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케이-동일성분의약품(K-제네릭), 신뢰와 경쟁력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작년 7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 의약품 민관협의체 운영 결과라며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제네릭의약품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는 말 그대로 제네릭 경쟁력을 높여 의약품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제약사와 의약사 단체, 학계,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전문가, 식약처가 참여했다.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내며 "제네릭 의약품 품질, 안전관리, 국제경쟁력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며 "국내 허가·유통 중인 제네릭 품질 확보와 해외에서도 인정받도록 전 공정을 위탁 제조하는 경우도 GMP 적격서 여부를 사전허가하는 등 품질 책임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식약처가 무색할 만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바이넥스, 비보존제약이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불법으로 공정과 첨가물 등을 바꾼 사항이 확인됐다. 제조기록서 또한 거짓 작성해 식약처를 속였다. 

위법 행위를 적발한 것은 식약처가 아니었다. YTN이 내부고발자로부터 경인식약청 공무원과 비보존제약 간 불법제조 은폐 의혹을 제기한 회의록을 확보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보도 직후 식약처는 제약사 특별점검에 나서 종근당이 9개 의약품을 불법 제조했다고 적발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상위 제약사 종근당의 불법제조로 쏠렸다. 식약처는 종근당이 허가와 다른 첨가제를 사용하고, 제조기록을 이중 허위 작성했다고 했다. 종근당은 제조법을 변경했음에도 허가받지 않았고 사용량도 임의 조절했다. 

그런데 식약처는 9개 품목 중 데파스정·베자립정·유리토스정에 한해 시중 유통품은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불법 제조가 확인됐는데 먹어도 된다는 의아한 발표였다. 그 이유는 공급중단 보고 의약품으로 의료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사유가 붙었다. 불법제조지만 필요하면 먹어도 된다는 다소 무책임한 발표였다.

아울러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제조소-식약처 정례협의체'도 만들었다. 앞서 신설했던 제네릭 경쟁력 강화 민관협의체와 또 다른 협의체다. 여기에도 식약처 본부와 지방청, 제약협회, 제약사가 참여한다. 지난 22일 첫 회의가 열렸다. 식약처는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의약품은 허가변경 신청을 해달라며 요청했다. 

작년 7월 식약처의 제네릭 경쟁력 강화 협의체 운영 결과 발표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식약처는 협의체를 통해 주요 과제를 내놓으며 '제네릭 제조법 변경 등 사전 안전관리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보면 제네릭 허가 이후 품질 또는 약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부공정이나 원료 입자크기 같은 '제조방법' 변경을 업체가 자율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식약처도 임의 제조 변경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식약처는 대책까지 내놨다. 품질·약효 영향에 따라 변경 정도를 차등화해 사전 변경허가 체계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어 임의 제조 의약품에 대한 변경허가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겠다고 했다. 식약처는 원인도 알고 대책도 있었다. 바이넥스, 비보존, 종근당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쉬쉬하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번 불법제조 사건으로 제약산업계는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3년마다 제조소 GMP를 정기점검하는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다. 관리하고 들여다볼 공무원, 제약사의 부주의 또는 묵인이 있었다.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정부기관 규제는 수단이면서도 성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제약산업계와 식약처 간 규제에 대한 협의, 공감이다. 여기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국민은 식약처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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