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대장암, 췌장암, 폐암은 물론 희귀암까지 치료 가능한 항암제가 등장했다. 바로 선택적 TRK 억제제인 비트락비(라로트렉티닙)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는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폐암, 유방암으로 분류한다. 이 암들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가 현재 알려진 표적치료제 개념이다.

이에 반해 비트락비 같은 암종 불문 치료제(Tissue-agnostic therapy)는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관계 없이 NTRK 융합 유전자가 있다면 모든 암에 처방할 수 있고 효과를 보인다. 대장암이나 췌장암, 전립선암만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 인자가 아닌 변이된 TRK 유전자와 다른 유전자가 서로 융합해 암을 일으키기에 NTRK 융합 유전자란 명칭이 붙었다.

암종 불문 항암제 장점은 특정 치료에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부분이다. 예로 기존 폐암 1차나 2차 치료제로만 승인받은 표적치료제가 있다면 해당 치료 과정에 효과가 있음을 승인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암종 불문 항암제는 이런 원칙에 상관없이 NTRK 유전자 융합이 확인되면 투약할 수 있다.

 

▶아직 생소한 NTRK 융합 종양

NTRK 융합 종양은 사람 유전자인 신경성 티로신 수용체 키나제(Neurotrophic tyrosine receptor kinase, NTRK) 염색체가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다른 유전자와 융합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유전자 융합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발암성 변이 TRK 융합 단백질이 발현돼 암세포 증식과 분열을 촉진하며 암을 일으킨다.

신경계 발달과 기능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TRK(Tropomyosin-receptor kinase) 수용체는 말초와 중추 신경계 생리 활성과 생성,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다른 암과 NTRK 유전자 융합으로 생기는 암의 큰 차이는 특정 세포나 신체 부위에 한정되지 않고 TRK 수용체가 있는 부위 어디에서든 종양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NTRK 유전자 융합은 성인과 소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암종에서 발견된다. 고형암 종류에 따라 발병 빈도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NTRK 유전자 융합으로 발생하는 폐, 전립선, 결장암 등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이와 달리 성인에서는 분비성 침샘암, 분비성 유방암과 소아는 영아섬유육종, 분비성 유방암 등 희귀암종에서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인다.
 

NTRK 유전자 양성 융합으로 발생하는 암종

고형암은 발병 빈도가 낮지만 검사를 통해 치료 효과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 생존이 3년 이상까지도 확인되고 있다. 희귀 암종에서 효과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NTRK 유전자 융합은 NTRK1 NTRK2 NTRK3으로 각각 구분하며 총 80개 이상의 암종이 이들 유전자 융합에서 보고된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는지 실제 데이터를 알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정확한 진단 기술이 아직도 개발 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중요한 것은 유전자 융합이 최근 다양한 빈도로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최근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는 유전자 융합 양성이 연간 신규 사례가 약 1500~5000건이 있다고 보고된다.  예로 유방암 환자가 매우 많은데도 어떠한 암종에서도 유전자 융합 양성을 가진 경우가 1500~5000건이 있을 만큼 드물다는 뜻이다. 그러나 분비성 유방암(SBC)처럼 희귀암은 92%나 보고될 정도로 굉장히 높고 소아암에서 생기는 육종암도 보고되기로 50%지만 실제로는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에 캔서 디스커버리에 보고된 육종암 환자는 수술 후 병이 재발했음에도 비트락비 사용 2사이클 후 폐로 전이된 암이 많이 없어진 것을 피부로 체감할 만큼 효과가 좋았다. 이러한 효과는 임상의로서 드라마틱한 반응이다"고 설명했다.

▶NTRK는 어떻게 암을 일으키나

NTRK(하위 분류 NTRK1 NTRK2 NTRK3) 유전자와 NGF/NT3, BDNF/NT4, MT3 물질은 TRK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정상 단백질을 생성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TRK 단백질인 TRKA TRKB TRKC는 하위 경로인 MAPK, PLCy, PI3K 등 신호 전달을 통해 통증이나 체온 조절 등 신체 신경계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NTRK와 상관없는 유전자, 즉 '유전자 융합 파트너(Gene fusion parther)'가 결합해 문제가 생긴다. NTRK 유전자 융합이 비정상적인 TRK 융합 단백질을 생산함으로써 신체 내 과도한 세포 또는 신경 활성화를 일으켜 암을 발생시킨다.
 

NTRK 유전자 융합 변이가 암을 발생시키는 과정

비트락비는 환자 체내에 있는 TRKA TRKB TRKC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종양세포 증식과 분열을 촉진하는 변이된 발암성 TRK 융합 단백질을 억제한다. TRK 융합 단백질이 지속 생산하는 신호 전달과 세포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종양을 죽이는 기전이다. 이는 중추신경계(CNS)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TRK 효과 보기 위해선 정확한 동반검사 필요

NTRK 유전자 융합은 암종에 관계없고 성인과 소아(1개월 이상 사용 가능)에 관계 없이도 처방할 수 있다. TRK 융합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강력하게 억제하기에 효과와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다만, 이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검사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이 확인돼야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현재 NTRK 유전자 융합 진단법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과 형광동소보합법(FISH), 역전사 종합효소 연쇄반응(RT-PCR), 면역조직화학염색법(Pan-TRK) 등이 사용된다. 이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검사가 NGS다. 여러 검체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으면서도 민감도가 높아 NTRK 유전자 융합 검사에 적합하다. 단점은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2~4주가 소요되고 검사 비용이 높다. 또 NGS 검사 자체가 어려운 병원도 있다.

이러한 제한점으로 최근에는 Pan-TRK도 사용한다. 비용이 저렴하고 처리 시간이 빠른데다 NGS가 없는 대부분 병원에서 사용 가능해서다. Pan-TRK도 단점은 있다. 위양성 확률과 융합, 야생형 TRK 단백질 발현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를 판단하는 점수와 알고리즘이 표준화 돼 있지 않다.

▶서울대 의대 교수 "내 환자라면 NTRK 검사할 것"

NTRK 융합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선 정확한 진담 검사가 필요하다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한 번 유전자 융합이 확인된 환자에서는 그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엘은 비트락비 효능과 안전성을 보기 위한 주요 글로벌 임상 3개를 진행 중이다. 

먼저 유전자 융합 유무와 상관없이 18세 이상 성인이 참여한 1상과 21세 이하 소아 대상 1/2상으로 각각 진행 중인 '어드밴스드 솔리드 튜머(Advanced solid tumors)' 연구가 있다. 그리고 12세 이상 소아 대상으로 유전자 융합이 있어야 참여 가능한 '네비게이트(Navigate)' 2상이다.

바이엘은 3개 임상에서 유전자 융합이 확인된 환자 55명 데이터를 간추려 그 효과를 봤다. 여기에는 성인 1상 8명, 21세 이하 소아 12명, 성인 및 12세 이상 소아에서 35명 자료가 집계됐다.

하위 분석 결과를 보면 55명의 평균 나이는 45세로 2세 미만이 6명이나 참여했고 2~5세, 6~14세, 15~39세로 연령대가 다양했다. 이 의미는 비트락비가 2달 이후 영유아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에서 NTRK1과 NTRK3 유형이 각각 25명과 2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들에서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등 총 17개 암종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CR(완전 관해)에 이른 환자는 16%였고 PR(부분 관해)은 64%로 좋은 데이터를 보였다.
 

비트락비 글로벌 임상연구 55명 하위 분석 데이터

비트락비 글로벌 임상에 참여 중인 오도연 서울대 의대 교수는 "유전자 융합 종양을 가진 다양한 암종에서 종양 크기가 잘 감소했고 ORR(객관적 반응률)이 80%에 달했다. ORR 80%는 굉장히 보기 드문 수치로 비트락비 효과가 잘 듣는다는데 이견이 없는 데이터"라고 말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오 교수는 비트락비가 성인과 소아 모두를 비롯해 NTRK 유전자 타입 모두 종양을 줄였으며 다양한 유전자 종류에서도 효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첫 치료를 시작한 이후 2달 이내로 극적인 효과가 온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오 교수의 실제 임상 사례에서 이같은 효과가 잘 드러났다. 

해당 환자는 영아섬유육종을 앓고 있는 2살 여아였다. 종아리 뒤쪽으로 거대한 암 덩어리가 생겼고 수술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효과가 없어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 교수는 유전자 융합을 검사한 뒤 이 아이에게 비트락비를 처방했다. 아이는 3사이클 만에 암세포가 굉장히 많이 줄었고 4사이클 때는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다리를 살릴 수 있었다.
 

분비성 유방암 환자에게 비트락비 투여 후 6일, 20일차 경과 사진

또 다른 환자는 14살 여자 아이로 분비성 유방암을 진단 받았다. 분비성 유방암은 아주 드문 질환으로 이 환자 또한 이미 앞서 4가지 항암제로 치료하고 수술로 세포를 도려냈음에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가슴과 어깨 부위 피부를 찢고 튀어나왔던 암덩어리가 비트락비 투여 6일 만에 많이 줄었고, 20일차에는 수술로 도려낸 듯이 없어졌다.

▶NTRK 159명 환자 분석, 생존 2년·치료 지속 3년 이상

2019년 12월(데이터 컷오프 시점) 앞서 3개 임상에 참여한 환자 중 159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데이터는 현 시점에서 비트락비의 가장 많은 환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해당 데이터에서 OS(전체 생존기간) 데이터 중앙값은 44.4개월, PFS(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28.3개월이었다. ORR 79%, mDOR(치료 지속기간 중앙값) 35.2개월로 효과가 장기간 유지됨을 보였다. 즉, NTRK 유형에 상관없이 유전자 융합 양성이 있는 경우를 비롯해 다양한 유전자 파트너에서도 장기간 효과를 보였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에 반해 부작용은 적었다.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은 13%로 4등급은 1% 미만이었다. 3등급 이상 이상반응 중 가장 흔한 경우는 간수치 상승(3%)였고 빈혈(2%), 호중구 감소(2%)로 나타났다. 투여 용량 감소는 8% 환자가 해당했고, 2%는 치료 연관한 이상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했다.

오 교수는 "비트락비 임상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암 종류와 상관없이 유전자 융합만 있으면 효과를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환자자를 찾아 치료하면 큰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고형암 치료제 선택 시 NTRK 유전자 융합 검사를 필수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치료하는 고형암 환자를 검사해서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NTRK 유전자 융합 양성 환자에게 빠른 검사와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라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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