hypertension, 2021, 23(5): 923-934]

2018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20세 이상 고혈압환자(수축기혈압 140∼179 mmHg, 이완기혈압 90∼109 mmHg 범위)를 대상으로 시험하였다, 환자들은 24시간 혈압 모니터링(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 ABPM)과 자료 수집에 동의하였다. HERB 적용군 77명과 대조군 74명, 총 151명이 참여하였으나 HERB 적용군 68명과 대조군 72명이 완료하였다.

결론적으로, HERB 소프트웨어를 통한 중재는 대조군과 비교할 때 ABPM에서 모니터된 24시간 수축기혈압의 평균 변화에 대해 유의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65세 미만의 항고혈압제 약물 경험이 없는 고혈압 환자에서 HERB 소프트웨어를 통한 중재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특정 군을 대상으로 HERB 소프트웨어의 효능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 임상 시험을 계획하였고, 그 과정과 결과를 아래에서 볼 수 있다.

▶HERB-DH1(HERB Digital Hypertension 1) 임상 3상 연구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해당시점 이전 3개월 간 고혈압치료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20세∼64세 고혈압환자(ABPM 평균혈압이 130 mmHg 이상이면서 office BP 140–179/90–109 mmHg 범위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하였다.

HERB 적용군(HERB system + standard lifestyle modification) 199명과 대조군(standard lifestyle modification alone) 191명, 총 390명이 참여하였으나 HERB 적용군 192명과 대조군 180명이 완료하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위에서 본 HERB 소프트웨어 방식이 동일하게 적용되었고 12주와 24주의 효과를 관찰하였다.

수면 조정과 염분 섭취, 절주, 운동, 체중 조절,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6종 비약물적 중재가 시행되었고, 그 중재는 3단계 즉,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데이터에 기초한 교육 중재와 앱-지원 생활 개선, 자가 계획과 평가로 구성되었다.

그림2 . HERB-DH1 임상3상 시험 개요[출처: European Heart J. 2021, ehab559]

1차 결과 평가시점인 12주에서 혈압은 일본 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을 따른 대조군에 비해 디지털 치료를 시행한 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었다. 24시간 수축기 혈압이 base line을 기준으로 대조군에서 2.4 mmHg 감소한 반면, 디지털치료 시행(HERB)으로 4.9 mmHg 감소하였다.

낮 동안 수축기혈압은 대조군에서 4.8 mmHg, HERB에서 7.3 mmHg 감소하였고, 밤 동안 수축기혈압은 대조군에서 2.0 mmHg 증가한 반면 HERB에서 1.0 mmHg 감소하였다. HERB 적용으로 아침시간 수축기혈압이 10.6 mmHg, 저녁시간 8.5 mmHg, 업무동안 13 mmHg 감소하였다(그림 3).   

그림3. 디지털치료(HERB) 12주 후 혈압 강하 효과 [출처: European Heart J. 2021, ehab559]

2차 결과 평가시점인 24주에서도 HERB 적용은 대조군에 비해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었다. 대조군과 디지털치료 시행(HERB)군 간의 수축기 혈압 변화 차이(대조군 수축기혈압 – HERB군 수축기 혈압)는 다음과 같다. 아침 시간 4.3 mmHg, 저녁시간 3.3 mmHg, 업무시간 3.6 mmHg 였다(그림 4). 이외에도 디지털치료로 체중과 BMI 값이 유의성 있게 감소하였고 대사적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개선되었다.

그림4. HERB 적용 24주후 혈압 강하 효과 [출처: European Heart J. 2021, ehab559]

이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디지털치료를 받는 환자 중 91명(45.5%)과 대조군 중 54명(27.8%)이 위해 반응을 호소하였고, 디지털치료를 받는 환자 중 한 환자에서 폐색전증이 나타났고 대조군의 한 환자에서 림프종이 나타났으나, 디지털치료 시행과 인관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나 기작을 찾지 못하였다. 보고된 위해 반응들의 빈도나 심각도는 혈압강하 의약품에 의해 예견되는 빈도나 심각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29일, 신속심사과정을 거쳐 유럽심장학회가 발간하는 European Heart Journal(Impact factor 29.983)의 On-line 판에 발표되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구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혈압을 조절하는 기작이 매우 복잡하고 환자에 따라 주요 병리 포인트와 상태가 다를 수 있는데, 아직 이를 구분하고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치료의 시행으로 12주간 아침시간 수축기혈압이 10.6 mmHg 감소한 것은 기존 치료법인 혈압강하제 복용(62.6일간)으로 11.5 mmHg 감소한 것과 비교할만한 수준이다.

24주간 디지털치료를 시행한 경우 아침시간 수축기혈압이 17.1 mmHg 감소하였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이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뇌 역량을 추월하였듯이 빅데이터와 AI가 장착된 디지털 치료 기술은 빠른 시간 내에 혈압강하제(화학의약품)의 효용성(유효성과 안전성)을 추월할 것이 자명하다.

복용 약물(화합물)의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선 새로운 화학구조를 창출해야 가능하지만, 디지털치료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쉽게 전환 또는 개선할 수 있고, 사이버-안전성과 윤리가 확보된다면 개선된 디지털치료적용에 따른 유효성과 안전성 자료가 바로 바로 수집되고 축적되어 새로운 기술 적용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디지털치료기술 개발의 Leader 역시 IT 전문가가 아니라 생체 정보(혈압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MD PhD이다. Bio-와 IT의 융합이지만 아이디어와 원리는 의과학 역량에 기반하고 있다.

이제, 만성질환 또는 관리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디지털치료 기술의 개발은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혈압의 치료·관리를 위한 환자 맞춤형 디지털치료 기술이 의료 현장뿐만 아니라 각 가정으로 도입될 날이 머지않았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혈압강하제 처방액만 1조5천억/년을 상회하고 있고, 글로벌 혈압강하제 시장이 270억달러(30조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혈압 헬스 케어로 접근하면 그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5년, 늦어도 10년 후에는 그 시장을 디지털치료제가 지배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시 한 번, 제약 리더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핵심 기술과 아이디어의 창출 배경이 어디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누구와 협력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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