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SD
사진. MSD

[팜뉴스=김민건 기자] 2019년 5월 미국 머크(Merck Sharp & Dohme, 이하 MSD)는 미국에 있는 한 바이오기업에 계약금 10억5000만달러(약 1조2300억원)를 안기며 인수에 나섰다.

이 기업은 신세포암 등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혁신신약) 항암제를 개발하는 펠로톤 테라퓨틱스(Peloton therapeutics)였다. 향후 신약 개발 성공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까지 계산하면 총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했다. 베팅에 가까운 빅딜(Big deal)이었다.

MSD가 막대한 금액을 들여 인수한 배경에는 신장암 제품군 강화라는 목적이 있었다. 펠로톤 테라퓨틱스가 개발하던 파이프라인에는 HIF-2α 저해제라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 'PT977(MK6482)'이 있었는데 기업과 함께 사들인 셈이다. PT977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이달 13일 MSD가 보인 과감한 투자는 새로운 혁신신약 승인으로 성공을 거뒀다. 앞으로 투자금 보다 더 많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지 모를 일이 됐다.

MSD는 이날 저녁 7시(현지시간) 미국FDA가 저산소증 유도 인자-2 알파(Hypoxia-Inducible Factor-2 Alpha, HIF-2α) 억제제 '웰리렉(벨주티판)'을 본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VHL) 관련한 최초이면서 유일한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VHL 증후군으로 인한 신세포암(Renal cell carcinoma, RCC), 중추신경계 혈관모세포종(Central nervous system hemangioblastomas),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췌장내분비종양(Pancreatic neuroendocrine tumors, pNET) 치료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VHL증후군은 신세포암, 유전성 유두암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이다. 다양한 장기에서 악성 종양을 일으키며 VHL환자 25~45%가 신세포암을 앓는다. 발병 연령이 30~40대로 낮다는 특징이 있다.

그간 VHL증후군을 치료하기에는 기존 치료제로는 부족했다. 그러나 웰리렉은 세포 증식, 혈관 신생, 종양 성장과 관련해 HIF-2α 표적 유전자 전사와 발현을 감소시킨다. 암을 증식시키는 HIF-2α 단백질이 나오지 않게 막음으로써 암 증식과 성장을 저해하는 효과를 낸다. 

이는 HIF-2α 저해제가 산소가 부족한 종양미세환경에서 활성화하는 전사 인자라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산소는 세포 내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세포 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 세포와 산소 간 환경을 맞추기 위해 유도되는 단백질이 HIF-1α다. HIF-1α는 종양 성장을 일으키는 여러 유전자 발현을 높이는데 HIF-2α 저해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웰리렉의 성공적인 FDA 승인은 VHL증후군을 진단받은 61명의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004(ClinicalTrials.gov, NCT03401788)'를 토대로 이뤄졌다. 연구에는 CNS 혈관모세포종, pNET 등 진단 환자가 포함됐지만 전이성 환자는 제외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1일 1회 웰리렉 120mg을 질병 진행 또는 독성 발생 전까지 투여 받았다. 투약기간 중앙값은 68주였으며 최대 104주까지 확인됐다.

VHL증후군 신세포암을 진단받아 초기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후 웰리렉을 투여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7.9개월이며 이들 중 77%는 이전에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연구 주요 평가변수는 VHL 관련 신세포암 환자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웰리렉 투여 환자 49%(95% CI, 36-62)가 부분적 반응을 보였다.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2.8-22.3개월 이상)에는 도달하지 않았는데 56%(17명) 환자가 최소 12개월 이후에도 반응을 보였다. 웰리렉이 반응을 보이기까지 걸린 시간(Time To Response, TTR) 중앙값은 8개월(2.7-19개월)이었다.

CNS 혈관모세포종 환자 24명에서도 ORR 63%(95% CI, 41-81)를 달성했다.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는 4%(1명)를 기록했고 부분반응(partial response ,PR)은 58%(14명)였다.

다만, DoR 중앙값(3.7-22.3개월 이상)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웰리렉에 반응을 보인 CNS 혈관모세포종 환자 15명 중 11명(73%은 최소 12개월 이후에도 효과가 나타났다.

pNET 환자 12명에서 TTR 중앙값은 3개월(3-11개월)로 ORR 83%(95% CI, 52-98)를 보였다. 이중 CR이 17%(2명), PR 67%(8명)였다. 

pNET 환자 DoR 중앙값(10.8-19.4개월 이상) 또한 도달하지 않았다. 반응을 보인 환자 10명 중 5명에서 최소 12개월 이상 효과를 보였다. TTR 중앙값은 8개월(3-11개월)이었다.

라마프라사드 스리니바산(Ramaprasad Srinivasan) 미국국립암연구소(NCI) 비뇨기종양분과 분자암 치료 과장(박사)은 "004임상에서 VHL 관련 신세포암 환자 절반, VHL 관련 중추신경계 혈과모세포종 또는 췌장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 대부분 종양 감소를 경험했다"며 웰리렉 투여가 효과 있었음을 전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