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점심 식사를 위해 방문한 단골 식당, 삼치구이 위에서 벌레를 찾았다. 벌레가 나온 순간 당황한 나머지 주방 쪽으로 가서 “여기 벌레가 나왔어요”며 엄지 손톱 크기의 날파리 한 마리를 보여줬다. 주방 직원들은 “죄송합니다. 손님 식사값은 빼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 식당을 3년째 가지 않는 이유다. 주방에서 빨간 대야 사이로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봤다는 다른 동료의 증언도 있었지만 식당은 코로나19 악재와 상관없이 3년째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맛집 중의 맛집으로 성업 중이다. 

고의든 실수든 음식점이 벌레가 들어간 음식을 팔면 그 음식점은 강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벌레가 나온 식당은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잠시 문을 닫았다가 다시 ‘맛집’ 간판을 달면 그만이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기자수첩을 ‘음식 칼럼’으로 착각하는 독자들도 있겠다. 그러나 맥락 없이 음식점 벌레 사건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 국내 제약 산업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제약사들은 그동안 번갈아 가면서 GMP 규정을 위반하고 리베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서로에게 “불법적인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당신들도 과거에 그랬잖아”라는 논리가 산업 전반을 지배해왔다. 망한 곳 하나도 없다. 

문제는 이같은 산업의 분위기가 팬데믹이 가져온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 시선이 우리 제약바이오사를 향해 쏠리고 있는 국면이지만 최근 일어난 사건을 살펴보면 비극적인 현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일부 제약사는 식약처에 신고하지 않고 제품에 첨가제를 넣고 원료 사용량도 임의로 조절했다. 식약처 조사에 대비해 거짓 기록을 작성했다. 또 다른 제약사는 병의원에 수억 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몰아줬다. CSO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은밀히 제공한 제약사들도 있었다.

업계 내에서 이 회사들의 ‘생존’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없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복적으로 제품에 장난을 치고 불법 리베이트를 습관적으로 제공해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간다. 

문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대믹의 시대다. 기본적인 품질 관리를 하지 못하고 제품 경쟁력이 아닌 현금다발을 주고받는 것이 발각될 경우 이전보다 더욱 매서운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다시 제품을 팔아도 제약사 이미지에 치명타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어린아이는 물론 노인들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 수치를 토론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GMP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교묘한 방법으로 불량품을 만들고 파는 눈속임이 통할 수 없다. 

윤리 수준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제네릭을 전체적으로 줄이고 CSO를 통한 리베이트 편법 제공을 막기 위한 촘촘한 제도가 생겨도 제약사들의 의지가 없으면 법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다른 제약사도 똑같다”라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 대다수는 그동안 “우리 제약사들은 카피약(복제약)만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우리 제약 산업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제약사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않고 오히려 제 발등을 찍는 일을 반복한다면,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얻기는커녕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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