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1회 주사에 25억원, 그리고 초고가약. 유전자 대체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를 뜻하는 말이다.

졸겐스마는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로 한국노바티스가 개발했다. 가격은 1회 투약에 18~25억원(각 일본, 미국 기준)이다. 가격을 들은 일반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남 아파트도 아닌데 수십억이나 한다는 얘기를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졸겐스마 초고가약 논란을 기사로만 접하는 누리꾼 가운데는 "돈, 세금이 아깝다. 그냥 아이를 죽여라"며 댓글을 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졸겐스마는 그간 우리가 접해왔던 약의 개념을 한 차원 뛰어넘었다.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원샷(One shot) 치료제'라는 말 그대로 문제 원인인 유전자를 대체해 단 한 번 치료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졸겐스마를 표현하는 초고가약이라는 말에는 '혁신성'이 빠지지 않고 따라붙는다. 

과연 일반 시민과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처럼 졸겐스마는 비싸기만한 약일까. 아니면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거대 글로벌 제약사의 지나친 상업화일까. 

팜뉴스는 지난 9일 있었던 졸겐스마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와 그간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우회 등을 취재했던 내용을 토대로 초고가약 오해와 진실을 바라봤다.

1. 세계에서 제일 비싼 약은 졸겐스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5월 28일 졸겐스마를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로 승인했다. SMA는 척수 등 중추신경계 운동신경세포 사멸로 신체의 모든 근육이 약해지는 치명적인 희귀 유전 질환이다. 신생아 약 1만 명에서 1명꼴로 나타나며 국내에는 약 200명 환자가 있다. SMA를 치료하지 않을 경우 제1형 환자는 2살 이전에 90%가 죽는다. 가족은 아무런 손도 못쓴 채 그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하는 고통스런 병이다. 

하지만 졸겐스마를 투약할 경우 단 한 번 치료로 정상적인 활동까지 기대할 수 있다. 졸겐스마가 사멸한 중추신경세포를 대신해 운동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논란, 평생 치료비를 낼 것인가 단 1회로 끝낼 것인가 

문제는 단 1회 투약에 25억원이라는 약가다. 단순히 가격만 본다면 졸겐스마는 세상에서 제일 비싼 약이다. 반대로 졸겐스마가 '평생 치료 비용'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제일 비싼 약은 아니다. 그 이유가 있다.

졸겐스마는 2019년 미국 FDA 허가한 이후 유럽과 영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이스라엘, 대만 등 전세계 38개 국가에서 사용 중이다. 약 1000명 이상의 환자가 투약받았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급여를 적용했다. 미국에서 졸겐스마 1회 투약 비용은 약 25억원, 일본에서는 약 18억원이다. 단 한 번 투여로 효과가 평생 지속되는 졸겐스마다.얼마나 비용 효과적인 약이길래 미국과 일본 같은 제약선진국이 급여를 적용한 것일까.

졸겐스마 외에 개발된 SMA 치료제는 바이오젠 스핀라자, 로슈 에브리스디가 있다. 두 SMA치료제를 5~8년 이상 투약할 경우 졸겐스마와 치료비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먼저 스핀라자는 2017년 12월 국내 허가 돼 보험급여를 받고 있으며 로슈는 작년 11월 허가를 받아 급여 등재가 진행 중이다. 스핀라자가 비교적 빠르게 국내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SMA 질환에 미충족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세 치료제 간 차이를 보면 졸겐스마는 단 1회 정맥 주사로 핵심 운동 단백질을 생산해 치료가 끝나는 반면 스핀라자는 평생 척수에 주사를 맞아야 하고 에브리스디도 평생 경구제를 복용해야 한다. 더구나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는 핵심 단백질이 아닌 보조 단백질을 지속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작용 기전과 투약 횟수에서 졸겐스마와 큰 차이가 있기에 오히려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는 약가에서 졸겐스마와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연간 4~5회 맞아야 하는 스핀라자의 첫해 투여 비용은 약 10억원으로 예상되며 치료를 위해 4개월 마다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에브리스도 마찬가지다. 스핀라자와 비슷한 기전인 만큼 보험 급여도 동일할 것이란 예상이다. 에브리스디 첫 해 치료 비용은 약 4억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 등 치료제를 투약받는 환자 1명당 10년 치료 비용으로 약 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MN 단백질을 보충하는 역할만 하는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는 평생 투약이 필요한 만큼 외래 진료, 입원·처방비 이에 소요되는 교통비, 시간 경제적·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졸겐스마는 환자 내원 치료 감소와 가족과 사회의 보건의료 체계 부담을 덜 수 있다.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 삶의 질까지 높이는 만큼 졸겐스마의 비용 효과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졸겐스마를 사용 중인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졸겐스마를 허가, 급여를 적용하기 위해 제약사, 보험사가 함께 가치 기반 보상이나 분할 상환 지급 방식을 선택했다.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나이와 체중에 두던 제한점을 확대했다. 졸겐스마 사용 범위를 넓힌 것은 실질적으로 혁신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평생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졸겐스마를 1회 투약하는 게 더욱 비용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논란 이유, 1회로 끝나는 졸겐스마 비용 누가 부담하나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졸겐스마가 논란인 이유는 해외와 다른 진료, 건강보험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국내 건보 등재 시스템으로는 25억원대 약에 급여를 적용할 수 없다. 그동안 국내 의약품 급여 정책은 치료 가치와 비용·효과를 인정한 의약품만 선별적으로 등재(positive list system)했다. 즉, 치료 효과가 갑자기 떨어져 투약을 중단하더라도 보험 비용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치료제가 건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졸겐스마처럼 단 한 번 투약으로 치료가 끝나는 경우 비용·효과성을 판단할 기준이 없기에 치료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험분담제(RSA)나 경제성평가 면제특례(경평면제) 제도가 있지만 장기간 추적관찰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태어난 지 1~2년 내 죽는 SMA 1형 환자를 10년간 지켜본 후 급여를 인정한다는 건 맞지 않다.

이에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졸겐스마와 같이 초기 비용이 높음에도 단회 투약으로 끝나는 유전자치료제 보험 급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희귀질환은 치료제를 개발하기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원인과 증상에 대한 정보 조차도 극히 적기 때문이다. 약 5%의 희귀질환만이 치료 방법이 알려져 있을 뿐이기에 민간 분야에서 개발하기 힘든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연세대 약대 강혜영 교수는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희귀유전질환 혁신신약 접근성 강화 토론회에 나서 "나라별로 제도 유형이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혁신신약 심사기간 단축은 물론 원활한 급여가 되도록 제도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맞춤형 급여모형에는 새로운 혁신신약의 미충족 의료수요 충족을 위한 지속 개발, 환자의 빠른 의약품 접근성 보장,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 간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종민 SMA 환우회 이사장은 팜뉴스와 통화에서 "부작용 등 부분에서 위험이 없다는 판단으로 식약처가 허가했다면 기본적인 약에 대한 부작용 검증은 마쳤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그 경우 환자들이 우선 써보고 효과가 있을 때 비용을 지불하는 방안을 제약사와 정부가 진행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보험 등재 기준을 볼 때 임상 근거 자료를 원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감기약 조차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며 "안타깝게도 같은 국민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 보다는 약을 먼저 써보고 효과에 대한 부분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2. 졸겐스마는 안전하지 않다?

졸겐스마는 단 1회 치료로 끝나기에 현재로선 장기 안전성을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장기 안전성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노바티스는 졸겐스마 5~6년 투약 데이터를 쌓은 상태다. 졸겐스마 초기 투여 환자 임상연구인 'START'에서는 15년 장기 추적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장기 추적 연구 등록한 환자 10명 모두 생존해 초기 임상 효능이 현재까지 유지됨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들은 운동 발달 단계가 손상되지 않았는데 2020년 6월 기준으로 환자 10명 중 2명은 도움없이 스스로 걸었고 6명은 도움 없이 스스로 앉는 게 가능했다. 졸겐스마 투여 없이는 불가능한 단계다.

여기에 연구 중단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 간 효소치가 상승하거나 혈액학적 수치, 새로운 악성종양, 자가면역 장애 등 이상도 보고되지 않았다.

치료 후 이같은 효능을 확인한 평균 시간은 4.8년이고 참가자 평균 연령은 5.2년으로 졸겐스마가 최대 6년까지 지속된 것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올해 4월 기준으로 1200명 이상의 환자가 임상연구 또는 약제접근성관리프로그램(MAP)을 통해 2~3년간 효과를 보고 있다. 

최대 6년까지 안전성을 지속 확인함에도 노바티스는 새로운 3상 연구(SMART 임상)를 준비 중이다. 초기 임상에 참여하지 못한 체중 8.5~21kg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말까지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며 연구는 유럽과 북미, 호주, 대만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최대 추적 기간은 12개월이다.

노바티스는 해당 연구로 장기 추적 안전성을 모으고 진료 현장에서 데이터를 보완한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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