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에 베테랑들이 있다. 국내에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 소개되기 이전부터 다학제 협진팀으로 함께 해온 세종병원 심장통합진료팀(Heart team)이다. 심장 판막 질환 치료에 있어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은 그 노련함과 경험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심장 판막 질환 치료에서 외과, 내과별로 치료 방침을 정하는 시대가 끝났다. 미국 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와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가 반드시 심장통합진료팀(Heart valve team) 중심으로 치료할 것을 발표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심장 판막 질환 치료는 가슴을 열어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인공 판막을 넣는 대퇴부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 대표적으로 쓰인다.

기존에는 위험도에 따라 수술이나 시술을 택했지만 미ACC·AHA 발표 이후 환자 나이와 동반 질환, 과거 수술 병력, 수술 위험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도록 바뀌었다. 미ACC·AHA는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 자원을 보유한 다학제 심장팀 논의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최적의 치료 성과를 내기 위해 흉부외과를 비롯해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전문의료진 통합진료가 필수적이라는 새 기준을 발표한 것이다.

세종병원은 국내 유일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전문병원이다. 이곳에 2015년부터 심장통합진료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팀이 있다.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의료진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대동맥판만 협착증 환자에게 맞는 최상의 치료 방식을 찾아내며 진료 과정에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 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세종병원 심장통합진료팀. 왼쪽부터 김동진 흉부외과 과장, 심원미 밸브 코디네이터, 최영진 심장내과 과장
세종병원 심장통합진료팀. 왼쪽부터 김동진 흉부외과 과장, 심원미 밸브 코디네이터, 최영진 심장내과 과장

팜뉴스는 최근 진단부터 치료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자랑하는 세종병원 심장통합진료팀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에는 심장통합진료팀을 이끄는 심장내과 최영진 과장과 흉부외과 김동진 과장, 밸브 코디네이터 심원미 간호사가 자리했다. 이들에게 치료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최적의 치료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수술과 시술법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그간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세 사람과의 일문일답.

▶최근 업데이트된 ACC·AHA 가이드라인에서 심장통합진료팀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 과장) "우리나라 심장통합진료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시술 건수도 중요한 지표이지만 얼마나 실제적이면서 내실 있게 의견을 주고 받는지, 또 환자 동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각 전문과와 의료진마다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할지 견해는 다를 수 있다. 그동안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과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을 비교하는 연구가 많이 있었고, 그 결과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TAVI 효과와 안전성이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연구에서는 TAVI가 SAVR 대비 좀 더 우월한 결과를 보이는 연구도 발표됐다. 그러다보니 점차 비침습적 치료법을 수용하는 추세다. 

그러나 환자 상태에 따라 SAVR과 TAVI 중 환자에게 어느 방식이 더 유용할지,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한 치료법이 무엇일지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과가 함께 의견을 모으고 조율해 결정해야 한다."

우리 심장통합진료팀에서는 SAVR만 고수한다거나 TVAI만 우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환자가 가진 의학적 병태, 상황, 여러 사회 구조적 요인을 모두 고려하고 토의를 통해 치료법을 결정하고 있다.

김 과장) "전세계적으로 외과, 내과에서 각각 치료 방침을 정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반드시 심장통합진료팀을 중심으로 치료할 것을 권고하는 추세다. 심장통합진료팀은 환자 발생 시 반드시 회의를 하고 치료 방식을 결정하고 있기에 환자 치료에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본다."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인 만큼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최 과장) "중증 대동맥판만 협착증 환자는 약물 치료가 안 되기에 판막 치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이나 시술을 할지 결정할 때 심초음파, CT 등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와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 다학제 팀이 토의를 한다. 기본 검사를 내과에서 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연관된 과가 함께 논의하는 게 통합진료시스템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진료과 모두 각자 전문 분야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동시에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게 현재 다학제 협진의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일 것이다. 우리 심장통합진료팀에서도 토론과 의견 합치를 위해 매달 다학제팀 회의를 갖고 있다. 정기적인 회의가 있음에도 환자 상황에 따라 긴급 회의를 소집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 병원이 큰 장점이 있다. 규모가 큰 대형 병원보다 더 빠르고 원활하게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공간적으로 근거리에서 각자 심장 전문 진료를 하고 있어 소통이 원활하고 특히 밸브 코디네이터인 심 간호사가 스케줄을 잘 조율하고 있다. 심장 전문 진료 병원이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도 여러과로 진료를 보러 옮겨 다녀야 하는 피로도가 낮아 훨씬 편리하다."

심 간호사) "병원 개원 초기에 TAVI가 도입되기 전부터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과 의료진이 모여 모든 심장 수술 환자 사례를 검토하고 논의하는 수술 콘퍼런스를 진행해왔다. 기본적으로 다학제 협진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협조하고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최영진 과장이 인터뷰 중에 설명하고 있다.
최영진 심장내과 과장

▶ACC·AHA 가이드라인은 치료법 선택 과정에 환자 상황과 선호도도 고려하라고 했다. 실제 환자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하나

심 간호사) "심장통합진료팀 논의를 거쳐야 하기에 당장 시술이나 수술을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환자 의사를 진료팀에 전달한다. 보통 금기증이라고 하는데 의료진이 판단하기에 환자가 시술을 할 수 없는 특정 의학적 요인이 없다면 환자 의견을 다수 반영하고는 있다." 

최 과장) "환자 의견을 100% 반영할 수 없기도 하다. 50대 젊은 환자인데 TAVI를 하겠다고 한다거나 하는 경우 의료진 입장에서 평가했을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하도록 환자를 설득하고 있다."

▶심장 판막 질환과 치료법인 SAVR, TAVI에 대해서 알려달라
 
최 과장) "최근 노령화 추세로 심장 판막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이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질환이 바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중증도가 심하지 않으면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도 중증으로 진행되면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치료를 위한 전통적 방법은 심장을 열어 문제가 되는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이다. 그러나 워낙 노령 환자가 많고 중증도가 있는 질환이다 보니 수술 위험도가 있다. 특히 고령일수록 동반 질환이 많아 위험도가 많이 증가한다. 수술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고안한 것이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인데 국내 도입된 지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 SAVR 대비 안전성과 유용성이 많이 입증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부터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김 과장) "통상 고령 환자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는 TAVI에 적합하고 비교적 전신 상태가 양호한 80세 이하 환자는 SAVR을 고려하고 있다."

▶두 치료법 각각 치료적 혜택과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환자별로 치료법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김 과장) "개흉을 시행하는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 장점은 가장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수십 년 간 그 안전성이 증명된 치료법이라는 점이다. 지속적인 개흉수술 발전으로 최근 수술 시 사망률이 많이 감소했다. 또한 최소 침습적 수술 기법을 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더욱 안전해진 것도 장점이다. 다만, 수술 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심정지나 인공 심폐기 가동은 수술 후 합병증과 연관된다. 초고령 환자나 전신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 환자에서 심정지와 심폐기 가동은 개흉 수술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최 과장) "앞에서 말했듯 좁아진 판막을 수술로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SAVR이 전통적 치료법이나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아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는 개심술 위험 부담이 크다. 수술 고위험군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된 게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카테터를 삽입해 좁아진 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펼쳐 놓고 나오는 시술로 현재 수술 대비 그 효과와 안전성을 계속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은 노후화된 판막을 밀어서 교체하는 방식이기에 남아 있는 낡은 판막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노후화된 판막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술적 방법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앞으로 TAVI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다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수술하는 경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

작년 미ACC·AHA가 개정한 심장판막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을 보면 65세 미만은 수술을 권고하고 있다. 기대 여명이 긴 젊은 환자는 판막 치환술 후 살다가 그 판막이 다시 문제를 일으켜 재시술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TAVI는 도입 기간이 길지 않아 재발 가능성을 축적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다.

현재 연구로는 SAVR 대비 TAVI 시술이 판막 기능 저하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지는 않다. 통상 수술에 사용하는 조직 판막 수명을 10년 정도로 예상하는데 시술에 사용하는 조직 판막 수명도 비슷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TAVI 시술 장기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판막 내구성(durability) 데이터가 쌓일 것으로 본다."
 

김동진 흉부외과 과장

▶TAVI는 고령 환자가 치료비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정부 보조금 지원이 가능한가

심 간호사) "정부 제도에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있다. 우리 병원도 사회 사업실을 통해 소개하고 있으며 실제 그 제도를 통해 비용 부담을 덜고 시술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중위 소득 100% 이하인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진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해도 재산 기준 등 기타 지표를 고려한다.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개별 심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세종병원은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이다. 많은 심장 질환 환자를 만났을테니 묻고 싶다. 어떤 징후나 위험 인자를 보이는 경우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조심해야 하나 

최 과장) "주요 증상은 호흡 곤란, 흉통, 실신 등이지만 환자 중에 고령층이 많다 보니 증상을 인지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견 당시 중증이 아니어도 언제 중증으로 발전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조기 발견과 질환 진행 정도를 시기적절하게 인지함으로써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예로 수술 날짜를 잡고 입원했다가 갑자기 사망하시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은 이에 비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얼마나 심각한 질환인지 잘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노령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소극적으로 선택하는 환자도 있다. 기대 여명이 길지 않더라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치료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게 맞다.

경제적 걸림돌도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 심평원에서도 이와 관련한 전문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안다. 활발한 의견 수렴과 협조를 통해 보험 적용 범위가 하루 빨리 확대되면 좋겠다.

김 과장) "중증의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급사 위험성이 높다. 특히 숨참·흉통·운동 시 어지러움이나 실신 등 증상이 다양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심장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심원미 밸브코디네이터
심원미 밸브코디네이터

▶향후 세종병원 심장통합진료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최 과장) "심장 판막 질환 뿐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수술 위험이 큰 경우 중재적 시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세종병원 심장통합진료팀은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는 추세에 맞춰 활발하게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김 과장) "항상 변함없이 환자에게 어떤 치료 방법이 최선인가 생각하면서 진료에 임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심장통합진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반드시 이러한 치료 방침을 지켜 나가는 것이 국내 유일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이 최고의 심장 병원으로 나아가는 방향일 것으로 본다."

심 간호사) "최근에는 심장질환 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분야에서도 다학제팀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다학제 코디네이터 간호사들의 상담 스킬을 개발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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