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내에서 임산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백신 개발 당시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치 않아 방역당국이 접종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최근 임산부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에 대한 대규모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기세가 무섭다. 1000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더해, 최근에는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15명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확진자 수는 1179명으로 4일 만에 다시 1000명을 넘겼고 비수도권도 약 4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현재까지 백신 1차 접종률은 30.6%(1572만 4463명)이며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의 비율은 11.8%(605만 8350명)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임신부가 포함돼 있지 않다. 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 자료가 부족해 접종대상에서 제외된 까닭이다. 실제로 이달 7일에 개정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기준 및 FAQ>에 따르면 임산부의 경우, 아직까지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없으므로 접종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BNT162b2) 접종에 대한 연구결과가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한 임산부와 그렇지 않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과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임산부에서의 화이자 백신(BNT162b2) 접종과 코로나19 감염 사이의 연관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했다(doi:10.1001/jama.2021.11035).

연구진은 지난 2020년 12월 19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백신 1차접종을 완료한 임산부와 그렇지 않은 임산부를 조사해 이들을 연령과 거주지역, 출산경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유무 등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이렇게 선별된 인원은 실험군(백신 접종, Vaccinated) 7530명, 대조군(백신 미접종, Unvaccinated) 7530명으로 총 1만 5060명이었고, 서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임산부들을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1:1로 매칭(matched)됐다.

이들의 주요평가지표는 백신 접종을 한 지 28일이 지난 시점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해 코로나19 감염이 어느 집단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감염 유무는 PCR 검사로 진행됐다.

표. 백신 접종을 받은 임산부와 미접종 임산부의 코로나19 누적 발생률
표. 백신 접종을 실시한 임산부와 미접종 임산부 간의 코로나19 누적 발생률

분석 결과, 코로나19 확진자는 실험군(백신 접종)에서 118명, 대조군(백신 미접종)에서 202명이 발생했다. 또한 백신 접종 후 28일에서 70일까지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에 집계된 확진자는 실험군에서 10건, 대조군에서 46건으로 확인됐다.

백신 접종 후 처음 10일간은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접종 후 11일부터 27일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감소(aHR=0.46, 95% CI, 0.31-0.67, P<0.001)가 관찰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로 화이자의 mRNA 백신을 접종한 임산부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화이자가 임산부를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시험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료가 전무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임산부에 있어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감염 위험 사이에 연관성을 평가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는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전문가초청 설명회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신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금기 대상자에 들어가 있지 않고, 실제로 접종도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의 경우, 아직은 임신부 접종에 대해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하고 있어 접종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라며 "임신부나 임신의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라면 접종을 권고하진 않지만, 임신을 예정한 경우라면 굳이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