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발열 증상에 복용하는 해열진통제로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을 직접 언급한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접종 후에 어느정도 불편한 증상이 있으시면 타이레놀과 같은 소염효과가 없는 진통제는 복용을 하시는 게 적절할 것 같습니다"는 발언을 하면서 촉발했다.

해열제 복용을 돕기 위해 상품명을 직접 언급했지만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약국가는 물론 의약품유통업체에도 타이레놀은 수개월 째 품절 상태다. 제약업계에선 타이레놀 매출만 늘어나자 특정 상품 밀어주기 논란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은 몰라도 타이레놀은 안다"며 상품명 노출이 적절했다는 반응이다.

특정 제약사 상품명 노출을 놓고 정부와 제약업계, 시민이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큰 만큼 괴리감을 좁히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온라인몰에서 품절된 타이레놀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 청장 발언 이후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많은 시민이 해열진통제로 타이레놀만 찾아 논란이 한창이다. 

이에 정부는 정 청장 발언이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향후 특정 상품이 아닌 성분명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설명에도 소비자는 다른 해열진통제에 전혀 손길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레놀이 가장 많이 알려져 '보통명사'로 쓰이는 현실이어서다.

특정 상품이 보통명사로 된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까스활명수(동화약품 활명수), 아스피린(독일 바이엘제약 해열진통제), 대일밴드(대일화학공업 반창고) 등이다.

이 외에 샤프(일본 샤프전자 기계식 연필), 엘리베이터(미국 오티스 엘리베이터), 초코파이(오리온 초코파이), 버버리코트(영국 버버리 트렌치코트), 호치키스(일본 호치키스), 스카치테이프(미국 3M의 셀로판 테이프), 포스트잇(미국 3M 접착식 메모지) 등도 보통명사가 된 상품명이다.

직장인 A씨는 팜뉴스에 "평소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달라고 하는 이유는 정확히 타이레놀을 주길 기대하고 말하기 보다는 보통 약사들이 동일 성분으로 주거나 타이레놀을 주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열진통제를 사고 싶어 타이레놀을 달라고 한 것이지 꼭 타이레놀을 구매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번에는 타이레놀이 보통명사처럼 쓰이다보니 실제 구매 목적으로 지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가 직접 언급한 이후 지명구매는 더욱 심해졌다. 그 여파로 현재 약국에서 해열진통제 구매를 원하는 환자 10명 중 8~9명이 타이레놀만 원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대일밴드도 보통명사이긴 하지만 다른 제품을 준다고 해서 소비자 거부감이 심하지는 않다. 그러나 타이레놀은 유독 심한데 그 이유가 정부가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아세트아미노펜 몰라도 타이레놀 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4월 6일 입장문을 내어 "특정 제품 상표명을 정책브리핑 등 공식 발표에서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타이레놀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안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타이레놀 품절 논란이 계속되자 이달 28일 약사회는 "(다른 제약사)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재고가 시중에 충분하다. 국민이 타이레놀을 구입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것은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 초기부터 타이레놀을 직접 언급해 해열제 선택에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정부가 특정 상품을 언급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영향을 미쳤고,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우려가 있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약국은 정부 발표를 보고 품절된 타이레놀만 찾는 소비자를 달래느라 애먹고 있다. 타이레놀과 동등한 효과를 가진 동일 성분 다른 제품을 준다고 해도 화를 내는 시민이 많다.

시민들은 정부가 특정 제약사 상품명을 노출한 것과 약사회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할까.

앞서 일반인 A씨는 "현재 백신 접종대상이 고령이 대부분인 만큼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아세트아미노펜 드시라고 하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령층을 고려했을 때 특정 상품 광고라기 보단 가이드라인 측면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명이 익숙하지 않기에 보통명사 타이레놀을 직접 언급한 것이 적절했다고 했다. 다만 여러 제품을 함께 알리지 않은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30대 B씨는 "아세트아미노펜은 몰라도 타이레놀은 안다. 타이레놀은 국민약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으로선 아세트아미노펜이 무엇인지 모르니 타이레놀을 언급한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전문가집단인 약사회도 이해한다. 성분과 다른 제품도 같이 얘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인 30대 C씨도 "아쉬운 점은 정부가 다양한 제품이 있다고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얀센만 배불리는 타이레놀 홍보냐" 비난도

국내 제약사도 타이레놀과 동일한 성분의 다양한 제품을 가지고 있다. 정부 발언 뒤로 타이레놀은 적지 않은 매출 상승이 일어난 반면 국내사 제품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만 배불리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타이레놀 매출은 약 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이러한 증가 현상은 지난 2020년 3월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의심 증세 환자에게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권고한 후 벌어진 사재기 현상과 비슷하다.

당시 국내 약국에서는 타이레놀 품귀 사태가 일어나 공급 불안정 상태가 한동안 지속됐고 타이레놀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논란이 계속되자 28일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제품은 하나가 아닙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식약처는 "현재 국내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해열진통제 품목(단일성분 기준) 다수가 일반약으로 허가돼 있으며 가까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며 "시중 유통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동일한 효능·효과를 가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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