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필수 의약품 및 의료용품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각국의 핵심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EU 등 주요국들이 자국의 의료산업 육성과 핵심 의약품 생산시설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함에 따라 권역별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인도 등 원료의약품의 주요 생산국이 일시적으로 수출을 제한하거나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의약품 수급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전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수출의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전 세계 의약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의약품 수출은 세계 의약품 수출 증가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며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맞이했다.

2020년 전 세계 총수출은 전년 대비 5.2% 감소했으나 의약품의 수출은 11.2%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대세계 수출은 전년 대비 5.5%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의약품 수출은 97.3% 증가한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미국, EU 등은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상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임상시험 등에 특화하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 부문을 등한시해왔다. 

미국 생산능력 확충 및 재고 확보 

그러나 지난 2021년 2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으로 같은 해 6월 백악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기존의 제한된 정부의 역할과 시장 논리에 따른 자원배분, 원가절감을 위한 분업화와 아웃소싱이 공급망 상의 특정 부분에서 중국 등 외부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미·중간 전략적 경쟁 국면 속에서 국가안보의 위험 요소로 부상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의 관점에서 병목지점(choke point)의 파악과 필수 의약품의 국내 생산 유도, 예비 생산능력 확충 및 재고 확보를 통해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을 높일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생산원가 절감과 환경규제 회피 등의 목적으로 원료의약품 제조설비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해 왔다. 

2021년 3월 기준 원료의약품 제조설비의 73%가 미국 외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제너릭(복제약) 원료의약품의 제조설비는 87%가 해외에 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소비되는 제너릭 완제의약품의 약 40%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인도는 이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의약품의 약 7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은 제너릭 항생제, 해열진통제 등 국민 보건에 필수적인 의약품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자국 내 의약품 생산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핵심 의약품의 재고 확보 및 관리시스템구축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도 제네릭 원료 의약품 90% 중국서 수입 

제약산업의 글로벌 강자인 유럽도 제너릭 원료 의약품의 9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新제약산업 전략(Pharmaceutical Strategy for Europe)>을 발표해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공급망의 위기대응 능력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도 해외 의존, 중국·일본·인도 순

우리나라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확대에 따른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상승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2017년 35.4%에서 2019년 16.2%로 빠르게 감소해 200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완제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의 생산은 2017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료의약품의 주요 수입대상국은 중국(36.7%), 일본(13.0%), 인도(10.2%) 순으로 나타나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게다가 국내 제약기업 대부분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신약개발보다는 제너릭(복제약)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높은 수익창출이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의 의약품 수출액은 63억 달러로 세계 19위에 머물렀으며, 수출경쟁력 지표상으로도 아직은 주요국 대비 미흡한 수준을 보였다. 

바이오의약품 중심 새로운 기회 열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시장의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제조역량을 갖춘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수출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 전년 대비 97.3%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전 세계 의약품 수출증가율(11.2%)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수출 순위도 2019년 22위에서 세 계단 상승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수출은 전년 대비 139.1% 증가한 51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7위로 올라섰고 수출경쟁력 지표상으로 EU,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중심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개척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의약품 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미국 및 주요 동맹국에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서 우리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요 동맹국 간 필수의약품 재고물량에 대한 스와프 협정 체결,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 상호 인정 등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신약개발에 따른 리스크가 큰 제약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한정된 정부 R&D 예산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민간 투자의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내기업의 혁신신약 개발 및 출시역량 확보를 위해 해외기업 M&A 등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 규제 또한 의약품 전반에 대해 품질 향상을 유도하고 신속한 출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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