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교수

2018년 12월 7일 미국 FDA는  De Novo classification process(기존 시장에 없는 신기술을 적용하여 의료와 보건에 활용하는 기술들이 시장진입을 위한 제도)에 대한 규제를 설정하기 위하여 제안된 규칙을 발간하였다. 이미 2017년 9월 14일 미국의 FDA는 물질사용장애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Reset application(reSET, mobile medical application)”을 처음으로 승인하였다.

reSET은 39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임상 시험을 거쳐 그 유효성이 확인되었다. 알코올 또는 코카인, 마리화나, 중추신경흥분제를 탐닉하는 환자(중독 환자)들 중 40.3%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금단현상(중독 증상)을 보인 반면, reSET을 사용한 환자들 중 17.6% 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금단현상을 나타내었다.

이 프로그램의 사용에 따른 유의적인 유해성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 FDA는 아편류를 제외한 물질사용장애 환자들에게 의사 처방 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reSET 역시 De Novo Premarket 심사절차를 통하여 승인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디지털치료제들이 개발·출시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2019년 1월 미국 FDA는 De Novo Pathway와 함께 Software Precertification Program을 가동하였다.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에 한정하여 적용되고 있다. 반면 EMA의 적응 속도는 느린 편이다. 신기술에 우호적인 미국을 중심으로 디지털치료 기술과 개념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 컬럼에서는 디지털치료 기술의 특성에 관한 구체적 사안들을 살펴보고자한다.

▷ 우리나라에서 디지털치료제 판단

우리나라에서 디지털치료제는 주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간주되고 있고, 식약처의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근거를 갖춘 제품들은 아래 그림의 절차를 거쳐 디지털치료제(기기)로서 심사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심사 대상이 되면 이미 허가·인증받은 제품과 비교한 자료, 사용목적에 관한 자료, 작용원리에 관한자료, 안전에 관한 자료, 성능에 관한 자료, 물리·화학적 특성에 관한 자료, 안정성에 관한 자료, 기원 또는 발견 및 개발경위에 관한 자료, 임상시험에 관한 자료, 외국의 사용현황에 관한 자료 등을 근거로 심사·허가되고 있다.

▷ 디지털치료 기술의 특성

생체의 작동은 물리적·화학적 변화에 기초한다. 깊은 고뇌나 심오한 고찰도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생물학적 변화의 표출이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의 기억 상실이나 중독자의 약물 추구,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 모두 뇌 신경에서 전기·화학·생물학적 변화의 기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역으로 접근하면 뇌 신경에서 적절한 전기·화학·생물학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기억 상실이나 갈망, 자살충동을 조절할 수 있다. 오래 동안 인류는 생각훈련(심리 또는 영성치료 등)이나 행동 훈련(미술, 음악, 운동, 여행 치료 등), 화학물질(약물)로 뇌 신경에서 적절한 전기·화학·생물학적 변화를 시도하여왔다.

약물은 자극의 강도와 기간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어서 생물학적 시험계를 기반으로 치료의 표준화가 쉬운 반면, 생각훈련이나 행동 훈련은 자극 정도를 계량화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반응자의 개체차가 심해서 표준화가 매우 어렵다. 과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치매나 약물 중독,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의약품이나 여타 치료법은 없다.

지난 컬럼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는 근거 기반의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 가상현실, chat bot, 인공지능 등)를 활용하여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하거나 관리, 치료하는 기술이다. 즉, 질병의 진단·치료·경감(輕減)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결국 사람이나 동물의 구조·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현재의 과학적 한계 내에서 살펴보면 디지털치료제도 특정 자극이나 작용을 통해 생체에서 전기·화학·생물학적 변화를 야기하여 생체 기능을 항진 또는 억제할 것이다.

의약품은 화학적 자극이나 작용에 기초하였다면, 디지털치료제는 전기적 또는 자기적, 물리적 자극이나 작용에 기초할 것이다. 생각 훈련과 유사할 수도 있지만, 의약품의 용량을 조절하듯이 자극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특정 영역에 한정해서 자극할 수 있다.

물론 세포나 신경핵 수준의 정밀 구획에 한정하는 기술까진 이르지 못했고 특정 기능 영역 범위까진 제한할 수 있다. 이런 한계들은 micro-robot 또는 전자약(electroceuticals) 기술을 응용하면 머지않아 극복 가능할 수 있을 것이고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의 구분도 모호해 질 수 있다. 지금까진 비 침습적 방법이 적용되고 있지만 미래에는 상황에 따라 최소한의 침습적 응용 기술들이 개발될 것으로 본다. 

2019년 KHIDI의 바이오헤스리포트에선 디지털치료제의 특성으로 독성과 부작용이 없고, 비용이 저렴하며, 복약 행동과 환자 상태의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그 분석을 통한 처치 강약과 빈도 등의 유연성이 높다는 점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다”는 인식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개발된 디지털치료제나 적용 기술들이 현 모니터링시스템 내에서 유의적인 독성이나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작동 원리를 고려하면 디지털치료제도 생체 내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위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부작용이나 독성이 없음을 입증하려면 디지털 치료기술이 장애 또는 이상이 있는 부분에만 작용하고 다른 생리적 분자나 기능에 작용하지 않는다거나 그 자극에 의한 변화가 정상 생리 회복 시스템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병소의 세포나 조직이 디지털치료 자극에 민감한 반면 정상 세포나 조직은 덜 민감할 수 있고, 병소의 생리시스템을 개선하는 자극이 정상 생리시스템에도 영향을 주지만 항상성 기전에 의해 쉽게 복구될 수 있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러한 반응계에 있어서 개체차가 심하기 때문에 여전히 우려가 남아있다. 또한 현재 운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나 의료 기기에 기반한 부작용 또는 안전성 모니터링 시스템 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는 관련 자료들의 고찰에 근거하여 디지털치료제의 특성을 아래 표에 정리하였다. 이 자료는 “KPBMA Brief”에서도 발표하였던 자료이다. 
 

인체 생리적 측면에서 최첨단 기술은 생체 표적과 올가노이드 기술이다. 시험관에서 세포 수준의 조작 기술이 기관(Organ)까지 확대되었다. 여러 처치나 조작을 인공 장기에 적용·시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생체의 작동원리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그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과 이를 시험할 수 있는 기술이 첨단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배양·제작된 mini-brain에 조작 기술을 적용하여 인체의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생체의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전·자기적 자극들과 연상자극의 미세 조작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ICT 기술의 발전으로 AI 연산 관련 컴퓨팅 파워가 증대되었고 시스템 설치·유지의 경제성도 향상되었다.

어떻든, 디지털치료제의 기술 특성은 생체표적 + 올가노이드 + ICT + 마이크로 로봇 기술 등의 융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중에서 생체표적 + 올가노이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존 의약기술이다.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마이크로 로봇과 ICT 기술을 생체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 분야의 글로벌 R&D에는 다수의 다국적제약사들이 함께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생명과학팀이 기술-벤처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하여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물론 Amazon과 Apple, Microsoft, Google 등과 같은 ICT기업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헬스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분야이지만 집단기술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라는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자부심과 외고집만으로 지탱할 수 없는 시대임을 알리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