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제약산업에 제2의 카나브 등장이 기대된다. 인구 1억3000만명이 사는 멕시코 진출 문이 더욱 확대되면서 국내 제약산업 황금기를 열 '엘도라도(El Dorado)'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코트라(KOTRA)는 다가오는 28일 '멕시코 의약품 시장 진출 웨비나'를 열어 북미 시장 교두보인 멕시코 수출 지원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FTA 체결국 중심으로 의약품 수입을 진행해 국내 제약사 진출이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매년 6조원대 규모 공공조달을 국제입찰로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멕시코 정부의 의약품 공공조달 입찰 배경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극심해진 의약품 유통 독점 폐해가 있다. 지난해 멕시코 정부는 의약품 접근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간 멕시코 국민은 자국의 소수 제약사가 의약품 유통망을 장악해 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소수 제약사들의 의약품 유통과 공급 독점이 더욱 심화해 처방 접근성이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에 따르면 멕시코 보험 시장은 사보험(Private market)과 공보험(Public Market)으로 구분한다. 지난 2012~2018년 멕시코 정부에 판매된 의약품과 의료기기 62.4%를 소수 제약사가 독점했다. 사보험은 물론 공보험 시장까지 일부 제약사가 좌지우지 하고 있는 셈이다. 

멕시코 정부는 해외 의약품 공공조달로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면서 자국 제약산업 체질을 개편하려 하고 있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는 의약품 유통 독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공분야 취득·임대 서비스법도 개정했다. 의약품 입찰을 중앙정부 조달 시스템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정부가 입찰 없이도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나 의약품 부족 사태 시 직접 해외 의약품·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멕시코 정부 구매단이 방한해 다수의 국내 제약사와 접촉했다. 구매단은 국내 다수 제약사와 접촉해 의약품 구입을 타진했고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수백억원대 항암제 규모 수출을 협의했다. 유나이티드 항암제 수출 계약은 현재 진행 중이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체결 시 600억원 이상 매출이 예상되는 규모다. 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항암제 수출 내용은 향후 코트라와 협의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정부 구매단 방한에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코트라 도움이 있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코트라에서 멕시코 정부에 한국 의약품이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점을 잘 알려 국제입찰과 별개로 제약사와 접촉할 수 있었다"며 "협회도 이에 맞춰 투트랙(공보험과 사보험)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 정부는 자국 내 소수 제약사가 의약품 유통을 독점해 약값이 너무 비싸고 일반 국민에게 제대로 처방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국민 의료 접근성 확대 공약을 세우고 정책적으로 대규모 해외 입찰을 통한 의약품 공급 확대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협회와 코트라의 적극적인 지원은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의 성공에 힘입어 제2의 카나브를 기대케 하고 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멕시코 진출 국내 제약사와 품목은 신약(5종)과 개량신약(2종) 등 총 9종이다. 주로 내분비순환기계에 집중돼 있다. 품목을 보면 LG화학 제미글로(당뇨), 한미약품 로수제(고지혈증치료제), 대웅제약 펙수프라잔(위식도역류질환), 일양약품 놀텍(위식도역류질환), 보령제약 듀카브·카나브(고혈압복합제), 유나이티드제약 실로스탄(항형전제), HK이노엔 케이캡정(위식도역류질환제) 등이다.

이중 눈에 띄는 건 보령제약 카나브다. 카나브는 지난 2015년 현지 진출 1년 만에 순환기내과 시장 주간처방률 1위를 기록했다. 다국적제약사가 차지한 멕시코 시장에서 국산신약이 1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욱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이었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 시장에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현지 허가 절차 등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카나브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이를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먼저 복지부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시장개척단이 중남미 시장에 파견됐다. 이들은 멕시코 연방보건안전보호위원회(COFEPRIS)를 만나 카나브의 신속한 진출 협조를 얻어냈다.

지금은 당시보다 더욱 좋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입한 '의약품실사사호협력기구(PIC/S)'에 따라 사전등록 없이 멕시코 수출이 가능하다. 코트라는 "PIC/S 가입으로 제품 상용화 기간이 짧아진 만큼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의약품 시장 전망(자료: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
멕시코 의약품 시장 전망(자료: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

 

◆멕시코 시장 얼마나 큰가

멕시코는 미국에 이어 비만인구 발생률(72%, 2위)이 높다. 여기에 심뇌혈관, 당뇨병 등 각종 대사질환 발병률 또한 높다. 급증하는 고령인구, 만성질환자에 따라, 전문‧일반의약품 성장률은 연평균 3%로 추정된다. 처방약 시장은 2019년 89억달러에서 2029년 96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멕시코 정부가 의료보험 개선과 확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도 예고됐다. 지난 13일 열린 '멕시코 UNOPS 의약품 조달기회 웨비나'에 따르면 멕시코 제네릭 의약품 시장은 2019년 33억달러에서 2029년 51억달러까지 연평균 6%대 성장을 전망했다. 제약산업 전체 규모는 2019년 107억달러에서 2029년 116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약 시장 진출 기회도 크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멕시코에선 저소득층 수요가 커지고 있다. 매출 점유율만 16~17%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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