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이후 나타난 붉은 반점(A 씨 제공)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난 붉은 반점(A 씨 제공)

[팜뉴스=최선재 기자] 팜뉴스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새로운 부작용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20대 보건소 공무원 A 씨의 제보를 받았다. 그는 공무원 채용 당시 건강검진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건강한 청년이었지만 하루아침에 골수이식을 앞둔 중증재생불량성빈혈 환자로 전락했다. 

임상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재생불량성빈혈은 영국 현지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보고된 질환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정부는 늑장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그 사이 환자는 응급실을 오가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사연을 단독 공개한다.

#오한, 근육통에 이어 ‘붉은 반점’

A 씨(29)는 정선군 보건소에서 자가격리자 이송,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를 담당하는 9급 공무원(기능직)이다. 2019년 10월 입사한 공무원으로 지난달 3월 4일 오후 2시 정선군 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받았다.

그는 “그날 밤 11시경 치아가 떨릴 정도로 몸이 추워서 오한이 왔는데 해열제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날 백신을 접종받은 왼쪽 팔 부위에 근육통이 느껴졌다. 

A 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계속 그랬다. 조금 춥고 미열이 났다”며 “특히 접종부위에 근육통이 엄청 심했다. 옷을 입으려고 팔을 들면 아팠다. 팔을 들 수가 없었다”고 표현했다. A 씨는 그날 결국 조퇴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7일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구역질이 나와서 구토를 심하게 두 번 했다”며 “다음날(8일) 다른 몸에는 없었는데 왼팔 접종부위와 얼굴에 주로 반점이 나서 백신에 의한 이상반응이라고 처음 느꼈다”고 전했다. A 씨가 제공한 사진에 따르면 실제로 왼팔 접종 부위에 붉은 반점이 곳곳에 퍼져 있다. 

A 씨는 인근 병원에 가서 구토에 대한 약을 처방받았고 보건소에 반점 관련 신고를 했다. 3일 뒤 반점들은 차츰 사라졌지만 피로와 무기력 증상이 A 씨를 괴롭혔다. 자고 일어나면 어지러운 증상도 반복됐다. 

그는 “우연히 다리를 봤는데 허벅지에 붉은 반점이 남아 있었다”며 “3월 20일경 언론에서 붉은 반점 관련 혈전증 보도가 쏟아져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규모가 있는 D 병원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혈소판 수치 ‘2만’ 정상인보다 현저히 낮아

22일 강원도 인근에 있는 D 병원에서 피검사를 진행한 A 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1㎣당 15만개)에 비해 현저히 낮은 2만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D 병원 의사는 “만약에 백신 부작용이면 엄청 심각한 상황이다”며 “재생불량성 빈혈로 보이는데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씨가 D 병원에 요청한 요양급여의뢰서를 살펴보면 상병명에 “예방접종에 따른 발진”이라고 쓰여있다. 환자 상태는 aplastic anemia(재생불량성빈혈)로 ‘진료 의뢰 드린다“고 명시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붉은 발점이 발생했고 이와 관련 진료를 의뢰한다는 내용이다. 

A 씨는 이튿날 결국 S 병원 혈액종양내과를 찾았다. 그는 “도착 즉시 피를 다섯통이나 뽑았다”며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여전히 혈소판이 부족해서 바로 입원했다”고 전했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서 출혈이 생기면 지열이 불가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입원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죽을 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울었다”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린 나이에 큰 병을 얻었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고 회고했다. 

S 병원 입원 직후 밤 11시경에 A 씨는 혈소판 수혈을 했다. 수혈을 하면 피부 반점은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났다. 입원 기간 동안(3월 23일~4월 2일) 일반 혈액 수혈, 항상제 투여 등 수차례 치료를 받았지만 피검사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A 씨는 결국 의사의 권유로 골수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특발성 무형성 빈혈(후천성 재생불량성 빈혈)’이었다.

그는 “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기저질환도 없고 혈액 관련 질환 가족력도 없었다” “건강하고 멀쩡한데 하루아침에 중증 환자가 됐다. 9급 공무원 채용검사할 때도 건강했고 그 병이 있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었다. 백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5일 A 씨는 정밀 진단을 위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을 찾아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했지만 결국 심각한 증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했다. 오한, 두통, 관절통은 물론 잇몸과 입안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19일이 서울에 두 번째 진료가 있어서 숙소를 잡았는데 코를 푸니까 코피가 나왔고 잇몸에서 피가 보였다”며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서 호중구 촉진제와 항생제 등을 맞고 수혈을 두 번 받았다”고 전했다. 

밤새도록 치료를 받은 A 씨는 의사를 통해 또 다시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들었다. 그는 “의사 선생님이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골수 이식을 진행하자고 했다. 혈소판 수치가 4000까지 떨어져서 당장 입원을 해야하는 위험한 상태라고 하셨다. 그날 당장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면역억제제 복용을 지속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 29일 오후 5시 그는 현재 골수이식을 기다리며 여전히 입원 중이다. 

#중증재생불량 빈혈 ‘인과관계’ 가능성 높아

문제는 재생불량성빈혈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중증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의 조혈전구세포가 감소해 충분한 혈액세포를 생성하지 못하고, 말초혈액에서는 적혈구, 백혈구 및 혈소판 등 모든 혈구의 감소, 즉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을 보이는 조혈 장애 질환이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 심사위원은 “과거 다양한 의약품은 물론 다른 백신 접종 이후 재생불량성 질환이 보고된 경우가 있다”며 “이 사례도 백신 접종 후 백신에 대한 면역 증상과 더불어서 발생한 재생 빈혈로 판단하는 것이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생불량성빈혈은 원인이 입증된 질환은 아니지만 T세포. 즉 세포 면역에 의한 반응으로 유발된다”며 “T세포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치료를 하는 이유다. 최근 자료는 아니더라도 이전에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이 없고 채용 신체검사때 건강했다고 하면 개연성은 훨씬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 씨의 보건소 입사년도는 2019년 10월이다. 공무원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 사유는 “혈소판 감소.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 등을 중증 혈액질환”을 포함한다. A 씨가 약 1년 6개월 전 채용 당시 신체 건강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의약품청(MARA)에서 주마다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관련 사례(2021년 1월 4일~4월 14일)에 따르면 범혈구 감소증은 9건, 재생불량성빈혈은 1건이 보고됐다. 아직 인과관계가 확증되지는 않았지만 영국에서도 A 씨와 관련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앞서의 강윤희 전 심사위원은 “오히려 백혈병이면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다”며 “암은 백신 한번 맞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혈전증도 문제가 아니다.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은 백신 주의사항에 추가됐다. 새로운 부작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점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인과관계 평가할 때 얼마나 많은 빈도로 발생하느냐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판단할때는 개별 사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 A 씨의 경우 다른 약이나 그 이전에 혈구감소증 등 앓았던 근거가 전혀 없다면 면역 반응에 의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질병관리청, 강원도청 ‘늑장’대응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강원도청은 늑장 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A 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이후 자신에 나타난 이상반응을 토대로 보건소에 신고를 했는데도 역학 조사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는 “4월 14일 경에 정선군 보건소에 백신 이상반응 접수됐고 2주가 지났는데도 역학조사를 지금까지 시작하지 않았다”며 “당연히 절차가 있겠지만 자꾸 보상신고를 해야 역학조사를 시작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들었다. 저는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다니는 상황인데 보상신고부터 하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과 강원도청은 이미 역학조사를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중증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역학조사에 들어갈 텐데 S병원에서 중증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보건소와 협의하면서 중증에 의한 이상반응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 곧 역학조사가 들어갈 것이다. 보상신고는 별개다” 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도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역학조사를 진행중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A 씨는 강원도청의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도청이 소극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는 그 사이에 100만원의 돈을 썼고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팜뉴스 취재진은 지난해 9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횡단성 척수염) 대해 심층 보도를 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선구매를 진행했고 의사들은 물론 일선 공공기관과 요양병원 종사자 등이 백신 접종 중이다. 

그 사이 40대 간호조무사(기저질환 없음)가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을 진단받았지만 질병관리청과 정부는 신속하게 인과성 판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인천의 20대 청년 역시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지만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들 사례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문제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 기피 현상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선군 보건소의 20대 공무원 A 씨 사례에 대해 질병관리청과 정부의 판단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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