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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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전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최근 불활성화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러시아 추마코프 연구진이 국내 전문가들을 만나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대비한 백신 플랫폼을 두고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

추마코프 연구소 측은 전통적 제조 방식을 택한 불활성화 백신이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와 함께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이 대규모 임상 데이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15일 기준으로 13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당초 6월 말까지 달성하려던 목표였으나 그 시기가 2주 정도 앞당겨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넘어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S와 러시아 연방 추마코프 면역생물학 R&D센터(이하 추마코프 연구소)는 지난 1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방안 마련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추마코프 연구소는 지난 1957년 설립된 러시아 내 유일한 소아마비 생백신 기술을 개발한 연구소로, 최근에는 불활성화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코비박(CoviVac)'을 개발했다. 코비박은 지난 2월에 러시아 보건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3월부터 러시아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부소장
사진. 콘스탄틴 체르노프 추마노프 연구소 부소장

콘스탄틴 체르노프 추마노프 연구소 부소장은 "백신 개발은 크게 2가지 접근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라며 "하나는 '의학적 접근법'이며 나머지 하나는 '보건적 접근법'이다. 전자는 환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치료법을 연구하는 방법이라면, 후자는 보건 분야와 같은 대규모 단위에서 이뤄지는 치료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보건적 접근법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이 개발됐다"라며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이나 AZ, 얀센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콘스탄틴 체르노프 부소장은 "문제는 코로나19 긴급상황이 끝난 다음이다"라며 "현재 사용되는 백신들은 긴급상황에선 유용할지 몰라도 장기전에서는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를 홍역이나 파상풍처럼 국가예방접종으로 관리하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즉각적인 면역효과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흘러간다면 백신의 안전성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코비박은 불활성화 바이러스 백신으로 연구소가 지난 70여 년간 연구해 온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일반냉장온도인 섭씨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해 유통도 용이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mRN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의 AZ와 얀센, 그리고 유전자 재조합 방식을 택한 노바백스 백신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방식의 백신들은 최근 희귀성 혈전 등과 같은 부작용 이슈가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불활성화 방식을 택한 백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결핵(BCG), 볼거리, 수두백신 등이 불활성화 백신이다"라고 설명했다.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백신 접종에 있어 가장 주의깊게 살펴야 할 내용 중 하나가 이상반응이며 그중에서도 안전성과 직결되는 '중증 이상반응'이 특히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모더나의 mRNA 백신은 아직까지 우리가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백신이다. 사회적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강진환 교수는 "현재로서는 강력한 항체를 만들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연 지금 승인한 백신들로만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며 "인플루엔자의 경우 매년 계절마다 접종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도 이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현재의 백신 체계로는 원활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국내 백신 전문가들과 추마코프연구소 관계자들이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다만, 코비박 백신의 임상3상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정식으로 승인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4개이며 이들은 모두 대규모 임상 3상시험에 대한 결과가 나와 있다"라며 "하지만 백신의 경우, 일반적인 임상3상만으로는 국민들의 신뢰와 믿음을 얻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예가 AZ와 얀센 백신에서 발생하는 혈전 부작용이나 최근 미국 CDC에 보고된 mRNA 백신 관련 심근염 이슈다"라며 "다만, 이러한 부작용은 100만명당 10건 이하에게만 발생하는 케이스로 현재의 3~5만명 단위의 임상3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대규모 접종 데이터다"라며 "이는 불활성화 백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거부터 사용해왔다고 해서 더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러시아 백신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려면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백신의 효과와 효능성 입증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백신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라며 "스푸트니크가 러시아에서 정식으로 사용 승인된 시점은 임상3상 시험 전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모두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거쳤다"라며 "만약 어떤 백신에서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면 즉각 사용이 중지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추마코프 연구소 측은 "현재 3만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코비박에 대한 대규모 임상3상 시험에 진행 중에 있다"라며 "실험군은 크게 18세~60세 그룹과 60세 이상 그룹, 만성질환자 그룹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상시험이 끝나고 관련 데이터가 정리된다면 오픈 소스를 통해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며 "실제로 스푸트니크의 임상3상 결과는 지난 2월에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됐으며 높은 호응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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